천국은 있다 : 허연 시선집

천국은 있다 : 허연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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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부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까지
허연을 탐독해온 시인들이 가려 뽑은 허연 시의 진경
허연 시선집 『천국은 있다』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본 시선집은 허연의 시를 아껴 읽어온 다섯 명의 동료 문인들이 가려 뽑은 허연의 대표작 60여 편과 허연의 근작시 12편을 담고 있다. 허연은 1991년 등단 이후 30년간 숨겨진 삶의 비의를 담은 그만의 독자적인 시를 선보여왔다. 이번 시선집은 독자들에게 허연이 그간 일궈온 시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계기다. 72편의 시와 함께 수록된 오연경 평론가의 해설과 유희경 시인의 발문이 허연의 시를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독자들을 안내해줄 것이다.
저자

허연

1966년서울에서태어났다.집다락방과학교근처도서관에서손때묻은고전들을꺼내읽으며어른이됐다.고전을만나면서세상이두려운것만은아니라는진리를깨달았고,지금도‘독서는유일한세속적초월’이라는말을책상머리에붙여놓고있다.연세대학교에서「단행본도서의베스트셀러유발요인에관한연구」로석사학위를,추계예술대학교에서「시창작에서의영화이미지수용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

목차

사경14
숯16
슬픔에슬픔을보탰다18
여름에간당신에게20
그날의목격22
파도는아이를살려둔다24
가여운거리26
시월의시28
이별의재해석29
청력검사31
어떤것들은이름을가졌다33
천국은있다35
트램펄린38
어떤거리40
십일월42
이장44
교각음화46
기억은나도모르는곳에서바쁘고48
무반주50
새벽1시51
당신은언제노래가되지53
강물에만눈물이난다55
21세기57
남겨진방58
아나키스트트럭162
오십미터63
북회귀선에서온소포64
오늘도선을넘지못했다66
자세67
들뜬혈통68
세일극장70
장마의나날71
ColdCase272
봄산73
강물의일75
외전276
마지막무개화차80
삽화81
나의마다가스카르382
내가원하는천사83
어떤방의전설86
열반의놀이동산87
아나키스트89
소립자291
어떤아름다움92
ColdCase93
천국은없다94
계급의목적95
간밤에추하다는말을들었다98
도미99
난분분하다100
안에있는자는이미밖에있던자다101
나쁜소년이서있다102
빛이나를지나가다103
슬픈빙하시대2104
박수소리105
눈물이란무엇인가1106
휴면기107
멸치108
생태보고서3109
지옥에서듣는빗소리112
내가나비라는생각113
나는빛을피해걸어간다114
비야,날살려라115
권진규의장례식117
최근에만난분중에가장희망적이셨습니다118
그거리에선어떤구두도발에맞지않았다119
참회록120
칠월121
내사랑은122
잠들수있음123
출근124
해설|내게신이었던날들은시가되고시는슬픔에슬픔을보태는노래가되고128
발문|무개화차같은시에부쳐154

출판사 서평

저멀리서희미하게빛나고있는
슬픔의공화국을향하여

허연의시가일관되게그려온정서가있다면상실과쓸쓸함이다.그의시는늘쓸쓸하고고독하다.그러나그정서는처량함이나애정에대한갈구로치우치지않는다.그의화자들은언제나그고독을감내한채,마치순교자처럼홀로세상을대면하고걸어가기를주저하지않았다.
그의시가그토록쓸쓸한어조로그려내고있는상실이란어떤것일까.동시에왜그의시에는장맛날과도같은우울이어려있을까.우리는왜매번그의시를보면서그정서에동의하고또동조되고야마는것일까.
오연경문학평론가는허연의시세계를두고“슬픔의공화국”이라고칭한다.그에따르면허연의시에는우리가미처상실한줄도모르고잊어버린,그리운줄도모르고그리워하는세계가있다.그의시는우리마음깊은곳의폐허이자무덤으로잔존하는세계를비추어내며,이를통해현실로부터추방된것들이모인그세계로우리들을데려간다.
우리가그의시에서우리가흘려보낸지난시절과다시마주하고슬픔을느끼는것은이때문이다.이미망령이되어버린과거를다시만나는일이늘아름답지는않지만,거기에어려있는추함마저도언제나현실보다는더아름답다.현실속우리는늘세속적인문제들에얽혀있기때문이다.돈,사랑,그리고명예와관련된욕망들.미래에대한고민도대개는밥벌이나건강문제들에한한다.그러나그러한것들은모두세월이라는강물에쓸려사라지고과거가된다.한편우리가과거를돌아볼때과거에서남기고싶은순간들은그런문제들보다는더중요해보이는,우리가어느순간놓치고있었던자기인생의중요한문제들이다.
그러나그러한주제들을관조적인자세로만바라보지않는것은허연시의큰매력이며미덕이다.허연의시는높은곳에서만머무르지않는다.비루한육신을입고,지상의추함을견뎌내며우리가사는이도시에있다.우리가그의시에서나타나는여러정서들―우울,슬픔,아름다움,그리고성스러운면모에모두중독적으로이입할수있는까닭은바로세속적으로현재를살아갈수밖에없는우리들안에그모든것들이이미존재하기때문일것이다.허연의시는그것들에관한비밀스러운고해다.

세속적인것들을견디는일의성스러움

수도원에서도망쳤다

신을대면하기엔
나는단어를너무많이알고있었고
-「슬픔에슬픔을보탰다」부분

시선집에함께수록된유희경시인의발문은허연시인을인터뷰한내용을바탕으로,허연에관련된유희경자신의이야기를겹쳐재구성한다.어두운방에서자라며신부가되려고했던소년이,신부가아닌시인이된까닭이유희경의문장을통해목판화처럼드러난다.“신을대면하기엔”너무많은단어를알아버렸다는그의시에서도그편린을엿볼수있다.
유희경은“허연의시집은견딤으로가득하다”라고말한다.그견딤은누군가에게는모면이나포기로오해될수도있는,묵묵한견딤이다.그렇게견디는것이우리의생의전부라는듯이.그의시에깃든종교적인면은이러한생의견딤을통해현현한다.
그의시를읽은독자들은이러한허연시의종교적인면모가단지성스러움에대한찬미나,허무에가까운관조를통해서만이루어지지않는다는것을안다.그의시에는추함이있다.“간밤에추하다는말을”들어야한시절들이있다.그러나그의시는어둡고쓸쓸한풍경속에서존재의추함을길어올리면서도이를아름다운것으로빚어내는일을가능하게한다.이는결국인간에대한염오의한편에또한언제나그에대한사랑이있기때문일것이다.
또한편이러한추함은성과속의사이에서벌이는자기객관화의순간이기도하다.자기존재가추하다는아는데에서오는고해의진솔함과이로부터비롯되는아슬아슬한균형감각이그의시를살아있게만든다.그리고이러한추에대한인식은오히려“나의전부가나를버려도좋았다”는확언으로이어지기도한다.
시선집『천국은있다』에서눈여겨볼부분은이러한공통인식가운데서조금씩움직이는그의변화다.거기에는시간이있다.“사랑이한때의재능”이라고말하던「천국은없다」에서“계산처럼맑고함수처럼평등한”천국을상상하는「천국은있다」로흐르게된시간이있다.바닷가에서서파도와아이가노는풍경을바라보는「파도는아이를살려둔다」와같은시를낳게된시절이있다.시선집을통해그간허연의시가이뤄왔던것은무엇이며,이후로는어떤경지에다다를지예감해봐도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