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는 사랑받는다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

$12.00
Description
구원 없는 곳에서 바라보는
갈 수 없는 낙원의 아름다움
박규현의 첫 시집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가 아침달 시집 23번으로 출간되었다. 2022년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을 수상한 박규현 시인은 그 이전부터 독립 문예지 및 독자적인 방식으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오며 본 시집을 준비해왔다. 수록된 45편의 시는 여성으로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고통을 감각적인 장면들로 그려낸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여성 시인의 눈을 통해 보이는 서울은 죽음 가득한 재난 현장인 동시에 그가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생활 공간이다. 떠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낙원이고 벗어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디스토피아인 곳, 서울. 그렇기에 시인은 힘 주어 소리친다. 그것이 비록 아무도 듣지 않는 듯한 사람의 목소리에 불과할지언정, 저 미래에라도 가 닿기를 바라며 말이다.
저자

박규현

1996년서울에서나고자랐다.

목차

1부:아주평화로웠다는말은아니다
80571
렘뿌양
아주오래
건강한생활을위한좋은습관
나의가정용사람들
배양
사물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에없습니다

2부:먼길을오느라수고많았습니다
클레이
도쿄,로쿄
재설
신의
성실해보겠습니다
대과거와대관람차와대낮
아주오래

3부:헛스윙,헛스윙을해

캐치볼
그곳에는왜
아주오래
오늘의커피
로쿄,로쿄
영원히가장죽은
환영합니다이곳은

4부:이게나의평화
컨디셔닝
나를돕고왜돕지않고
에필로그
이후의산책에
다녀감
먼곳
정물의순서

5부:미래가생겨날것같다
여러분이믿지않는것을나도믿지않습니다
촉력
포즈
유도리
가끔시끄러워나는자주기억하지
무대는무대
뉘앙스
로쿄

6부:자신있어?
아주오래
십자매
퀴즈
이것은이해가아니다
파의기분
야영단
아무것도필요없어

부록
안미츠와성실하고배고픈친구들

출판사 서평

겨우존재하고있는,
모든‘나’의이야기

나는겨우있어요/내일과같이여전히
-「이것은이해가아니다」부분

박규현의시집은여러여성들이모인야영지같은공간이다.거기에는아주와로쿄라는이름으로호명되는인물도있고,메리와안미츠씨도있으며,수많은‘나’들도있다.그들의출신과면모는제각기다양하나그들이가진고통만은모두같은얼굴을하고있다.무엇이그들을고통스럽게만드는것일까.어찌하여이젊음들은이미“다자라버렸고/다살아버렸다”라는느낌을가지게된것일까?

설명서를읽고말았다
갈비뼈밖엔안되는인간여자들을삼일에한번은패야한다고적혀있었다
-「신의」부분

비누로속옷의핏자국을문질렀을때
아무도죽이지않았는데죽이고만것같은기분을
-「나를돕고왜돕지않고」부분

여성으로태어났다는이유만으로공유하게되는고통들이있다.몸의안쪽에서비롯되는것과외부에서오는것.그모두는어느한시대에국한된것이아니고“아주오래”지속되어온여성의서사다.시집내에서같은제목으로여러번등장하는시「아주오래」는유년부터이어지는여성의기억과삶을그려낸다.그장면들은지금여기에살고있는여성이라면익숙할풍경인동시에,한생을훌쩍넘어오래지속되어온감각들이기도하다.
이는바로고통의감각이며,박규현은그것을이야기함에있어우회로를택하기를거부한다.박규현의시에나타나는그여성화자들의고통들은시를통하면서조금도비유가아닌채로등장한다.박규현에게있어그고통들은비유로전달될수없는것이며,그래서도안되는것들이다.

물풀의팔다리를갖게되자
고요했다아주평화로웠다는말은아니다
-「나의가정용사람들」부분

시집전반에나타나는풍부한죽음이미지를관념적인것으로여기고지나칠수없는이유또한여기에있다.박규현이보여주는죽음이미지는낯설고선득하면서도대단히즉물적으로생생한느낌을준다.
죽음은물풀과같은사물들이나의신체를대체하거나,나의기억이죽음이후에도이어지거나,도처에서유령을발견하는등으로드러난다.그러나이러한방식으로죽음을다루는일은박규현에게는상상이기보다는차라리예견이나환시에가깝다.실생활속에서늘상죽음의위협을받으며살아가고있는여성들에게죽음이란남성보다는가까운곳에도사리고있는사건이기때문이다.뜻하지않은형태의죽음이늘가깝다는사실,그리고나의현생이내가태어나기이전과내가죽은이후의삶과크게다르지않다는것을깨달아버리는일은이미한생을다살아버린듯한느낌을주기에충분한사건이지않을까.

서울에서산다는것에대해생각해.아니.서울에서살아간다는것에대해생각해.아니.서울에서죽지않는다는것에대해생각해.아니.서울에서여자로산다는것에대해생각해.아니.서울에서여자로살아간다는것에대해생각해.아니.서울에서여자로죽지않는다는것에대해생각해.서울에서나고자라죽음까지바라는건어딘가무섭지않냐면서.
-「안미츠와성실하고배고픈친구들」부분

나름대로아름답고이상하지
다른땅에서는눈이내린다
가본적도없고갈수도없는땅

외딴곳에서조난을당한기분으로
통조림이나냉동만두를먹으며

여기는방공호
거기는어디야
-「아주오래」부분

박규현은서울로대표되는디스토피아와“가본적도없고갈수도없는”아름다운땅의풍경을교차한다.그아름다운땅을우리가결코닿을수없으나반드시도달해야하는미래라고생각할수있을것이다.
오지않는미래는오지않기에늘여기보다는아름답다.물론박규현은알고있다.그아름다움이환상이라는것을.그러나“나아지는게없다는걸”알면서도그는힘을주고인간으로서말한다.겨우존재하는모든나를위해서.박규현의시는나-여성이죽지않고살아가기위해세상을향해외치는목소리이다.
그에응답하는것이‘우리들’뿐이더라도그는그렇게한다.그렇게하는것이“사랑을말하며뛰어오다네가넘어진날/나는사랑이넘쳤다고생각했다”라고생각할수있게해준이들이남기고간것들에대해박규현이할수있는최선이기때문이아닐까.그최선의목소리는그렇기에못내아름답다.

우리는또살아가자
이소름끼치도록이상한세상을정면으로마주하자

사납게또한꼿꼿한자세를하고
-「안미츠와성실하고배고픈친구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