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랜드마크) (소설 에세이 앤솔러지)

사물들(랜드마크) (소설 에세이 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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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 명의 작가, 하나의 사물
사물이 깃든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들여다보기
아침달에서 소설ㆍ에세이 앤솔러지 ‘사물들’을 처음 선보인다. ‘사물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주목할 만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물을 하나 선정하고, 세 명의 작가가 그에 관한 글을 풀어내는 앤솔러지 시리즈이다.
첫 번째 사물은 ‘랜드마크’. 박서련, 한유주, 한정현 세 명의 소설가가 함께했다. 세 작가의 랜드마크에 대한 사유가 담긴 소설과 에세이가 독자들을 찾는다. 가상과 현실, 이곳과 저곳, 그리고 어제와 오늘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 지금 펼쳐진다.
저자

박서련

소설가.철원에서태어났다.

목차

박서련
BLVD………13
BLVDExp.………47

한유주
6월들………57
1989-2012………85

한정현
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97
여기,우리가만나는곳………143

출판사 서평

공간을상징하는거대한사물,
랜드마크에서시작되는이야기

사물은물질세계에있는모든구체적이며개별적인존재를통틀어이르는말이다.사물인사람은여러다른사물들과더불어살아간다.
세상을구성하고있는수많은사물중어떤개인이나집단이공통으로의미있게감각하는사물이있다면이는아마도그사물에얽힌기억때문일것이다.이기억은특정시대에발생한역사적사건과관련된경험일수도있고,보편적인생활에가까운경험일수도,또는지극히개인적이라특별하거나사소한경험일수도있다.
다시말해우리가어떤사물을특별한것으로감각하는일이,그사물에우리의기억이깃들어있기때문이라면,우리는그사물에얽힌기억을꺼내어볼수도있을것이다.

랜드마크는어떤지역을대표하는지형이나시설물,혹은역사에서일어난중요한사건이나발견,발명품등을이르는말이다.탐험가나여행자등이특정지역을돌아다닐때원래있던장소로돌아올수있도록표식을해둔것을가리키는말로처음쓰였다.사물로서의랜드마크는어떤건물이나조형물이될수도있고,작은책한권이될수도있다.사람들은랜드마크를통해그공간을,그것이포함된다른사물을그이전과완전히다른새로운것으로인지한다.
‘상트이즈블러바드모터인’이라는모텔을통해붕괴되는가상을사유하는박서련의이야기,브루클린브리지에서로마까지,여러공간과사물과언어사이를주유하는한유주의화자,그리고무너지고사라짐으로써상징적인집단적상흔으로남은“그백화점”에관한한정현의기억을함께살펴보자.그들이바라본랜드마크를통해우리는이전과달라진기억의공간을공유하게될것이다.

신적인높이에서조감된다는것

박서련의소설「BLVD」의화자는게임속캐릭터다.그는자신이가상세계의만들어진인물이라는것을알고,따라서자신이죽지않는다는것도안다.그는심지어게임바깥의현실세계에서자신을움직이는플레이어가있다는것도알고있다.그시점에서곧장떠오르는의문은이것이다:그럼에도그는자유의지를가진듯이생각하고말하고행동한다(적어도그렇게보인다).그는어떻게그럴수있을까?그리고저높은곳에있는신의눈으로보자면그와우리가얼마나다른것일까?
그의이야기는‘상트이즈블러바드모터인’이라는모텔을무대로전개된다.죽어도그저진행상황을잃은채세이브존으로돌아갈뿐인그는,죽은뒤‘귀환자’라는이름으로다시일어난사람들,사람이었던좀비들을상대하며모텔을탐색한다.그러던중거기서특이점이라할만한인물과마주치며상황은급변하게되는데‥‥‥.소설뒤에이어지는랜드마크에관한단상또한눈여겨보길바란다.

곧폭발할듯한장소들

한유주의소설은여행자의시선으로“복수들”의세계를주유한다.브루클린브리지,맨해튼,뉴욕,로마,광장과상점,세계도시들의지하철과여러나라의사람들,언어들이쉬지않고이어진다.여러언어사이를수많은장소와사물과언어들사이를이동하며,여행자가중독되어있을낯선감각속에서한유주의화자는아무일도없는세계를그린다.그러나아무일도일어나지않은그세계는어쩐지평화롭게느껴지지않는다.“아직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라는문장의반복과변주를통해,그리고암시처럼드러나는여러풍경들을통해,무엇보다쉬지않고이동하는그의문장을통해그의소설은폭발하기직전의상황같은긴장감을던진다.이긴장감은지금우리세계가공유하고있는,곧닥칠듯한큰위기의징후처럼여겨지기도한다.소설「6월들」에서익숙함과기묘함,보편적경험의단면이문장을통해부조리로드러나는순간들을목도할수있을것이다.

재난의기억을넘어,지금여기에함께

한정현소설「지금부터는우리의입장」은화자김강과그의이모박두자씨의이야기를들려준다.박두자씨는죽기전에코타르증후군이라는희귀질병을앓는다.그로인해자신의조카인김강을비롯한생전의기억을다수잃은채,자신이인간이아니라영혼이라고주장한다.
그러한상태가되기전그녀는여성노동생존자구술복원이라는업적을남긴연구자였다.김강은기억을잃은이모에게‘자영(자칭영혼)’이라는새이름을지어주고,그녀가살아있을때는나누지못했던대화를주고받는다.이를통해지금은사라진백화점에서일하던이모의삶에감춰져있던기억에접근해나간다.이어지는에세이「여기,우리가만나는곳」에서한정현은삼풍백화점붕괴당시의기억을더듬으며이미사라진공간을기억속에다시세운다.자영씨의기억을통해,또한현재를사는김강의목소리를통해,과거와오늘을지나점점앞으로나아가고있는발걸음들을함께살펴주기를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