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시 - 일상시화 1

고양이와 시 - 일상시화 1

$14.00
Description
옆이 아닌 곁을 나누며
서로의 풍경으로 익어가는 고양이와 시
생활 속에서 탐구하는 테마와 시를 나란히 두고, 시와 생활이 서로를 건너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침달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일상시화〉. 첫 번째 순서로 서윤후 시인의 『고양이와 시』가 출간되었다. 여러 시집과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히 활동해온 시인은 어느덧 등단 15년 차가 되어 세 살 고양이와 살아가는 시간을 톺아 써온 날들, 함께한 날들을 무구히 돌아본다.
『고양이와 시』는 삶의 풍경을 구성하고 있는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시인은 반려묘 곁에서 오늘의 시를 찾고, 무언가를 쓰는 동안 뒤돌아 고양이의 인기척을 틈틈이 확인한다. 그 둘과 함께 걷는 길엔 돌아봄과 중얼거림이 잦지만, 그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우뚝 선다. 서로를 부축하며 사랑의 시작점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스물여섯 편의 산문과 네 편의 시로 담겼다.

저자

서윤후

저자:서윤후
990년에태어나전주에서성장했다.2009년《현대시》로등단했으며시집『어느누구의모든동생』,『휴가저택』,『소소소小小小』,『무한한밤홀로미러볼켜네』와산문집『햇빛세입자』,『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쓰기일기』등을펴냈다.제19회〈박인환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2022년생코리안숏헤어고양이‘희동’이와함께살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산문
버들고양이를따라우리는풍경이되고
화자와낚싯대
안간힘
커다란혼잣말
순수한마음
희동생
범벅이된다고해도좋아
개수대앞에서눈물헹구기
사로잡힘
같은칫솔쓰는사이
바닥의귀재
사이횡단
사랑하는것을부를때의나지막한목소리로
전쟁의시간은아니겠지만
함께지난우기
그냥저냥고양이안부
고양이에관한메모모음
난간위의고백
무덤덤한체리
비어있는풍경
괄호나누기
두려움
모래갈이
벽난로속에서
마지막까지전속력으로
영원히모름


오늘날씨가어땠는지
집사야,내가쓴시를읽어보렴
고양이가되는꿈
야광고양이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옆이아닌곁을나누며
서로의풍경으로익어가는고양이와시

생활속에서탐구하는테마와시를나란히두고,시와생활이서로를건너는방식에대해이야기하는아침달의새로운에세이시리즈<일상시화>.첫번째순서로서윤후시인의『고양이와시』가출간되었다.여러시집과산문집을펴내며활발히활동해온시인은어느덧등단15년차가되어세살고양이와살아가는시간을톺아써온날들,함께한날들을무구히돌아본다.
『고양이와시』는삶의풍경을구성하고있는사랑하는것들에대한기록이다.시인은반려묘곁에서오늘의시를찾고,무언가를쓰는동안뒤돌아고양이의인기척을틈틈이확인한다.그둘과함께걷는길엔돌아봄과중얼거림이잦지만,그속에서도길을잃지않고우뚝선다.서로를부축하며사랑의시작점으로돌아오는여정이스물여섯편의산문과네편의시로담겼다.

서로의행간에기꺼이빠지는
사랑의구체적인이름에대하여

사랑에빠진우리의모습은어떨까.설렘이전부인날들을거쳐점점편안함에가까워지는과정에서우리는다양한감정의다리를건넌다.사랑은우리에게마침표같은확신을주곤하지만,끝없이이어지는말줄임표로우왕좌왕하게만든다.서윤후시인은사랑의모호함과불확실성에고양이와시를슬며시끼워넣는다.그둘이만든문법속에서그는확신의착각속에살기도하고막연함에빠지기도하며명쾌하게기뻐하기도하고무표정을짓기도한다.

“알것같으면쏜살같이달아나고,보이지않을땐불쑥나타나나를헤집어놓는시간속에서,나는언제나우왕좌왕이었다.뒤꽁무니만졸졸따라다니는형세였지만,그마저도좋은것이사랑의일과라면,어쩌면나는오래도록사랑하고있는사람이다.”(14쪽)

시인이시를쓰기시작하게된계기는타인의권유에등떠밀려서도,번뜩이는특별한계기가있어서도아니었다.중학교교내백일장에서집에일찍가기위해유독호흡이짧았던시를선택한것이계기라면계기였다.그이후지금까지쭉,시를쓰게될줄은꿈에도몰랐던것처럼사랑은말도없이다양한문장부호를만들고,우리는그가만든문법에사로잡히게된다.시작점을모르기때문에배울수있고,배움으로서계속할수있는확신이생긴다.그것이시쓰기든,일이든,사랑이든.
시는곧시인의일상반경어디서든자리하게된다.습관화되고일상화되면서시와더가까워지고,그는전보다더자주독백체로중얼거리며사물과상황에진득한의미부여를하기도한다.일상의이러한작은이변은모호했던그의삶을명쾌,해방,기쁨등으로구체화하여명명한다.

“나는내삶에대해명쾌하게말할수없어서시를쓰기시작했고,시는모르는기쁨이나해방감같은것을물어다주었다.”(18쪽)

고양이가읽는나,내가쓰는고양이
서로를향한소리없는낭독

시인은자신의일상반경에시와고양이를둔다.모르기때문에멋대로착각하기도하면서꾸준히그둘레를걷는다.고양이를키우게되면서자기자신에게만들리도록내뱉는잦은혼잣말에도고양이는시인의곁을맴돈다.시인역시고양이의작은인기척에도뒤돌아그의행보를살핀다.혼자의시간을존중해주면서도혼잣말로는두지않으려는,이미묘한거리두기속에서어떤안전한확신이생겨난다.나지막이고양이의이름을부르는것과기지개를켜고앞발로스크래처를긁는일사이에서이뤄지는,서로를향한무해한틈입은더많은사랑의고백을만들어낸다.

때때로시인에게,사랑은행간에‘기꺼이’빠지는일처럼보인다.행간은시가적히지않는공간을말한다.시인의고양이‘희동’은집안의행간을이리저리뛰어다니고,그의진심은그가쓴시의행간에맺혀있다.구석구석사람눈길닿지않는곳에숨어버린고양이를찾다지쳐집안한가운데멈춰서보는일처럼,시의행간에기꺼이잠시고요히멈춰서봄으로써,그다음과그전의문장을한깊이더이해할수있게된다.설령그들을이해하지못하더라도여전히그들앞에우뚝서있는나자신을발견함으로써내마음의노선을면밀히할수있게된다.

“나의행간에는보이지않는물방울들로가득하다.아무것도없다고불쑥발을내밀었다가물거품의함정에빠질수있다.그물거품으로깨끗하게씻어낸얼굴로다시종이위에적힌것을읽어볼수있다.행간에빠져본사람만이읽을수있는것이시에맺혀있다.구석구석숨어버린고양이를찾으며나도모르게알게되는공간이주소를지니는것처럼.”(85쪽)

『고양이와시』는결국처음부터끝까지사랑을이야기한다.사랑에빠지는순간부터사랑을이해하고,그사랑을지키며사랑하는것들과함께또다른계절과시절의풍경을만들어간다.계속해서마주할풍성한현재를위해,시인은계속우왕좌왕하며돌아보고기다리면서그동행에기꺼이발을빠뜨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