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시 - 일상시화 3

잠과 시 - 일상시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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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유나

저자:윤유나
2020년『하얀나비철수』를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친구들에의하면하루종일자거나언제나깨어있다.

목차


언제나

산문
집산책
밤마다
비둘기와
되어가는동시에무너지는
플라스틱새
밤을건너는너와
안뜰에서
폭염과폭우에
슬픈모기
물밑의속삭임
말과빛을따라혼자
종달새와
침대에서흘리는내가아닌모든


삭제하는마음
한번도본적없는경치를보러가고싶으세요?
아름다운피부과
죽어가는경치

그리고

출판사 서평

‘잠’과‘꿈’사이를뒤척이며
깨어있는존재들에게건네는비몽사몽한고백

2020년『하얀나비철수』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한윤유나시인의첫산문집『잠과시』가아침달<일상시화>시리즈를통해출간되었다.이번책에서시인은,잠을통해과거의기억을회상하기도하고,현재상황에서불특정한과거와미래의일을곱씹기도한다.또한잠의집합안에서이루어지는생명력에대해골몰하며성장과죽음,자유와억압,상처와훼손등의감정을이야기한다.

『잠과시』에서주목할만한것은하늘을자유로이나는생명체가자주등장한다는것이다.종달새와비둘기,까치와나비,잠자리와아기새등.그러나시인의눈에포착된이들은대개누워있거나죽어있다.사체를두고그냥지나칠법도한데,그는10L종량제봉투나플라스틱케이스등에그것을담는다.

“입구를미리말아놓은쓰레기봉투에비둘기를집어넣었다.(중략)비둘기는10L봉투에적당히잘맞았다.5L는너무작았을것이다.10L가편안하게잘맞는사이즈였다.여기가비둘기의평화롭고사적인장소라고믿고싶었다.”(「비둘기와」부분)

온전치못한모습으로죽은새를대거등장시키면서까지그가말하고자하는것은잠의공간적습성이다.그에따르면,잠과죽음이다르게표현되는경계는온전함에있다.흔히우리는죽은이들이영면에들기를고하며장례를치른다.딱딱한관과묘지는죽은이들의가장고유하고사적인장소가되고,죽은자들은자신만의편안한장소에서잠이든다.
또한그는성장과회복의순환으로서잠을이야기하며,그안에서재생되는생명력에집중한다.시인에게잠은‘살아있음’그자체이고그풍경안에서우리는진정하게온전해지고고요해진다.훼손된감정들을분출하며헤집고나오면서,보다솔직하고선명한세계로의내딛음이가능해지는것이다.

“그날도새벽2시에일어나핸드폰을만지작거리다가침대옆책상에앉아서흰벽을바라보았다.그리고책상에엎드려울었다.(중략)바깥으로어둠을가르며전철이지나가고있었을테지만그소리를묻으며고요히내속의출렁이는물을게워냈다.”(「되어가는동시에무너지는」부분)

상처를헤집고도달한
가장사적이고온전한‘잠’의세계

『잠과시』는상처와훼손을이야기하며회복을통한성장의가능성을이끌어낸다.앞서시인에게잠은‘살아있는것들의고유한습성’이자‘편안하고사적인장소’로작용한다.시인은잠과죽음의경계를저울질하면서도그둘을일상선상에함께두기를바란다.잠과떼려야뗄수없는꿈은잠을통해서만이루어진다.그것은잠과죽음이동일시될수없는가장큰매개체다.꿈에서우리는끝없이이동하여머무르고여러난기류를통과하며무한한생명력을가진다.

“그리고어쩌면잠이라는행위가공간이되게하는방식으로살아있는것은죽은것을위하는지도모르겠다.잠은언제나살아있는것들의고유한행위이고동시에수없이이동하고머무르는공간이다.”(「언제나」부분)

『잠과시』에서등장하는꿈은현실과종종구별짓기어렵다.시인은과거와미래혹은공상의일들을꿈으로연결짓곤하는데,실제꿈속에서의대화나과거의사건들은이미종료된일임에도현재에서종종재평가되고,그생명성은무한히확장된다.그에게잠은접속사‘그리고’의세계이자이쪽의나와저쪽의나를연결짓는선명한동굴이다.동굴안은경계없이평등하다.그는단지그어둠의궤적을따라글을쓰고반려견을돌보며끊임없이나를순환시킬뿐이다.
결국시인에게잠은사사롭고시끄러운삶의안쪽을벗어나는일과같다.잠과시를통해혼자되기를두려워하지않으며고요히자신의새를쓰다듬는시인은그꿈결같은시간의사이를지나는동안균형을잃지않기위해여러번의잠을놓치고,여러편의시를붙잡았을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