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햇은 금빛 경사로 - 아침달 시집 38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 - 아침달 시집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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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싸우듯이, 혹은 파티하듯이
별 무리처럼 쏟아지는 목소리들의 하모니
나혜의 『하이햇은 금빛 경사로』가 38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독립 문예지를 비롯한 여러 문학 프로젝트에서 활동해온 시인 나혜의 첫 시집으로, 「스틸」 외 4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인 배시은은 나혜의 시를 두고 “아름답게 비틀린 한 치 앞의 미래”라고 말한다. 나혜가 그리는 아름다운 시의 풍경이 미래를 향해 펼쳐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일상을 파괴할 듯이 육박해오는 현실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미래를 상상한다. 그리고 “나의 미래는 그것이어야 한다”라고 시인이 선언할 때, 이 무수한 웅성거림이 가득한 시의 공간은 대결이 벌어지는 링 위이거나 동질감을 느끼는 무리들의 파티장이 된다.
저자

나혜

저자:나혜
poeticflickertaker.시적깜빡임자.독립문예지<베개2호>에「스지의상실」,「스지의상실」을발표.영상시<더큰숲>(유튜브채널‘OKTOLEE’,2020,10,15.)의원작시를썼고,‘유월오후의우유’세번째프로젝트시집<ㅂㄷㅂㄷㅂㄷ>(시용,2021)에「반딧불대변동」을발표했다.

목차


1부
스틸
안와운동

신호
신년쾌락
클린타임
두르고

검정강
맵오브비트
상속

포옹
루프
초저공비행
반딧불대변동

2부
더큰숲
스지와흰
벚꽃이필때제설차는어디로가지
스밈
손질
시시각각
재능
구세주콤플렉스
무궁
쓰리
에스오에스
자구책
해양소녀단
본봉

3부
새단장
처단
재건
바다에갈때는호미
기념일
현장
공벌레
네시
화분들
야간작업
하모니
안녕스지

부록
해설-이옥토

출판사 서평

싸우듯이,혹은파티하듯이
별무리처럼쏟아지는목소리들의하모니

나혜의『하이햇은금빛경사로』가38번째아침달시집으로출간됐다.독립문예지를비롯한여러문학프로젝트에서활동해온시인나혜의첫시집으로,「스틸」외42편의시가수록되어있다.시인배시은은나혜의시를두고“아름답게비틀린한치앞의미래”라고말한다.나혜가그리는아름다운시의풍경이미래를향해펼쳐져있기때문일것이다.시인은일상을파괴할듯이육박해오는현실로부터도망가지않고미래를상상한다.그리고“나의미래는그것이어야한다”라고시인이선언할때,이무수한웅성거림이가득한시의공간은대결이벌어지는링위이거나동질감을느끼는무리들의파티장이된다.

끝까지지지않으려는자세가보여주는
아름다운미래이미지들

귓속에서끊임없이두두두두…폭설…파묻히고있습니다두두두두곧있으면아무것도보이지않게될거에요두두두두그래도당신은나를알아내고야말겠죠결국모든것을두두두두
-「안와운동」부분

나혜의첫시집을펼치자마자독자가알수있는점은,이시집안에서목소리들이휘몰아친다는사실이다.이시집에는읽는것이아니라들리는것처럼느껴질만큼활자보다목소리에가까운문장들이가득하다.
곧이어독자는‘너’를향해계속되는이목소리들에격한감정이담겨있다는것또한느낄수있을것이다.기쁨과슬픔,우울과화가마구뒤섞인,시속의표현대로라면“기쁨과슬픔이한통속”이된것같은그감정은서로다른음들이모여이룬화음처럼울려퍼진다.시인은이목소리들로무엇을들려주고자하는것일까?

재난이인생이되어버릴때도결국에는이유를찾겠다고
새하얗게잊고건너뛰지않겠다고맹세하시오
맹세하시오
-「신년쾌락」부분

우리의삶은날마다“사랑과미움”이반복되는아수라장이다.사람들은날마다이감정의해일을헤치며내일이라는미래로나아가기를반복하는데,이것을우리는생활이라고부른다.감정은생활속모든것들로부터솟구친다.너를비롯한대상들로부터,나와대상들이얽히는사회로부터,또한나자신으로부터.그감정이어디에서부터비롯되었는지와는관계없이,해소되지못한채여러감정들이한사람안에서뒤엉키는순간그의인생은재난이된다.이러한재난에서벗어나기위해감정의해소가필요하다.해묵은감정을해소하는방법은잘알려져있다.맞서싸우기,소리지르고노래하기,웃고떠들기등등.나혜의시는그모두를동시에한다.

이집의모든것을무식하게터트린다
귀가멍멍해진다나는잠기고있으므로
캐터필러가흙탕물을튀기며굴러간다

도망가지않아누워서두리번거릴거야
그럼저절로상상이돼,나의미래는그것이어야한다비슷한것도아니고
-「깃」부분

이제싸우고떠들고웃고그럴일만남았다
여태까지도그랬지만
그래도
무서웠다그렇게는말할수있겠다
-「검정강」부분

정말크게노래했다
체념했다
단한줄썼다
얕은강물에박힌벽돌을봤다
다리밑에서물의그림자를본다불같은
시가나를그렇게만들었다
-「손질」부분

육박해오는현실로부터나혜시의화자들은두려움을느낀다.날마다다가오는미래는그저아름답기만한것은아니다.“어제오늘이아닌것들무서워내일인것들무서워”라고말하는바대로,지나간것들보다는다가올것들이두려운것은보편적인심정이다.시인은이두려운미래를회피하고도망치기보다는맞서싸우기를택한다.이때시인이택하는방법은미래를상상하고,이를언어로구현하는것이다.상상하는아름다운미래로나아가기위해서시인이말하고움직일때,시의언어는단순히상상과무위에머무르는것이아닌분투의목소리가된다.두려운것을원하는것으로비틀수있도록상상하고염원하는힘이시에있다는듯이.“시가나를그렇게만들었다”라고시인은말한다.시인에게시는죽음으로다가올미래의힘을견딜수있게만드는힘이다.


우는사람을모른척하는신이있어,
우리는웃으며신을외롭게만들자
아무데나기대버리고싶게만들자
창문을깨고들어오게

유리흩뿌려진길바닥
치마를잡고돌려크게더크게
-「재건」부분

나혜의시에서벌어지는난투와파티는개인의안락만을지향하지않는다.그장면들속에는경험과느낌을공유하는일을통해한시적으로만나는‘우리’가있다.그들이갖는공통된느낌은미래를움직이는중요한유산이되기도한다.시의독자들은느낌들로써연결되고,그연결은미래의풍경을변화시킬가능성이되기때문이다.
시집말미의부록에는이옥토작가의사진이수록되어있다.「해설」이라는제목아래에서흐르는이옥토작가의흑백사진은문자언어를대신해사진이미지로나혜의시를읽어내고자하는시도이다.마치「검정강」이라는시의풍경을옮겨놓은듯한사진들이다.선명함과흐릿함사이를오가고,나뭇잎과창문을뚫고쏟아지는사진속빛의율동을통해언어적설명만으로는전해지지않을느낌들또한독자에게가닿기를바란다.

조금만기다려
조금만더시간을끌어줘
여기로끌어서가까이와비춰줘

질쏘냐
질쏘냐
질쏘냐
-「깃」부분

배시은시인의추천사:미래와맞서싸우기

시인은미래에가있는다.미래에가있는다는것은미래를제압했다는뜻이다.곧뒤따라올너를기다린다는뜻이다.네가읽게될다음문장을이미써놓았다는뜻이다.시인이먼저가있는미래를좇는방법은부지런히다음문장을읽는것뿐이다.이미지어진시를근소한미래로본다면.눈깜짝할사이는될까말까한,현재와별다를바가없어보이는,그러나확실하게잠시동안앞서있는미래로본다면.시인은지금당장너를맞이할모든준비를끝냈다.
시인은시로서생활을견딜수있는온갖방법을총동원한다.온몸으로미리맞서야하는일들에게“새것처럼화”를낸다.“우리기쁜척할수없고그만둘수없”기때문이다.쏟아지는이말들은선언인가?위로인가?다짐인가?명령인가?노래인가?주문인가?알수없이아름답게비틀린한치앞의미래가너를이끌고간다.생활안에서생활을초월한파티로데리고간다.생활을짓이겨재조합하여견딜수있게한다.“모든걸느껴”버리는방식으로살아있게한다.
너는시인이안내하는미래를기다려왔다.미래와맞서싸울수있는방법을홀로고안해왔다.누군가가너를다안다고말해주기를간측하게바라왔다.너는살아있고싶었다.시인은살아돌아오는이야기를믿는다.다음이있다는걸믿지않고도미리다음에가있으면서그사실을확인시켜준다.너는반드시살아돌아온다.이제상상한모든일이가능하다.괴로움속에서는괴롭다고말하기.작별인사를통해완전히작별하기.시인은시로서흥얼거린다.흥얼거림으로서미래에대항한다.미래의“기운이움직이는것같”다.여기에서저기로.나에게서너에게로.-배시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