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다채롭게수식하며
삶을탐험의경로로안내하는시
시와산문을통해일상의순간을명랑하게포착해온김은지시인의네번째시집『아주커다란잔에맥주마시기』가출간되었다.이번시집은4부구성으로,총45편의시가수록되었다.
김은지의시는빈티지하며때때로재활용된다.그래서늘새롭고그어떤단어도홀로두지않는다.얼룩덜룩함에서끊임없이새로운무늬를찾고,접점없는단어를한데모아짝을짓고,손을잡게하고,그들이어디서어떻게친해졌는지에대한설명까지덧붙이는친절함을내보인다.또한그는청자에게무궁무진한풍경과장면을상상시킨다.이층카페에앉아창밖을바라보는일,전철에서소설읽는사람을떠올리는일,추운겨울따뜻한차를마셨던일.장면은모두우리주변에서일어났던,일상의사적인풍경들이다.발문을쓴임지은시인은“네시에는읽는사람의일상까지돌아보게만드는힘이있어.그래서읽는동안왠지나도모르게따뜻해진다.”라고전하고있다.김은지의단어와호흡은일상을‘그저살아가는’꾸준한힘에서나온다.
지인들사이에서‘취미부자’로통하는시인의산책은매번넓게확장된다.자신이무엇에관심있는지잘알고그것의세계를끊임없이확장시키려는시인의일관된태도는,매번반짝이고매끄럽다.그가움켜쥔단어들은우리의일상에살포시뿌려진다.일면식없는,낯선이의일상에서공통점을찾아일상의공감과점검을한데일으키는그의문장은늘어떻게든살아움직인다.‘일상’이라는대주제에서공감을느낄수있는또다른이유는,사소하면서도익숙한단어들이다.그의시를읽으면왠지‘소확행’을주고받으며또다른‘버킷리스트’를만들고싶어지고,‘정신승리’를외치며무겁기만한기분을우스운농으로털어넘길수있는용기를갖게된다.
명랑한언어의건반을거닐며
측면의리듬을만드는생활관찰자
더불어이번시집에는코로나팬데믹과인공지능에관련된단어가꽤자주등장한다.이전시집『여름외투』에서‘위생장갑’,‘탄소절감’등의시어를통해시인이환경보호에관심을두던일을생각해보았을때,그는사회적이슈를그저보이고들리는일로그치지않고보여주고들려주는일로변화시킨다.그행위는“회식자리”(「주문」),“줌회의”(「오로라를보러간사람」),“통화”(「존댓말을하지못한통화」)등의개인적인경험을바탕으로하고는있지만그중심엔“E”,“코”,“로버트”등의다소추상적인대상이등장한다.이런추상성은불특정다수를향한어떤공통의메시지를전달함으로써화자와독자간의“비언어적소통”(「번화가에사람이진짜많이지나간다」)을가능케하고,결국시의이러한능동성은독자의사적인일상을점검케한다.
온갖‘이야기’가등장하는이번시집에서,그는이야기의주체가되기도하고객체가되기도하며그둘사이의관계성에집중하는청자가되기도한다.하나의사건을통해나도모르는새로운이야기를자연스레창조하게되고,이창조성은“완전히잊었던기억을꺼내게한다”(「자꾸쓰게되는우산」).시인의일상은늘새로운무언가로반짝이지만실은과거의어느시점에머물렀던,잊어버릴뻔한기억들로점철돼있기도하다.그렇기에그의문장은조용하게속닥거리다가도어느순간엔소란하게북적이며늘“낯설고새로운장면으로데리고간다”(「며는」).이러한언어의다정한확장은독자로하여금도전성과적극성,참여성을갖게하고,시인은때때로앞서기도하고뒤따라가기도하면서그들의모험을홀로두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