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눈잡이 - 아침달 시집 25

양눈잡이 - 아침달 시집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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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두 눈으로 다른 두 세계를 동시에 보는 일
그 사이에 발견되는 고난과 사랑
이훤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양눈잡이』가 25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이훤은 시인이자 사진가로 활동하며 텍스트와 사진 양방향으로 세상의 일면과 개인의 내면을 관찰해왔다. 이훤은 새 시집에서 자신을 양눈잡이라 말하고, 양눈잡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총 5부로 구성된 38편의 시와 사진 연작시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시인이 삶의 많은 것들을 꾸렸던 타향에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사랑을 통해 두 눈이 변모하게 되었다고, 저자가 부록의 짧은 산문에서 밝혔듯이 여러 변화하는 순간 또한 담았다.
여러 세계를 오가는 삶은 그만큼 위험하다. 그러나 유진목 시인이 추천사에 쓴 대로,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 당도하게” 되는 “양눈잡이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 가득한 이방인으로서 필연이었던 고독과 다시 피어나는 의지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저자

이훤

시인.사진가.2014년《문학과의식》에다섯편의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너는내가버리지못한유일한문장이다』『우리너무절박해지지말아요』『양눈잡이』를썼다.사진산문집『당신의정면과나의정면이반대로움직일때』를쓰고찍었으며,산문집『사람의질감』(2023)을집필중이다.

텍스트와사진을이용해이야기를만들어왔다.시카고예술대학에서사진학석사를마쳤고,...

목차

1부:어느쪽이더잘보이세요?
양눈잡이1
양눈잡이2
4시50분
신앙고백
애인과나무와도마뱀
ASTRANGELYTRANSLATEDPOEM이상하게번역된시
다크룸
헝겊살
금요일에는창문청소노동자가아홉시부터일하고
야바위
소년이소년을
도원결의

2부:술래가눈을가린다
캐치볼
토끼
겨울주소
신원
굿바이코드
AbstractionII
노피싱존
라스트워드
증언9

3부:매혹당한저얼굴좀봐
사랑에서시작되는단상에서시작된
루멘
서머레인
예언들
루프
계절비행
등가교환
증언

4부:눈이두개여도모자란우리들
답장
피에르
로리
세헤르
스필러
마이클앤미셸
카터
옥사나
캐시

5부:증언
증언

부록
찡그린미간

출판사 서평

혼란한발걸음처럼남겨진삶의증언들

이제숨이잘쉬어진다입을열지않아도
타국어로말하지않아도
-「양눈잡이1」부분

이훤은밤비행기를타고떠나는자신의자전적인이야기를담은「양눈잡이1」이라는시편으로시집의문을연다.오랜시간타국에서삶을꾸리며살아온그에게한국어로쓴시는자신의정서적고향인동시에외지에서가질수있는좁고비밀스러운방이었으며,사진은자신이발을딛고있는세상을기록하는증언들이었다.
두번째시집『우리너무절박해지지말아요』에서이훤은“쓰고찍는행위가다릴만들어줄수는있지만걷는일을대신하지못해서오늘도오늘을연습한다.”라고썼다.즉걷는일은사는일이며,매일맞이하는오늘은내일도어김없이찾아올오늘에대한연습이다.시차가큰두국가,두세계를모두바라보며사는그에게그사는일은때로는방향을잃고서어지럽게떠도는일이었을것이다.「ASTRANGELYTRANSLATEDPOEM이상하게번역된시」처럼때로는알고있는것들을무시한채오역을통해서만전달할수있는감정과도같은,희귀하고외로운일이었을것이다.

CONGRATULATIONS
축하합니다

CONGRATULATIONS
또안타까움을전해요

ONSTANDINGBEFOREPOETRY
그럼에도시앞에서게됨을
-「ASTRANGELYTRANSLATEDPOEM이상하게번역된시」부분

이상한고독은시의양분이다.그혼란한발걸음같은정서는시집전반에걸쳐나타나는그의인장과도같다.사진연작「증언」은모래사장위에어지럽게펼쳐진발자국들을담고있다.발자국들은모두향한곳이달라어지러우며,또한그발길들은모래사장에여러굴곡을만든다.발자국가득한모래사장은이어지는여러장의사진을통해초점이흐려지고,마치흐르는물처럼일렁이는듯이보이게된다.마치정지된사진속에흐르는시간을담아낸듯한장면들이후초점은다시회복된다.다시또렷하게보이는것은처음의모래사장이다.시간이흐른뒤에도변한것이없어보이고,여전히혼란스러운장면이지만그럼에도그흩어진발자국들은다른의미를가진다.그것들은시간을지나오며더또렷하게남은삶의증언들이기때문이다.
그가두세계를오가는그혼란하고외로운시간을지나고,삶의증언들을남길수있었던것은물론혼자만의힘으로가능했던일이아니다.곁에누가있느냐에따라그의눈길은더멀리있는데까지다다르기도하고,양눈을뜬채로아무것도보지못하기도한다.그런그이기에,만물을가장또렷하게보고싶을때는사랑하는사람이곁에있는시간이다.

눈빛이끊임없이돈다는게무슨말인지우리는알지

매혹당한저얼굴좀봐
-「사랑에서시작되는단상에서시작된」부분

비행기안에서사랑이끝난냄새가난다
-「계절비행」부분

시집의3부는여름비같은한시절이지나고새로찾아온사랑에관한시들로채워져있다.대상과의관계에따라화자의시선의방향과초점이변화하는것을통해,사랑이라는감정이우리에게얼마나많은것을분명하게보여주는지,또그러지못하게만드는지알게해준다.
그리고사랑과함께그를이루던타인들에게보내는편지들.서간체의시를통해먼곳으로향하는시선을느낄수있다.그편지들은충분히머물지않았다면끝내지못했을그시절을보내는작별인사처럼보인다.


안전하고고요한행방불명

“모두잘때잠들지않은/사람이/휴게소에내려돌아오지않는다”.이매혹적인사라짐을시작으로『양눈잡이』의여행은시작된다.이토록사라지기에적합한장소가또있을는지.나는휴게소에서내려다시버스에올라타지않는사람.더불어이훤의전언대로,“너무자주밟히면자라지않기로선택”하고,“선택하지않은곤경과/선택가능한유익사이”에서감쪽같이사라져버리는사람이다.이자발적행방불명은그래서안전하고고요한여행일수있다.나를그대로이세계에남겨두고서흔적없이증발해버리는일.그것은양눈잡이이훤이보여주는세계가다차원의세계이기에가능한것이기도하다.오른눈과왼눈만이아닌,이세계와다른세계를동시에보는눈으로서의양눈잡이가되는일은시집의마지막페이지를덮고나서도그기능을잃지않는다.
이렇듯이훤은양눈잡이의다차원세계를펼쳐보이는것으로시를쓰는일과읽는일의당위를견고히세운다.허나양눈잡이가되는일은현재세계의안전과고요를보장할수없다.하나의세계가아닌여러세계를오가는삶은반드시지금여기에서의실종을의미하기때문이다.기꺼이그위험을무릅쓰는사람이당도하게될양눈잡이의세계에는사랑이있고기쁨이있고그리하여충만함이깃들어있다는것을예고하는수밖에.그러므로나는당부한다.이훤의시집을읽고난후에벌어지는길잃음에대하여,두려움없이,부디용기를가지고나아가기를.
-유진목(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