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 : 이유운 시산문집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 : 이유운 시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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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완전한 구원의 방법, 사랑
시인 이유운이 시와 산문으로 전하는 사랑의 연원들
이유운의 시산문집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를 아침달에서 펴낸다. 이유운은 202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는 이유운의 첫 책으로, 사랑에 관한 10편의 시와 23편의 산문을 한데 엮었다. 저자에게 사랑은 단지 연애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사랑은 내가 충만할 때에야 가능한 발산의 작용이며, 산뜻한 질투, 가끔은 죄가 되기도 하는 것이며, 가장 불완전한 파괴법이자 완전한 구원의 방법이다. 또한 그에게 사랑은 인류가 선택한 생존의 방식이기도 하다.
쉬지 않고 사랑을 말하는 그에게 사랑과 문학은 서로 닮아 있다.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는 사랑을 배우는 한 시인의 이야기이자 한없이 계속되는 사랑 이야기로의 초대이다.

저자

이유운

이화여대에서철학을공부했다.시산문집『변방의언어로사랑하며』를썼다.

목차

1부:나는내일처형을당할사람들사이에끼고싶었다
당신의뼈를생각하며
사랑의뼈
영원히해피투게더
관사없는삶
빛의탄생
내앞으로오는사랑에대해
사랑처럼멈추지않고
문법적규칙에어긋나게사랑한다고말하는방식
산뜻하게질투하는법
서울극장

2부:손차양을만드는마음
투명하고무거운
사랑의모양은네모
여기서부터는나의껍질섬세하게마련한나의훼손된마음
내밀한사랑의텍스트
내가모르는사랑의얼굴
크리올되기
여우골의피구법칙
여름성경캠프
이교도처럼말하기
보물찾기의법칙
공적일기
사진의서

3부:자주울고많이사랑하기
바캉스
악의없는증오와미움없는사랑중에서고르자면
미노광필름들의섬
연인들의히치하이킹
레이트체크아웃
유형과전형
인류가만든마지막심장
양철통마음
영원히영원히
물벼룩과호두나무사이에서
약속

출판사 서평

다양한빛깔과모양의마음들을담아보내는
내밀한사랑의텍스트

『변방의언어로사랑하며』는이유운시인이시와산문의경계를거닐며말하는사랑의단상이다.그가보고겪고느낀사랑의조각들이다양한빛깔과모양으로펼쳐진다.
이유운에게사랑은“지금당장손을잡고,입을맞추고,같은색의옷을사는”사고로환원되는문제가아니다.그에게사랑은알수없는것이며,단하나로환원할수없을만큼여러색깔과빛으로이루어진것이다.그는자신의직접적인경험,기억등을헤집으며사랑의연원을찾아내고,이러한구체적인연원들을통해추상적이고알기힘든사랑의형태를더듬어간다.이유운이경험한최초의사랑은깨진무릎에빨간약을발라주던손길의주인,자신의할머니다.그는아무대가없이자신을위해기도하는사람을통해서사랑을배운다.

나는여름이오면반드시당신의뼈를떠올리게되어있다
내가만져보지못한당신의뼈는어떤모양이었을까하고
―12쪽.

이유운은사랑에관한첫기억에서시작해현재까지자신이주고받은,떠나고보내고스친사랑들에관해이야기한다.자신에게이름을준선생님,머리카락이뻗뻗하던자매들,손가락의굳은살이나와다른곳에박혀있던사람,아무대가없이무언가를주던언니들,그들과함께했던특별한공간들,그리고사랑을담아낸글과영화들.그는넘칠듯이사랑을하고,사랑이야기를한다.자신이기울어져있기때문이다.

나는사랑이좋다.마음이쏠리는그병적인상태를사랑한다.원래나는기울어진인간이므로다른방향으로기울어졌을때평균이된다.
―14쪽.

평균을향한마음으로그는끊임없이사랑에관해이야기하지만,‘사랑이무엇인가’하는질문에는대답하기어렵다고말한다.사랑은나를초월하는일이며,나를넘어서는것을안다는것은당연히힘든일이다.‘사랑은어디에서시작하는지’와같은질문또한그렇다.그의생각에는“이질문이그렇게대답하기쉬운것이었다면세상에수많은시와그림과노래는없었을것”이다.사랑이어디에서오는지를모르기에그것을묻고좇는과정에서아름다운예술들이탄생한다는의미다.

나는나를사랑하는자들을위하여내가가장좋아하는‘거짓말하기’를그만두어야한다.그러나아예그만둘수는없기때문에세상에서가장오래된,거짓말을합법적으로할수있는방법을,아무도슬프게하지않고거짓말하는방법을찾아야만했다.나는그래서글을쓴다.매번거짓말만할수는없기때문에.그리고글쓰는것을멈추면거짓말이끝나고,방안에서글쓰는나를허리숙여보던내가만들어낸자들이물러나고,내손을잡으며“이제밥먹자”하고말하는사랑하는자들이등장한다.나에게사랑은그렇게시작되는것이다.
―73쪽.

그렇기에이유운이사랑을사색하는일은예술의근원에관해사색하는것과도다르지않다.이유운은“왜글을쓰는가”라는물음에“거짓말을하고싶기때문”이라고말한다.이는얼핏모순되어보이지만,그모순됨을직접밝힌다는점에서솔직하다.또한이는그가사랑하는사람들을슬프게하지않고합법적인거짓말을할수있는방법을모색하는것으로이어진다.이유운에게그것은곧문학이다.그렇게그의사랑과문학은계속해서이어진다.

주변의언어를사용한다는건중앙의언어를거쳐야가능한일이다.중앙의언어를깊이사고한다.숙고끝에그들이오랫동안점유해온경계의무너진틈을훑을수있게된다.그틈을만지며상상한다.중앙을뛰어넘은변방에는무엇이있을지,혹은무엇이없을지.그곳까지뛰어가면나를어떻게말할수있을지.
―29쪽.

이유운은중앙의언어가아닌변방의언어로사유하고자한다.중앙의언어는오랫동안터를점유해온자들이세운성벽이다.이는견고해보이지만,그안에모든이들의자리가있는것은아니다.이유운또한그중앙에는자신의고향이없다고여긴다.중앙의경계에무너진틈이생긴다.

하지만그게거짓이라는걸,내가어릴적부터내머릿속에서울던끔찍한푸른인간의소리때문이라는걸사실은나도알고있었다.나는이것을고향에서떨쳐버리고싶어서자꾸고향을찾아다녔다.
―30쪽.

그에게고향은“내가태어난곳과나이전의여자들이태어난곳,나이전의여자들이죽은곳,내가아는여자들이죽은곳”이다.변방의언어는중앙에서벗어나고밀려난,그러한자들의언어다.그는여행을통해잃어버린고향을찾으려떠돌기도한다.그러나고향을발견하기란,그리고자신의언어를찾아내기란쉬운일이아니다.그래서이유운에게이것은생에걸친사유실험이된다.

세계를표상하는언어와내존재사이에서흔들리는것을직시할수있어야한다.나는이직시의방법이사랑이라고믿는다.그러나그언어가폭력적이지않으려면나는변방의언어로말해야한다.변방의언어로사유하면변방의언어로사랑할수있게될까?나는그런사유실험을생에걸쳐서지속하고있다.
―54쪽.

그에게사랑은직시의방법이기도하다.흔들리는대상을명확하게바라보는것.사랑은대상을뚜렷하게볼수있게만드는힘이다.그러나그힘이종종폭력이기도하다는것을그는잘알고있다.사유하는언어가바뀐다면사랑또한변모할까?언어와사랑은연결되어있을까?이는그자신을포함한모두에게던지는질문이며,“어떤규칙으로도설명할수없는세계”를살아가는이들에게보내는사랑의편지이다.

무릎을꼭붙이고함께앉아있다
기울어진모양으로

내기하자.더사랑하는사람이먼저일어나기로.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