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를 위한 루바토

미지를 위한 루바토

$16.00
Description
“나는 오직 시의 초고를 쓸 때 루바토와 비슷한 감흥을 느낀다”
일상을 추동하는 자유로운 시의 리듬
김선오 시인의 첫 산문집
시집 『나이트 사커』, 『세트장』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시인 김선오의 첫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저자가 일상 속에서 길어 올린 시적 단상을 담은 25편의 산문을 특별한 장정으로 엮었다.
‘루바토’는 연주자가 느낀 감정에 따라 템포를 조금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 기호다. 김선오는 시의 초고를 루바토에 빗대며, 조금 덜 다듬어진 것이 품고 있는 미지의 세계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알 수 없음’에 대한 저자의 애호에 설득되고 매료되는 까닭은, 우리의 인생 또한 미지에서 비롯되어 살아가는 내내 헤매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사색적이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가는 김선오의 생각 연습에 독자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저자

김선오

1992년서울에서태어났다.좋아하는것이많지않지만,무한히변주되고갱신되는피아노와시만큼은자신있게좋아한다말하는시인.시집『나이트사커』와『세트장』,에세이『미지를위한루바토』를썼다.

목차

1부
사실나는
부드러운반복
시작하기전에시작되어있는
영혼과반영
미래로의회귀
여름의시퀀스
자막없음
NasaLiveStream-EarthFromSpace:LiveViewsfromtheISS

2부
미지를위한루바토
생각,연습
타인의풍경
불과녹
달걀과닭
없는개
토코와나
메모들

3부
어떤얼굴들
흉터건축
전생에대하여
누락된꿈의조각들
논바이너리적시쓰기
팬데믹
진짜와진짜
죽음연습
K에게

출판사 서평

시인이되고싶지않았지만그렇게되어버리고만이가
솔직하게써내려간자유로운단상들

시인이별로되고싶지않았다.현대시에매혹되어닥치는대로시집을집어읽었던고등학생시절에도,시가무엇인지도모른채처음으로글자를적어내려갔던순간에도시인은되고싶지않았다.나는내가시를좋아한다는사실이부끄러웠다.
―「사실나는,」부분

『미지를위한루바토』는김선오시인의이러한뜻밖의고백으로시작된다.시를싫어한것도아니고,시집을닥치는대로읽고남들몰래시를쓰면서도시인이되고싶지는않았다니,아마도그만의이유가있었을듯하다.
“세상속에섞여들어가는것이아니라언어라는매체를경유하는것”이“너무나나약하고허망하게느껴졌다”라고그는말한다.그에게시는일종의이상한놀이였다.분명히놀이이지만,잘놀면상도주는놀이.그는이놀이를너무사랑했지만,세상그자체가아니라그저언어로표현했을뿐인세상을두고숨은진실을향한다는식으로말하는것들은지나치다고생각한다.
그럼에도그는시가가진일말의진실,즐거움이라는진실을위해“놀려먹기좋은진지한문학주의자”가되었다.김선오는농담과진지함사이,한없는사랑과뒤틀린마음사이를오가는와중에문학을향한지나친숭배의시선과자연스레멀어진다.그러한거리두기를통해그의생각은더자유로운곳으로이동한다.존재하는시가존재하지않는시보다좋을수없다는도발적인의견,미지의에너지를그대로두기위하여격렬한퇴고과정에서초고로되돌아오는과정등은그의문학이어떤방향을가고자하는지를알려준다.

아마앞으로의모든여름내내그럴것이다.음악과함께감정은도래할것이다.음악이촉발하는여름의영원회귀다.
―「여름의시퀀스」부분

음악이나미술을좋아했기에재능만있었다면그것들을하고싶었다는그의말처럼,특히음악은그의일상에서여전히강한영향력을발휘한다.
김선오는건반을생각하면피아노가잘쳐지지않고언어를생각하면시가잘써지지않는자신의경험을통해자신을비워내는몰입의순간을명상하고,존케이지의저유명한연주없는음악작품의핵심을통해부재의없음을사유한다.피아니스트조성진의연주로써시작하기전에이미시작되어있는예술을감지하고,음악을통해여름날에만찾아오는감정을다시맞이한다.세살무렵처음으로피아노건반을누르며“여기가내세계”라는것을알았다는시모어번스타인의일화를거울로삼아,도서관에서시집을읽으며무언가돌이킬수없게되었음을깨닫는열일곱살의자신을비추어본경험까지,리듬감있게이어지는그의생각과문장에는언제나음악이배경으로깔려있다.
『미지를위한루바토』는이밖에도오늘날세상을살아가는시인의다양한경험과인식으로가득하다.여기에는교환학생신분으로좀처럼프랑스처럼느껴지지않는도시에서지낸경험을시로쓰다가타자가취하는과장과낭만성을의식하는자기반성이있다.짧은시간동안여러서툰언어들을통해서야서로에게다가갔던사랑이있고,논바이너리라는정체성안에서만들어가려는시쓰기에관한생각들도담겨있다.여기에묶인것들은장차더울창하게뻗어나갈수있는사유의씨앗들이다.앞으로도자신의시들이‘알수없음의좋음’을가진채지속되기를바란다며,안개낀허공을헤매는일의즐거움을논하는시인김선오.그의즐거운생각이우리의일상또한생동감있게움직여주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