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필로그가 나를 본다 - 아침달 시집 29

모든 에필로그가 나를 본다 - 아침달 시집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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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실종된 사랑을 찾아나서는
탐정의 마음으로
구현우 시인의 『모든 에필로그가 나를 본다』가 29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첫 시집 『나의 9월은 너의 3월』을 출간한 지 3년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에서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이 충동적이며 불가해한 그리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던 그는 두 번째 시집을 통해 사랑과 미래의 실종과 탐색을 그린다. 탐정과 의뢰인이 등장하는 한 편의 기묘한 이야기는 시집 전반을 아우르며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가 찾고 있는 그 감정들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눈앞에서 사라지면 평생을 걸고서라도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라는 사랑과 미래, 곡조와 행운에 관한 항설의 세계로 건너갈 시간이다.
저자

구현우

1989년서울에서출생했다.2014년[문학동네]신인상으로등단했다.구태우라는이름으로작사가로활동하고있으며,레드벨벳,샤이니,슈퍼주니어,루나,V.O.S등의노래를작사했다.

목차

1부

LETTERING
안전가옥
미신
항상성
신경쇠약직전의소설가
역치
볼수있는사례와볼수없는사례
악마는디테일에있다,신은더작은디테일에있다
12시
종언
작야흉몽벽서대길
백색도시
대학
난반사
제이와나
생장점
까마귀떼가몰려온다
심연
역사
당신과나의안녕

2부

피사체
미래세계
마음
제삼자
점심과저녁사이에
단하나의곡조
내가아는세상이세상의전부
유년기의끝

TAXIDRIVER
천변에서의마주침
곁에서
마스크속의입술처럼
사춘기
알수없는이상기류가흐르고있으므로
TATTOO
오늘이지나면다시내일이오늘
블랙아웃
모든밤은겨울의밤
구룡채성
거짓말같은
동전을던져서앞면이나오면내가하고뒷면이나오면그래도내가하는
아무리많은걸내려놓아도
비가역

부록

사후세계보고서

출판사 서평

미신적인감정들의행방을찾아나서는
기묘한이야기

탐정은사랑의행방을쫓는중이라말했고기억을그러모아나는그의몽타주를그려주었습니다.
―「LETTERING」부분

시집을펼쳐드는순간독자는대뜸어느탐정과만난다.그는사랑의행방을쫓는중이다.탐정은의뢰인에게사랑의행방을묻는다.의뢰인은기억을되짚어가며사랑의몽타주를그려준다.의뢰인이탐정에게해줄수있는것은별로없다.의뢰인은사랑과그다지친하지도않고,그에관해별반아는바도없기때문이다.

어쨌거나사건은발생했고,사랑은유력한용의자중하나다.하지만사랑과친구의친구정도되는의뢰인은그럼에도사랑을변호한다.자기가벌인일이아니더라도사건현장을목격했다면무서워서도망쳤을수도있지않겠느냐는말이다.

그런가하면의뢰인은어느날탐정에게미래를찾아달라고부탁하기도한다.의뢰인에게미래는가족또는또다른나에가까운사이다.그런미래가보이지않게된것은의뢰인이스물다섯살을지나가던어느무렵이다.탐정은의뢰인의인생사를찬찬히듣고는의뢰인에게진실을알려준다.의뢰인의뒤에는“전보다늙고추악하지만울음을참을줄도아는미래”가서있다.

사랑과미래를좇는탐정과의뢰인의이야기만하더라도충분히수상스럽지만,이시집을둘러싼기묘함은여기에서그치지않는다.그탐문과수사의영역은현실뿐아니라사후세계로까지이어지기때문이다.사라진사랑과미래와곡조따위의행방을좇기위해,탐정은미신의영역에발을들인다.

이제야확신하게되었다.우리가사는세계의이면에도세계가있다는것을.흔히눈에보이는것만이전부가아니라고하는데그건눈에보이지않는감정,공기,기억등을말하는것을터다.하지만내가본건명명백백한세계다.
―「사후세계보고서」부분

탐정에따르면미신은그세계의증거다.과학적인근거를찾을수가없음에도우리가사는사회에확실히영향을끼치는힘인것이다.그에따르면사랑,미래,곡조,행운과같은것들이이쪽세계와저쪽세계를오간다.우리가그것들이죽거나사라졌다고생각한순간,그들은저쪽세계로넘어가서살고있는거라고탐정은말한다.

시집전반에서환기되는이으스스한미신의기운을독자들은어떻게받아들여야할까?단순히무서운이야기를하자고여러미신과기이한감각을동원하는것은아닐터이다.우리는살아가며여러사람을만난다.만나며감정과기억을공유하고,사랑과상처를나누고,최후에는죽음으로떠나보낸다.그때생겨났던감정들은다어디로가는걸까.아마도사람과함께사라질것이다.

그렇지만그것들이사라지지않기를간절히바라는사람들이많다면,그때는어떻게되는걸까.마침내그것들은사라지지않고다른세계에남아우리에게영향을미치게되기도한다.따라서어떤감정들에대한진실한마음은미신이다.눈앞에보이지않지만어디엔가있을거라믿는것,그것이나에게영향을미친다면어떤감정들은귀신과다르지않다.

‘나’를둘러싼여러괴롭고슬픈기억들이그러한귀기어린믿음의상상력을일으켰음을시집은여러구절을통해드러내고있다.기묘한이야기속에깃들어있는그기억들은많은우리의보편감성이기도하다.육체로겪는아픔,사랑의상실을통한고통,앞이보이지않는미래……그러한죽음쪽에가까워지는마음들이우리를사후세계로이끈다.

정말로나는사랑에대해할말이없는데요.그다지사랑에대해아는것도없고요.

사랑에대해내가덧붙일수있는것은
다른언어를쓰면서도같은타이밍에웃음을터뜨린적이있다는것뿐그것뿐입니다.

난아마오래못살거야

하루는그렇게자조하는사랑을보며나의남은생보다사랑의수명이길것이라예감했습니다.
―「TATTOO」부분

그러나이러한흉흉한꿈들로,꿈을넘어서실제같은이믿음으로탐정과의뢰인이함께탐하는것이사랑이라는점에서시인은사랑의탐정이다.사랑과친하지못하더라도,그에대해아는것이없을지라도그를계속생각하고염려하는까닭은,아마도우리의사랑이우리보다오래남을것이기때문이다.그보이지않는것을찾기위해평생을거는이들처럼,혼을빼앗을만큼아름다운곡조를찾아헤매는탐정의기묘한이야기에함께빠져보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