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양장)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양장)

$24.00
Description
“당신의 빛은 당신의 슬픔보다 먼저 끝나지 않아요”
살아낸 시간을 온전히 투시하는
반투명의 시선과 목소리들
창백하고 서늘한 시선이 담긴 사진을 통해, 존재가 지닌 여러 겹의 세계를 섬세히 포착해온 사진작가 이옥토의 사진산문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서는 그동안 살아낸 시간을 지나며 매듭지어온 열일곱 개의 모티프를 토대로 밀도 높은 산문과 선연한 사진을 교차하여 수록했다.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의 사진으로 많은 이들에게 인상을 주며 지지를 받아온 작가는, 존재를 구축하고 있는 내면과 외연의 층층을 ‘반투명’의 시선으로 예리하게 투시한다. 이러한 시선이 산문으로도 옮겨와 여실히 드러나게 되는데, 그동안 맺혀 있던 이야기를 물방울 털어내듯 투명하고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시간과 내가 화해하면서 생긴 매듭, 기억의 유대로 단단해진 매듭, 끝끝내 이해할 수 없어 용서하지 못한 매듭, 자신과 자신을 수호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을 나눠가진 이들과의 결속 같은 매듭까지. 이 책은 한 사람이 겪어낸 매듭을 사진이라는 사유로 매만지고 이해해보는 작은 암실이기도 하다.

저자

이옥토

사진과영상을주매체로활동하고있다.시울과물집,그리고대상의대상됨이전에집중하며작업하고있으며,저서로『사랑하는겉들』이있다.

목차

·코튼020
·크림030
·샬레036
·핀셋052
·샬롬066
·리터074
·시온082
·원룸094
·픽쳐118
·깁스128
·하트140
·메일158
·버터170
·스킨182
·커버194
·리본204
·힌트218

출판사 서평

셔터가눈감는동안발생하는
어긋남과비껴감에대한증언들

작가는카메라로장면을포착하는순간에대해이렇게이야기한다.“사진은어긋난다.이는표현이본질을─또는본질이라는환상을─엇비슷하게만나타낼수있다는점에서언어가작동하는방식과유사하지만,보다근본적으로사진자체가시간을앞서거나시간과동시에설수없다.”사진으로시간을완벽하게가둘수없다는점에서발생하는미묘한어긋남과비껴감은,그가한사람의삶에흐르는과거와현재,미래를지켜보는방식이되어간다.피부위로여전히남아있는과거의순간들이,기억에의해복원될수는있으나그의미로찾아들기까지오랜시간이걸릴수도있는것처럼,순간의시차속에서작가는이틈을비집고들어가자신의근원적이야기를마주하게된다.

회벽을닮은유년시절로덩굴을만들며여전히자라나고있는과거의기억들은방과집에대한공간적기억부터자신을사로잡았던아름답고도기이한찰나들까지입체적으로구성되어있다.살아있음에대한증인으로서과거의기억을조심스럽게조감하는작가는,자신이있기까지의근원을하나씩깨트리며사진의어긋남과비껴감이만들었던여백을채워나간다.이것이작가가살아냈던시간을전부증명하는방법은아니지만,현재와자신의삶을결속시키는중요한수단이된다.살아야만하는이유가되는것이다.뼈아프게다가오는흉터속진물같은이야기도,닦아도닦이지않는얼룩같은이야기도이제작가는물러서지않으며,사진에게생기기시작한내면과마음을현상하기시작한다.

사진을통해어긋남과비껴감을이해하기도했지만,작가는자신이살아가며만나게된존재와사랑을분간하면서도그낙차를만나게된다.어디에서도배운적없는,마치처음본새를만났을때처럼낯설고생경하게감각하는삶의이해력에대해이제는자연스럽게기술할수있게되었다.산문과사진이서로기대어때로는한몸을쓰기도하고,때로는서로비켜나며각자살아냈던흔적으로다시드리우게된다.

나를바깥으로두는아름다움에대해
회복이후에찾아온사랑에대해

책을이루는열일곱개의모티프는작가가살아오면서자신의매듭마다손깍지를꼈던현상이자동시에빠져나와야했던순간들인지도모른다.빼곡하게풀어낸이야기에덧대어등장하는사진들은,작가가투명하고결기있게지켜온시선들을느끼기에충분하다.특히책서문에등장하는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s)는작가가이야기하는‘나를바깥에두는아름다움’에게향하는내밀한고백으로채워져있다.

책에서는스물여섯살이되던해,첫해외여행으로떠났던캐나다이야기가등장한다.그때작가는아름다움이자신을살린일에대해말한다.작가는책전반에걸쳐“부단히대상을감지하는것이사랑의근간”이라고믿으며,헤엄을배우듯이사랑을익히며아름다움을알아차렸던순간들을꺼내어놓는다.어릴적부터매료되었던돌과뼈로부터,새로운감정이나감각,형용할수없던음악이건넨아름다움과곁을지켜준타자들을언젠가살려줄수있는사람이되기위한노력등아름다움이행하게했던살아냄의과정은,작가가회복이전어두운시간에서인화해온오늘의빛이다.

작가는아름다움으로부터자신을망각할때,비로소자신을바깥에둘수있었다고이야기한다.그때자신이두터워지고,타자에게로뻗어나가게되는‘나’됨을경험하였다고도.작가는아름다운순간속에서그것을착각이라고여길지언정,끊임없이움직이며아름다움의근간으로써세계를탐색하고마주해왔다.『처음본새를만났을때처럼』은상처에서새어나온눈부심에감광하여,존재의아름다움을투시할수있는반투명의시선을지니게된한사람의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