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다른 이름

사랑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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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신과 나 사이를 성찰하는 여백의 마음
이규리 시인이 전하는 불편의 시학
시인 이규리의 산문집 『사랑의 다른 이름』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이 시인이 25년 전부터 최근까지 써온 에세이를 엮은 책으로, 시와 삶을 대하는 저자의 온유하고도 강건한 사유를 담았다.
이규리는 사이와 여백을 강조한다. 타인을 위해 비워둔 벤치, 누군가의 뒷모습, 맞물린 대들보들의 간격, 풀꽃들이 피어나는 돌과 돌 사이. 그것들은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사이를 힘과 욕망으로 채우려고도 하지만, 서로의 존립을 위해서 다소 불편하더라도 그 여백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와 시인에게 힘이 없는 시대이지만, 이규리는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시인은 권력의 편이 아닌 불리의 편에 서야 한다고, 그럴 때 보이지 않는 시의 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하는 이규리 시인. 그녀가 전하는 불편의 시학이 우리 사회에도 은은한 향기처럼 스며들기를 바란다.

저자

이규리

1994년《현대시학》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앤디워홀의생각』,『뒷모습』,『최선은그런것이에요』,『당신은첫눈입니까』가있고산문집으로『시의인기척』,『돌려주시지않아도됩니다』가있다.질마재문학상,대구시인협회상,시산맥작품상을수상하였다.

목차

1부·물과결과먼당신과

흐릿하게보기17
헛소리들22
종이는종이아닌것으로이루어져있다27
두개의저녁35
불편의시학39
뒷모습에대한생각45
낙서하세요49
다시,존재하거나부재하는56
흐르는슬픔으로60

2부·부르면와줄까,그슬픔

그슬픔171
그슬픔276
시인은나무를베지않는다80
왜가리가바라보는곳은86
연주와변주90
전기스탠드96
가짜는유쾌하지만100
기억1104
기억2109
기억3112
기억4114
기억5116
기억6119
결별하는시간123

3부·수심은수심을모르고

두개의초록131
짧았던사랑처럼2월이여135
풍경사이의슬픔139
나이곳에서죽고싶어143
수심은수심을모르고147
선물의의미사이에서151
당신은낙석주의하시나요155
보이지않는곳에피어나서159
그하루,정지된순간162
빈집과미안하다사이에나는있다165

4부·당신은어느길위에

어느생일이야기171
오늘도불안한당신에게175
꽃장식을한말178
저녁6시,당신은어느길위에182
어떤나무들187
폐허에는폐허만있을까194
아름다운등198
사랑이라면,불안이여괜찮다202
아직도끝나지않은숙제들208
불편한진실,진실한허구216
다시시인이여,질문하자226

출판사 서평

다가가려는노력,이해하려는노력,사랑하려는노력

종이는종이아닌나무와물과햇빛등으로이루어져있지요.사랑이사랑아닌미움이나질투,의심과원망으로이루어진것처럼.모든원리에극과극이함께존재하고있다는뜻인데요,저는이방식을제삶안으로끌어들였습니다.
―본문에서

종이가종이아닌나무,물,햇빛으로이루어져있듯이사랑은사랑아닌다른것들로이루어져있다.서로다른것들이모여하나가된다는인식을온몸으로받아들일때우리는현실을살아가는힘을얻을수있다고이규리는말한다.
그리고그힘을통해자기자신뿐아니라세상또한달리바라볼수있다는게저자의생각이다.버림받고상처받는쪽을살피는눈을얻기때문이다.우리는그러한시선을가지고서대상에다가가려노력하고,이해하려노력하고,사랑하려노력해야한다.그러한노력들은우리에게묵직한힘을주며,생소한기쁨을준다.이는편안함을통해서는느낄수없는낯선경험이다.

시가세상을바꿀수있냐고요?
자신은바꿀수있지요

시와시인에게무슨힘이있을까반문하는시대를살고있지만그게저는당연하다고생각해요.시나시인에게힘이나권력이생긴다면더이상시와시인이아니게되는거지요.우리는비관할필요없어요.불안하고불리하고불편한입장에서비관의쪽으로가지말고그걸잘바라보는쪽으로가면심정적인힘이생긴다는게제생각입니다.
―본문에서

종종어떤사람들은말한다.시에무슨힘이있느냐고.이규리는이말을부정하는대신에오히려그것이당연하다고생각한다.시와시인에게힘이나권력이생긴다면더이상시와시인이아닐거라는말이다.그렇기에시에힘이없다고한들비관할필요가없다고시인은말하고있다.
문학은세상을바꿀수있느냐는질문에이규리는“적어도자신은바꿀수있다”라고답한다.문학에는우리삶을아름다움으로이끄는수많은방식들이담겨있다.당신이슬프고고통스러울때당신의슬픔과고통을위해문학은봉사한다.그로써당신은고통너머의삶을볼수있게되는것이다.

“슬픔은남을다치게하지않는다”
슬픔을바탕으로써내려간25년간의기록들

종교나학습이강요된선이라면슬픔은자발적선이다.슬픔은상대를해하려는방식이아니라,어떤경우에도자신을정화하여사안을이해하려는태도이기에숭고하다.
―본문에서

이규리는폭력의반대말이슬픔이라말한다.슬픔은한사람의내면에서피어나그자신을정화한다.그래서슬픔은자발적인선이다.이규리는폭력의눈이아닌슬픔의눈으로우리가사는세상을본다.문학에뜻이있었으나일찍세상을떠난언니를기억하며개인적인슬픔을되뇌고,안타깝게생을달리한아이들을위해애도의시를전해주기도한다.
이규리가슬픔을강조하는것은시의바탕이슬픔이기때문이다.견디는일이약자의소임인세상에서우는사람의자리를남겨두고비워두는일,그마음이시의마음이자윤리라는것을이규리는섬세한배려의말들로전하고있다.시와삶이라는강줄기를따라이어진그문장들을천천히거닐어보기를권한다.

보잘것없이보이겠지만우리는견디는삶에대해달리생각해야한다.견디는자의위치는두드러지려는자리가아니라채워주는자리이며뾰족하게날선자리가아니라뭉툭한울음의자리이다.그건곧아버지의자리가아니라어머니의자리이며권리의자리가아니라책무의자리라할까.
―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