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빛 - 아침달 시집 31

8월의 빛 - 아침달 시집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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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슬픔이 투명히 비치는 박시하의 언어
희미한 기억을 비추는 사랑과 슬픔의 풍경
박시하의 네 번째 시집 『8월의 빛』이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슬픔의 속이 투명히 비치는 시 42편과 함께 시와 시인에 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산문 한 편을 엮었다. 박시하의 시는 사랑과 슬픔이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박시하에게 있어 이 사랑과 슬픔의 의미는 일반적이지만은 않다. 그에게 사는 일은 슬픔에 가깝고, 죽어가는 일은 사랑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없이 반복되고 교차하는 삶 속에서 마주치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통해 그 사랑과 슬픔은 하나가 된다.
저자

박시하

1972년서울에서태어났다.
2008년《작가세계》로등단했고,시집『눈사람의사회』,『우리의대화는이런것입니다』,『무언가주고받은느낌입니다』,산문집『쇼팽을기다리는사람』등을냈다.

목차

1부:꽃은언제나진심이야
페퍼민트
소풍
사랑의언어
주소
얼음노래
은행나무
imago
슬픔이여안녕
흰꽃검은열매
나무그리기
틈,입
아침
브라키오사우루스브로콜리
개에관한짧은소고

2부:기억해살아야한다는걸
경주
어제
모든사랑에는광기가있고모든광기에는이성이있다고그는말한다
기묘입자
도둑
너무많은사랑
녹슨자전거는사라지지않는다
밤바다
산양
목욕탕귀신
반지와열쇠
슬픔
타는꽃

3부:거꾸로내리는눈
네개의손을위한협주곡
아픔,친애하는
언어격자
사람을찾습니다
감은눈
4월
8월의빛
2031
이태원
키워드
바다에왜가끔왜가리가있나
언젠가가루가
미국밤나무
신앙
사실의눈

부록:슬픔이여안녕

출판사 서평

사랑과슬픔으로엮어내는언어의우주

누군가와입맞추기전에
슬픔을꺼내어영혼을씻었다
―「페퍼민트」전문

박시하의호흡은찬찬하고가느다랗다.그가느다란목소리를통해시인은조금슬픈눈빛으로,동시에약간밝은낯으로현실과꿈의풍경을바라본다.생각에잠겨고속도로를걷는사람을보고,마르그리트뒤라스를만나고,말로지어진커다란집을둘러보고,안개의바닥을들여다보다가,얼음에불타는성을바라보기도한다.
박시하시의화자가이토록현실과꿈의경계가흐릿한세계를거닐고있는이유는무엇일까?추천사를쓴김연덕시인은박시하의화자에관해“그는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살아있는,동시에스러져가는모든존재와풍경들을태어나처음맞는사랑들처럼천천히바라본다”라고말했다.그말대로박시하의시선과생각은이생명의유한함에자주머무르는듯이보인다.

죽음을향해가는매일나는당신을사랑하지죽어가는일이사랑이라서
―「흰꽃검은열매」부분

박시하는부록에실린산문을통해삶이끝없이계속되지않는다는것을알기에그것을더욱더사랑한다고말한다.박시하에게있어유한함이란사랑의씨앗이다.그는삶을사랑하지만,또한그에게삶이란“무덤처럼외로”운것이며,“사는일이괜찮은적있었냐”라고묻지는못하는것이다.그러한현실의삶이영원토록계속된다면그것은영원한고독과아픔에불과한지도모른다.그러나세상과인간은유한하기에언젠가그고통에서벗어나게되고,또한유한하기에자라나고피어나고시들고떨어지며시시각각변화할수있다.그러한변화가곧아름다움이며,사랑과비애가동시에펼쳐지는순간이다.

사랑이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나무가뚝뚝흘린
은행이라고말하겠어요
―「은행나무」

아프지않은당신
경주에살고있다
잘죽어있다
―「경주」부분

그에게죽음은다른방식의살아있음이자꿈이현실이되는시간이다.그렇기에꿈은그에게있어다른현실이자미래와같다.그는꿈속에서이미세상을떠난아버지와커피를마신다.그것은이제현실에서는불가능하지만꿈에서는여전히가능한일이다.그꿈을시로옮기는것은현실속불가능을가능한진실로만드는일이다.그것이박시하가말하는“언어의마법”일것이다.
박시하의시집을읽는일은한눈에는사랑의빛을,한눈에는슬픔의빛을담은산책자의시선을따라가보는경험이다.박시하는삶이유한해서사랑한다고,너무사랑해서못견디게슬프다고말한다.그는자신의비관이낙관론자의비관이라말하며,살아있는존재들을사랑해야만살수있는사람이라고말하는시인이다.그의비관적낙관의세계를비추는빛을따라걸어가며산다는것에대한생각에잠겨보는것은어떨까.

김연덕시인의추천사:조금밝고,조금멍한얼굴의산책자

박시하의시를읽다보면한손에는사랑을,나머지한손에는슬픔을쥐고걷는산책자를떠올리게된다.둘의무게가너무무거워자주휘청거리는이산책자는,그럼에도길을돌아가거나산책을후회하거나눈을감지는않는다.그는눈앞에서벌어지고있는,살아있는,동시에스러져가는모든존재와풍경들을태어나처음맞는사랑들처럼천천히바라본다.그는골똘한얼굴로고속도로를걷는사람을바라보고,기나긴산책같은꿈속에서마르그리트뒤라스를만나며,낯선‘나’와낯선“나의바깥”을이루는무덤을거닐며“이해가안되어서정말좋았다”라고한다.여름이찌른칼처럼“점점이핏자국”을남기는버찌를보고,피가도는데도조용한새들을본다.안다고여겼던풍경과얼굴에서그것들의이목구비를지우면서,관습적인아름다움과는멀어져가는광경들을목도하면서,때로는풍경이존재에게안식을주기를바라는순정한마음으로.

그러나천연덕스럽고끈질긴이산책자의시선은무정한세계에속수무책으로던져진채찔려상처투성이가되기도한다.그는“쩌렁쩌렁울리는비명”을듣고,목욕탕에서현기증을느끼며“사는게곤란하다”라고생각한다.“석탄가루같은어제/부스럼같은내일”에서똑같이더러운“흰날개”를보게되기도하며,사랑하는개와함께산책을하다함께추워지기도,“젖은떠돌이가되”기도한다.아마이모든상처는그도세계도동시에살아있기때문에,그리고진정으로살아있는것들을환대하고감각하려는그이기에,무시무시할정도로천진한그에게따라오는자연스러운과정일지도모르겠다.그럼에도그는,이산책자는,박시하는“추락하는것을사랑하는사람이다”.아마산책자로서의박시하는“평생외로울”지도,슬픔을훔치며혼란스러울지도모르지만,“아픔을사랑하는무간지옥에서”계속해사랑의걸음을내딛을것같다.사랑의걸음속에서가장투명하고깨끗한슬픔이탄생하며,이슬픔은모든존재들이스러져가고부패할때에서야빛나기때문이다.

마침내박시하는자신에게아주중요한의미로남아있는「8월의빛」을말한다.사라져가는아빠의등에서“반짝이는글자들”을발견하면서.그리고그빛마저떠나가는과정을눈에담으면서.산책자는한손에사랑,한손에슬픔을쥐고걷는다.다른방법으로다시한번말하겠다.“한눈은삶을//한눈은죽음을”지닌채그는쓴다.그런그의얼굴은조금밝고,조금멍해보인다.―김연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