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 (김영미 시집)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 (김영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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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청량한 사이였다
여름특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사이였다”

온몸으로 겪어낸 여름의 투과성
투명한 통증이 일깨우는 선연한 믿음들
첫 시집 『맑고 높은 나의 이마』를 통해, 새로운 여름의 이미지를 출력하며 시인만의 맑고도 서늘한 서정을 인상 깊게 보여준 김영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이 출간되었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투명함’으로 거슬러 올라가 근원적인 이야기를 마주하며 헤어져 있던 의미와 재회하고 다시 또 이별하는 순간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한때 뒤돌아섰던 시간을 뒷모습으로 온전히 끌어안는 시인은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시간들을 예리하게 감지한다. “길의 끝에 무엇을 두고 올까” 상실의 원점으로 돌아가 투명함 속에 엉켜 있던 내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명선’이라는 이름을 쥐고 헤아리는 오해와 이해 속에서 파다해지던 시간들이 여름으로 집합하며 투명함을 재구성한다. 우리는 그 투명함에 가려진 채로 시인의 건네는 새로운 풍경 속으로 진입하게 된다. 투명이 가려낸 선연한 믿음들이 시의 언어로 세워져 있다.
저자

김영미

2012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맑고높은나의이마』가있다.

목차

1부
여름특강이아직끝나지않은사이

야외풀장14
이어15
석고상18
현대음률20
열대성리듬22
간유리24
제비26
개구리와나28
방갈로30
여름땅속32
사이클34
해수욕38
청량40


2부
명선에대하여

대치44
녹양아래46
명선에대하여48
밤마다커다란소리를내며
빛나는별들로50
저녁의마술쇼52
보타닉가든54
교문56
은화57
어린아이의신경증같은58
오늘의말59
이격60
로얄롤러장62
명과선64
밤의망원유수지66

3부
걷어올린소매가혼자내려오도록

겨울의내부70
생애의생일73
리코더74
방금의약국76
이토록검은덩어리를걸치면78
모른다는바다80
하루82
환은84
잡아주는마음86
교체88
심벌즈90
산책로92
언제부터내리는눈일까요94

4부
서로를세워두고우리가흩어질때

시선100
선형의숲102
이터널103
유리관104
이중리듬106
투과성108
밤은계속110
시작하지않은감정112
별장없는생활114
밤이없는낮과
낮이없는밤116
경작118
여름비처럼겨울비가119

발문
이어를이어쓰며-임승유126

출판사 서평

“필기할때마다맨살이닿았다”
투명함의교집합-여름이라는감각

시집안에서시인의언어를타고흘러내리며번지는투명함은,이번시집을열고닫는중요한감각중하나이다.얼음의윤곽처럼,물방울의속셈처럼,사람과사람사이를오고가는인기척처럼.읽는이마다이투명에자신의의미를대입하며시를읽어나갈수있기때문이다.누빌수없었던시간의안쪽까지흐르는시인특유의간결함은‘명선’과‘여름’의교집합을토대로의미를되찾고,여집합으로나아가살아갈시간이되도록다시끈끈한여백을짓게된다.
“필기할때마다맨살이닿았다”(「청량」)는밀접한감각처럼,시인의여름은몸에서발화하는또다른언어중하나이다.“개구리와나는땀을흘리며차가워졌다”(「개구리와나」)는사실은,상상으로부터그려온여름이아니라온몸으로살아낸여름임을보여주며,시인이그려온언어를더욱투명하게만든다.“아무것도아닌여름을”(「방갈로」)보듯무심하기도하면서“모르는사람의텐트에서수영복을갈아입”(「방갈로」)고,수영복위에겉옷을입으며겪게된마르지않는몸의감각처럼뜨겁고사실적이기도하다.시인이첫시집부터이어온여름의입체는,살아냄의통증처럼몸에입각해있는사실적인언어라고볼수있다.여름은생존의기후이기도해서“사람은여름을위험하게만든다”(「이터널」)는사실을잊지않기도한다.살아있게만드는인기척이면서동시에죽음을이해하게만드는경계속에서의이‘투명함’은이번시집전반에걸쳐쏟아져내린다.
첫시집에서부터시인이예민하고첨예하게그려온여름이미지는,이번시집에서도지속된다.첫시집이상실의자리를복원하며여름의감각을불러왔다면,이번시집은상실의원점으로돌아가는중요한발판이된다.젖은수영복위로겉옷을입고버스에올라탔던어떤기억은,시인이언어속에간직하고있는몸이마르지않는시간의생경함이다.우리는이여름의기후를함께지나며시인이그생경함으로뒤바꿔놓는풍경에함께머물게된다.김영미시인의시로하여금우리는그낯선여정속에서뒤돌아서왔던어떤의미들을다시금생각해볼수있다.


“나는왜명선의모른척을모른체했을까”
투명함의교집합-명선에대하여

총4부로구성된이번시집에서는2부를구성하는데중심이되기도하는‘명선’이시집을읽어가는데있어중요한열쇠중하나이다.‘명선’이누구인지에대한해석보다는‘명선’이우리에게무엇이었는지,그서늘하면서도가깝기만했던자리를되찾아가는화자의발걸음을따라가보는것이필요하다.“나는왜명선의모른척을모른체했을까”(「어린아이의신경증같은」)외면했던한시절로부터걸어나온화자는명선의결혼식,명선과의산책,명선과함께찍는사진에따라나서며과거를회상하는듯하지만,그떠올림은‘지금’이라는자신의투명한자화상을그리기위한중요한재료가된다.“우리의토대가즐겁지는않지만”(「겨울의내부」)이투명함의가장아래로내려가,밑바닥에서부터다시듣는명선의마음이어떻게번져왔는지확인하는작업이된다.“우린눈을가리지못하는형벌을받았기에”(「저녁의마술쇼」)알수밖에없는진실은,우리가외면해왔던어떤시간을정면으로돌아보게만든다.

발문을쓴임승유시인은“우린참중간에만났어.그렇지?”시인과의만남을회상하며이번시집에대해이야기를시작한다.“투명하게무거운말들앞에서울것같은심정”이드는시인의언어를“‘말하는여자’가되어말하지않고도다말하는방법을온몸으로알게’되었다고말한다.또한화자를‘말하는여자’라고호명하며이번시집이우리에게필요했던말을듣는순간이라고이야기한다.
시집『투명이우리를가려준다는믿음』은간결함속에벼려있는이야기와행간에스며들어있던여름의이미지를통해생성된투명함속으로,자신을있는그대로비춰보는돌올한여정이다.살얼음처럼아프기도,막태어난유리를만지듯조심스럽기도한시간속에명선과나,명과선이나란히걸어가는것을지켜볼수있게된다.복잡한여름의속내가투명해지는동안,시인은잊거나지우는방식이아니라마주하고끌어안는방식을선택한다.투명이우리의어떤부분을가려주었는지,투명보다더투명했을지모르는여름의입체속으로자신의한시절을투신하며,‘온몸으로말하기’,‘온몸으로여름하기’를실천하는이번시집의땀방울은마르지않고시의자리마다차갑게맺혀있다.그차가움을만지면,우리안에서얼어붙은채로살아가던것들이서서히녹아가게되고투명한여름의국면에서게된다.거기에는시인이“여럿이혼자이지않”(「여름비처럼겨울비가」)길바라던어느여름의안부가도착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