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 시인들의 생활 풍경을 담은 시와 산문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 : 시인들의 생활 풍경을 담은 시와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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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상 풍경을 담은 네 시인의 시와 산문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점검하는 시간
시 산문 앤솔러지 『어떤 마음은 딱딱하고 어떤 마음은 물러서』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저마다 고유의 문학적 입지를 갖춰 나가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문보영, 이소호, 오은, 황인찬의 시와 산문을 한데 엮었다. 많은 시들이 일상을 바탕으로 쓰이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시인이 시 속에 어떠한 마음을 담았는지 잘 헤아려지지 않을 때도 많다. 이번 앤솔러지는 시인마다 시 5편과 함께 각각의 시와 함께 읽기 좋은 산문을 나란히 실었다. 서로를 비추며 더 풍성한 의미를 얻는 시와 산문처럼, 시인의 마음에 독자의 마음을 비춰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일상을 벗어나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여행하기

갤리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때문에 선잠을 자느라 나는 현실과 꿈 어딘가에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난 잠결에 백팩을 멘 승문원을 본 것 같다.
-문보영, 「다 주고 가버리기」 부분

문학은 종종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 되기도 한다. 그 세계는 어느 정도 현실 같기도 꿈 같기도 한 장소다. 문보영은 짐을 꾸리며 독자를 여행에 동참시킨다. 존엄사 단체인 디그니타스를 방문하기 위해 유럽 여행을 온 친구 ‘소롱포’의 이야기, 그리고 보르헤스의 작품을 연상케하는 도서관과 입장하려면 비둘기 세 마리를 데려와야 하는 기이한 서점에 관한 이야기가 뒤섞이며 독자는 다양한 문학적 장소를 둘러보는 경험을 한다. 문보영과 함께 영감을 주는 가벼운 여행길에 올라보자.

저자

문보영,이소호,오은,황인찬

저자:문보영

시집『책기둥』『배틀그라운드』『모래비가내리는모래서점』,소설집『하품의언덕』,산문집『준최선의롱런』『불안해서오늘도버렸습니다』『일기시대』『토끼는언제나마음속에있어』(공저)등을썼다.



저자:이소호

시집『캣콜링』『불온하고불완전한편지』『홈스위트홈』,소설『나의미치광이이웃』,산문집『시키는대로제멋대로』『나를사랑하지않는사람에게』『서른다섯,늙는기분』이있다.



저자:오은

시집『호텔타셀의돼지들』『우리는분위기를사랑해』『유에서유』『왼손은마음이아파』『나는이름이있었다』,『없음의대명사』,청소년시집『마음의일』,산문집『너랑나랑노랑』『다독임』이있다.



저자:황인찬

시집『구관조씻기기』『희지의세계』『사랑을위한되풀이』『여기까지가미래입니다』『이걸내마음이라고하자』,산문집『읽는슬픔,말하는사랑』,그림책『내가예쁘다고?』『백살이되면』등이있다.

목차

Part.1문보영
재단사들
다주고가버리기
적응을이해하다
여행자의트렁크
사람을버리러가는수영장
오각형도서관
손실
단조로운빨래
직전의물병
소원들
모자구출하기

Part.2이소호
도시건강보감1
잠못드는밤,비는내리고
도시건강보감2
프리한3.3%
직장인소호씨의하루
개미는뚠뚠오늘도열심히일을하네
회사를정주행하면시름을드려요
디프리한장주세요
환상교차로
상처잇기,잊기

Part.3오은
오전7시36분의시
눈이기도하고비이기도한것
오전11시47분의시
밝으니까되었다
오후1시23분의시
마음을점치기,마음에점찍기
오후5시49분의시
늘어질때늘어나는것
오후10시37분의시
딴눈으로밤을,뜬눈으로아침을


Part.4황인찬
잃어버린자전거를찾아서
자전거를탈줄모르는사람
잃어버린천사를찾아서
종말을상상하지못하기
미래빌리기
때로선생님을엄마라고잘못부르기도하지만
잃어버린정신을찾아서
왜사냐건웃지요
내친구의집은어디인가
슬픔은텍사스소떼가되고,내마음은호수가되고

출판사 서평

일상을벗어나현실과환상의경계로여행하기

갤리에서들리는작은소리때문에선잠을자느라나는현실과꿈어딘가에걸쳐져있었다.그리고난잠결에백팩을멘승문원을본것같다.
―문보영,「다주고가버리기」부분

문학은종종낯선세계로의여행이되기도한다.그세계는어느정도현실같기도꿈같기도한장소다.문보영은짐을꾸리며독자를여행에동참시킨다.존엄사단체인디그니타스를방문하기위해유럽여행을온친구‘소롱포’의이야기,그리고보르헤스의작품을연상케하는도서관과입장하려면비둘기세마리를데려와야하는기이한서점에관한이야기가뒤섞이며독자는다양한문학적장소를둘러보는경험을한다.문보영과함께영감을주는가벼운여행길에올라보자.

직업인의우울과고통이시가될때

내가회사생활을하면서가장참을수없었던것은그들이내가‘시인’이라는사실을봐주고있다,라고느끼게하는거였다.아니더솔직히말하자면그들은가여운예술가를자신들이거두어먹인다고생각하고그것을늘자랑스레떠들었다.나는그것이싫었다.
―이소호,「개미는뚠뚠오늘도열심히일을하네」부분

이른아침에일어나9시까지출근하고6시까지일한뒤퇴근하고밥먹고나면깜깜한밤인세상.제대로쉴시간도부족한데,출근하는예술가들은창작의시간을어디에서짜내야할까?시간이없다.잠을쪼개는수밖에없다.이소호는불면의시간을글쓰는시간으로전환하면서직업인이겪는우울과고통,그리고예술가의불안을녹여낸다.시「도시건강보감」,「직장인소호씨의하루」등에서그부정의감정을위트있게형상화한시인이소호가들려주는사회인이소호의이야기를통해우리의공감대가어떻게시로변화하는지알게될것이다.

보통사람의보통시간속에서탄생하는시적순간

하루만에그는적당히게으르고적절히자유분방한,원래의그로돌아와있었다.10년의직장생활이무색할지경이었다.하릴없이꼿꼿하고철두철미했던그가할일없이느긋하고풍요로운시간을보내고있었다.그는그상태를한껏누리고있었다.늘어질때늘어나는것은‘나로사는시간’이었다.
―오은,「늘어질때늘어나는것」부분

시는평범한일상의어디에잠들어있는것일까.그러다어떤계기로잠에서깨어나는것일까.오은은오전부터오후까지,보통사람의보통시간을따라가며시가잠에서깨어나려는순간을지켜본다.눈을뜨면아침이라고말하는이,눈을떠야아침이라고말하는이,배꼽시계를가진이등등.그들이보여주는모습은수많은사람들처럼평범하다.
그러던어느날,그평범한시간에균열이생긴다.번아웃이오는줄도모르고성실하던사람이성실을상실하는순간‘내가나로사는시간’이깨어난다.규칙이깨지는그순간에찾아오는풍요와자유는시와많이닮아있다.특별한사람의특별한시간이아닌보통사람의보통시간속에도시가깃들어있고깨어난다는것을오은은말맛나게보여주고있다.

지나간시절과우리의마음에깃든이상하고아름다운장면들

어린시절갖고놀던물건들을더는쓰게되지않았을때,그건다어디로갈까.어머니들은아이들의물건을언제어떻게처분하는것일까.내주변에는장난감을물려줄만한아이가있지도않았는데,그러면그물건들은그냥버리는것일까.하지만그냥버리기엔멀쩡한것들이너무많았다.잃어버린것들의행방을알지도못한채로시간이흘렀다.
―황인찬,「자전거를탈줄모르는사람」부분

글과기억은서로를통해탄생하고오래남게된다.기억은문학의가장소중한양식이자유산이다.자신의기억하는시절로돌아가그때의사건과사물을,그때의이야기와감정을돌아보는것은한작가가문학으로할수있는가장정직한일이다.황인찬은세발자전거를좋아했던어린시절,그리고종말론이파다했던청소년기를돌아본다.그는어릴적항상착하다는말을들어왔다면서도,과거를돌아보면서자신이한심한인간이라고도한다.“고백이랍시고문학의형식으로자신의한심함을전시하는것이얼마나한심한일”인지잘안다면서도“결국모든문학은고백일수밖에없”다고말하는그와함께우리가이시대에잃어버린것과남기려는것이무엇인지,왜그래야하는지생각하는시간을가져보면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