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스치는 천사들 - 아침달 시집 34

입술을 스치는 천사들 - 아침달 시집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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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날

저자:이날

2015년《포지션》으로등단했다.

목차

SideA
박쥐
거미
코츠뷰의불빛
나는연필깎이로연필을깎다가네게다가갔다
고대인의고뇌
문을두드리는무일유이의포크너
유사한사유
오수
오아오
젖은가지들
라신
달과북극

보리와의식사
노을

SideB

리시포스
젯소
검은사슴
조회시간
아무꽃
작은것들의박동
없는가능성
프로젝터
입술을스치는천사들
목두기
원바운드

SideC
도요새
영화제목궁금해요
인력개발
말부터잊으리라그러나,다시내몸,
죽은뱀과허물
*????*???
당신과나는한뼘,내눈과내깊은곳은1파섹
하울의움직이는성을봤다
리시안셔스
우연은할수있습니다
반야블랙심경
욕된方타락
노을의나라
가슴에비행운이그어질때
부록

출판사 서평

모든가능성을꿈꾸는동굴속의목소리

북극점에서는세상의모든곳이남쪽이다.그곳에서는한번에세상의모든곳으로향할수있다.그곳에서세상의모든시를시작할수있다.
―「코츠뷰의불빛」부분

이날의시는먼곳에서시작한다.시속화자의시선은시간적으로나공간적으로지금여기와떨어진먼곳을향해있는경우가많다.시의화자는가보지도않은북극이그립다고말하고,옛날책에더정이가는것도당연하다고여긴다.달과북극을그리워하고,그리운많은것들에슬픔을느끼는그예민한성정은어디에서부터비롯된것일까.

이런차이는태어날때부터였을까아니면자라고겪으면서생겨난걸까나는궁금하다분명한건이런차이는스타일을통해드러난다는것이다
―「나는연필깎이로연필을깎다가네게다가갔다」부분

이날의시는자주기억속과거를헤집는다.그과거의풍경속에서는청소년인화자하나가보인다.그는강한자의식을통해자기존재를확립하는중이다.또래들을“나름심오한주제에물음을던져보기시작하는애들”이라며“나는그런애들이아니었다”라고말하는,자신을타인과는좀다른사람으로구별짓기시작하는한학생.그렇다고“특별한사람”이라고생각하지는않고,자신은그런사람이못되었으니“이상한사람”이라도되고싶었다고말하는사람.
그는어딘가좀멍해보이거나슬퍼보인다.지금여기가아닌가보지도않은먼곳을상상하는일에“노을이가득한교실에서/애들한테둘러싸여따귀를맞는”기억이영향을끼쳤을지는알수없지만,이세상속에편안하게스며들기는어려웠을것은분명해보인다.사람들간의차이가태어날때부터그러한것인지,자라는환경과겪는경험의차이로인한것인지는알수없지만그러한차이가스타일을만든다고생각하는사람.“생각을버리기로한”그아이는곧학창시절이라는기나긴동굴에서나와어른으로자라고,시를시도하게된다.

박쥐는자신의슬픔으로누군가를위로한다그누구도누군가가될수있다박쥐는동굴밖으로나가면새가된다그새는내가가장좋아하는새이다박쥐는어떠한새도될수있다
―「박쥐」부분

그에게시는다른것을꿈꿀수있는무대다.시에는모든것이될수있는가능성이있다.동굴밖으로나가면참새가될수도,후투티가될수도있는박쥐처럼.그에게문학은모든것이가능한자리이다.그러나시를정확히타격하기란어려운일.그러한모든가능성에는불가능성또한포함되어있어,말장난처럼모든것이가능하지않게되기도한다.계속되는파울타구.“삶을망치면서까지한줄쓰기와한단어고르기에집착”하며화자의쓰기가계속된다.그러나번번히이어지는실패에시인과화자와그의자리가마구뒤섞이기도한다.

지금이것은이날이쓰고있지않습니다김재민이쓰고있어요그가너무고와보여서패죽여버렸거든요김재민은쥐어터지지않고큰날이없는데이새끼는너무고와서…
(…)이날은오렌지판타가자기삶을바꿔줄거라고믿었답니다그맛이요?아뇨그빛깔이요이날은날붙이를베고자면시가늘거라고믿었답니다그서늘함이요?아뇨그빛깔이요
―「인력개발」부분

그리운것이란대체로지금여기에없는것,먼곳에있는것이다.경험해보지못한삶도그리울수있으며,그리운것들이있다는것은슬픈일이다.시는그그리운것들에닿는일이겠지만,언제나시가닿을수있는것은아니다.그렇지만닿으려애쓰는그시도를통해그는얼마간슬픔을견딜수있고또살아낼힘을얻기도하는모양이다.언젠가그것들에닿을때까지그는우선은살아볼생각이다.계속해서시의세계를모험하면서.언젠가말부터잊게되는날이,여백이가득한책이되는날까지.

흔한말들로세상의모든시를만들수있다.가로로향하는거말고세로로향해야하는거.계속해서모험중인상태인거.
―「코츠뷰의불빛」부분

추천사:기억하듯이상상하고상상하듯이기억하는시

이날시의화자는자주먼곳을본다.“혼자멀리딴데를”보는아이처럼지금-이곳이아닌곳을자주본다.이곳이아니기에멀고,지나치게멀어서살아서는닿을길이없는곳을꿈꾸듯이본다.가령북극이나달같은곳.공간적으로너무먼곳은시간적으로너무먼미래의일처럼아득하다.그러고보면과거도아득하기는마찬가지다.과거도이미지나온순간부터는다다를수없는먼곳의일이기에다시꿈꾸듯이본다.꿈에서도보고싶었던누군가의얼굴과무언가의잔상과또잊을수없는한때의“눈부심”과“일렁임”을“정말로있는것”처럼본다.너무보고싶은것은환영이아니다.끝까지잊을수없는것도환상은아닐것이다.그래서지금-이곳을보듯이먼곳의일상을그려보는일.그것이이날시의화자가자주행했던일이고자주꾸었던꿈이고자주망실했던기억이라면,이렇게고쳐말해도좋겠다.그의시는기억하듯이상상하고상상하듯이기억하는시라고.잊을수없어서상상하고닿을수없어서기억하는시라고.기억이라도해야지금여기서살수있는사람.기억없이는단하루도살수없는사람이그래서자주보는곳도먼곳이다.가령북극이나달같은.―김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