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워크 - 아침달 시집 36

무빙워크 - 아침달 시집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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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하얗게 끓어오르는 물을 마시며
침묵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
36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신수형의 『무빙워크』가 출간됐다. 신수형은 이번 첫 시집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시인 안희연은 신수형의 첫 시집을 “완벽한 겨울 시집”이라고 평한다. 최소한의 언어만으로 백지를 채워나가는 신수형의 시가 겨울나무와 닮았기 때문이다. “선명한 사실”이 되기 위해 “최소한의 동작만” 하기로 한 사람의 독백이라는 추천의 말대로, 거의 사라지려는 듯한 존재들을 붙잡고 있는 그의 시를 읽는 경험은 마치 따뜻한 물 한잔을 앞에 두고 침묵의 대화를 나누려는 티타임과 같다. 이는 지친 자신의 영혼과 마주 보는 시간이다.
저자

신수형

서울에서태어났다.읽고걷고시를쓴다.

목차


1부:이상한일들
시차
티타임
수신
테이블
행진
지도
무중력
기념일
개와구름의정류장
복도
가죽
지구행
식사시간
새로생긴카페
잠기다
원근법
아이들

2부:인생은어떻게축구가되는가
파울
대설주의보
돌멩이
드로잉
인-아웃
행성의끝
요가
스텝
발밑
의자
1월-엽서
로그아웃
친구들
첼로
트라이앵글
건너편의허공
인생은어떻게축구가되는가
무빙워크

3부:당신의뒤

상계역
커브
약속
안부
물고기들의끝말잇기
월요일

대명사
배우
연인들의포로교환
옐로우
오후세시
블로그
모든것
타임캡슐

부록
암호

출판사 서평

뼈처럼조용한백지위를거니는문장들


어떤날은백지만남아서
뼈처럼조용했다
―「지구행」부분

신수형의시는고요하다.최소한으로존재하려는듯한시들은정지해있는우리일상속사물들을드러낸다.그시의언어는첨가물이거의없어순수한물과같은맛이느껴지는듯하다.신수형은끓인맹물을한잔씩테이블앞에두고서침묵으로시작해침묵으로끝나는대화의시간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그런데이토록침묵에가까운대화속에서그는무슨이야기를나누려는것일까.
그의시세계를가만히들여다보면계속해서움직이고있는것들과만나게된다.그들은신호앞에선존재들처럼멈추고이동하기를반복한다.요란하지않으면서도계속되는그정지와이동은목적지를향해가려는움직임이기보다는"동작을되풀이하면서"축축해지는운동에더가깝다.시속화자는이렇게말한다."적당해지려고움직인다"라고."움직이려고움직"이는그시의화자들은"무언극의거리를지나//눈이내리는/절반의밤을지나"암호같은세계속을떠돌아다닌다.

이곳은암호들로이루어져있다.암호와암호는부딪히는일이없고완벽하게자기자신속에존재하며좀처럼그모습을바꾸지않는다.
―부록에서

우리의일상은알수없는것들로가득차있다.알려고하지만알지못한다.다양한풍경과사물속에스며든의미들을찾으려할수록의미들은저마다의내면으로깊게몸을파묻으며침묵한다.무의미해보이는세상속에서살아가는우리들은어찌해야하는것일까.작은의미라도찾아내기위해골똘한자세를취해야할까,아니면세상의무의미함을깨닫고멈춘자리에서주저앉아야하는것일까.
그러나가만히멈춰서있을수는없다.다만“최대한전진”할뿐.그것은선언이나의지의차원이기보다는보다운명적인것으로들리기도한다.우리는태어나면서부터우리의뜻과는상관없이떠밀려가는무빙워크위에올라있기때문이다.그러나신수형의주체는그러한떠밀림에순응하며수동적인삶을살아가는대신에무빙워크를타고주체적으로움직이려는자세를취한다.여러존재들이구멍같은소실점속으로사라지는순간을목격하는일.“네가사라지는걸”“끝까지”지켜보는일이며한사람의퇴장이후에다가오는자신의차례를향해걸어가는일이다.그것이제자리걸음에불과해보이더라할지라도.

내가원하는건계속닳는거야
선명한사실이되는거야
어제보다얕아지면서
―「타임캡슐」부분

신수형의화자는“테니스공처럼자꾸만사라지는”시간들을견디며계속해서닳고자한다.일반적으로존재가닳는다는것이존재의스러짐뿐으로여겨지는데비해신수형의‘닳음’은이를통해더첨예해지는과정이다.소실을통해서더선명해지는이역설의순간을견디며그의시는특별한다정함을얻는다.그다정함이란사라지고스미는것들에눈돌리지않고잘바라봐주는것,그리고우리가사물이되는그순간을앞서서바라보는일로써우리가잘있었다고말해주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