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보다 더 아래

지옥보다 더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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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옥 같은 세상을 주유하는 이상한 오르페우스
김승일과 함께 떠나는 지옥 여행기
시인 김승일의 산문 『지옥보다 더 아래』가 아침달에서 출간됐다. 근작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며 한국 시단에 재기 넘치는 사유를 전해온 그가 이번에는 지옥을 떠돌며 보고 들은 것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지옥은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지옥은 아케론강 건너에 있지만 김승일의 지옥은 양재천에 있다. 양재천에, 함피에, 한국의 대형 종교 건물에, 오이 반찬이 나오는 급식소에, 그리고 홍대 라이브 클럽에 있다.
그는 “나는 항상 내의 시의 화자가 지옥에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산문은 그와 그의 화자들이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기록이자, 앞으로 당도할 숱한 경유지에 대한 이정표이다. 김승일이 만든 지옥도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엉망진창인 이 지옥에서
너를 찾아 헤매는 여정

가장 먼저 김승일은 말한다. “나는 지옥이 무엇인지 모른다.”라고. 그는 지옥의 존재 유무부터 회의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지옥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지옥을, 지옥이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한 느낌과 쓰임새를, 지옥이 등장하는 작품 등을 그는 좋아한다.
죄의 대가로서의 공간, 우울한 곳, 무신론자가 가는 곳, 무서운 곳, 고문당하는 곳, 빠져나올 수 없는 곳, 녹조 낀 해변, 젖과 꿀이 넘치는 곳, 잊어버린 기억, 땅 밑의 세상, 하얀 방 등등…… 그는 지옥이 가진 수많은 정의와 느낌에 관해 말하면서도 그것들을 개별적인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지옥은 엉망진창”이라고. 따라서 여러 단편들로 이어지는 그의 산문은 웃기고, 어이없고, 놀랍고, 기이하고, 으스스하고, 무섭고, 끔찍하고, 감동적이고, 슬픈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 여행기 혹은 일기처럼 보인다.
『지옥보다 더 아래』는 무엇보다도 김승일이 삶과 문학에서 만난 여러 인물과 장소, 그리고 그들 속에서 보낸 시간에 관한 책이다. 그는 인도의 마을 함피를 여행하다가 돈을 밝히는 하누만이라는 아이를 만나 도움받은 대가로 돈을 뜯기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지프차 운전사에게 시달리다 덤터기를 쓰면서 아케론강의 카론을 떠올리기도 한다. 좁은 땅덩어리인지라 부동산 문제로 늘 골머리를 앓는 한국에서, 예배 시간 외에는 그 넓은 공간이 대부분 버려진 채 존재하는 대형 종교 건물들을 보며 지옥을 떠올리는 대목은 자못 해학적이다. 그렇기에 김승일이 들려주는 그 이야기들은 “인간이 지옥”이라거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바로 지옥”이라는 세간에 떠도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지옥을 자신이 만들어낸 지옥과 겹쳐 보이며 지옥을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지옥의 이야기꾼이다.
김승일이 만든 지옥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시 속 화자들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종종 자신의 지옥과 관계된 자신의 시를 인용한다. 첫 시집 『에듀케이션』에 수록되어 있는 시 「조합원」은 양재천에 관한 시다. 시에서 그려지는 바와 같이, 그는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양재천에서 놀았던 과거를 떠올린다. 지독한 물비린내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또 친구들이 은근히 자신을 덤 취급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무리에 끼고 싶어 괴로움을 참아냈던 시간을 그는 떠올린다. “거기가 내 지옥이었다.” 양재천에서 느꼈던 비린내, 미지근한 온도, 구역질 나는 감각 들은 병실에서 죽어가는 할머니가 뱉는 가래를 떠올리게 하고, 할머니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공상에 몰두하던 어린 김승일을 만난다. 화자를 대신해 독자에게 죄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의 시는 조금 달리 보인다. 그밖에도 「가장 좋은 목표」, 「무인도의 왕 최원석」, 「나는 모스크바에서 바뀌었다」 등등의 시와 관계된 지옥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기존에 읽었던 그의 시가 새롭게 읽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시집 『여기까지 인용하세요』에 수록된 「그럼 안녕」이라는 시에서 “그래 여러분. 지옥에서 만납시다. 생각을 들고. 아직 지옥이 없어서 지옥부터 만들 것이다.”라고 김승일은 쓴 바 있다. 『지옥보다 더 아래』는 그가 만든 지옥이다.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그는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다. 익살스러운 미소와 번뜩이는 눈으로. 자신이 그저 말 많고 귀찮은 사람은 아닐까 조금 염려하면서.
저자

김승일

저자:김승일

2009년《현대문학》으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에듀케이션』,『여기까지인용하세요』,『항상조금추운극장』,산문집『7월의책:시간과김승일』등을펴냈다.Completecollection.org에글을게시하고있다.

목차


지옥보다더아래
양재천
조합원
열쇠
자살한자들의지옥
가장좋은목표
다음으로
하얀방
엎질러진물들
아름다움
동요부르는자들
애프터썬
실거주공간낭비지옥
틀린예감
Youcannevergohomeagain
울타리
여기서살거야
어느편도아닌지옥
지옥으로보낸한철
무인도의왕최원석
급식소
귀신동굴
천국
카론
케르베로스
감옥이있어서행복해
모스크바공항
나는모스크바에서바뀌었다
유리덮개속단풍나무
탈옥
침묵의세계
도보여행
운문사
아주가끔소망한것
아르바이트
탈영병
악어
지옥에서의인기

출판사 서평

엉망진창인이지옥에서
너를찾아헤매는여정

가장먼저김승일은말한다.“나는지옥이무엇인지모른다.”라고.그는지옥의존재유무부터회의하는사람이지만,그럼에도지옥을좋아한다고말한다.지옥을,지옥이라는단어가주는다양한느낌과쓰임새를,지옥이등장하는작품등을그는좋아한다.

죄의대가로서의공간,우울한곳,무신론자가가는곳,무서운곳,고문당하는곳,빠져나올수없는곳,녹조낀해변,젖과꿀이넘치는곳,잊어버린기억,땅밑의세상,하얀방등등……그는지옥이가진수많은정의와느낌에관해말하면서도그것들을개별적인것으로취급하지않는다.그래서그는이렇게말한다.“지옥은엉망진창”이라고.따라서여러단편들로이어지는그의산문은웃기고,어이없고,놀랍고,기이하고,으스스하고,무섭고,끔찍하고,감동적이고,슬픈감정들이마구뒤섞인여행기혹은일기처럼보인다.

『지옥보다더아래』는무엇보다도김승일이삶과문학에서만난여러인물과장소,그리고그들속에서보낸시간에관한책이다.그는인도의마을함피를여행하다가돈을밝히는하누만이라는아이를만나도움받은대가로돈을뜯기기도하고,여행지에서만난지프차운전사에게시달리다덤터기를쓰면서아케론강의카론을떠올리기도한다.좁은땅덩어리인지라부동산문제로늘골머리를앓는한국에서,예배시간외에는그넓은공간이대부분버려진채존재하는대형종교건물들을보며지옥을떠올리는대목은자못해학적이다.그렇기에김승일이들려주는그이야기들은“인간이지옥”이라거나“우리가사는이세상이바로지옥”이라는세간에떠도는말을떠올리게한다.그는인간의삶과문화속에녹아있는지옥을자신이만들어낸지옥과겹쳐보이며지옥을한층풍요롭게만드는지옥의이야기꾼이다.

김승일이만든지옥은그자신뿐만아니라그의시속화자들이머물렀던곳이기도하다.그는종종자신의지옥과관계된자신의시를인용한다.첫시집『에듀케이션』에수록되어있는시「조합원」은양재천에관한시다.시에서그려지는바와같이,그는세명의친구와함께양재천에서놀았던과거를떠올린다.지독한물비린내때문에괴로워하면서도,또친구들이은근히자신을덤취급하는것이싫으면서도,무리에끼고싶어괴로움을참아냈던시간을그는떠올린다.“거기가내지옥이었다.”양재천에서느꼈던비린내,미지근한온도,구역질나는감각들은병실에서죽어가는할머니가뱉는가래를떠올리게하고,할머니가죽어가는와중에도자신의욕망에충실한공상에몰두하던어린김승일을만난다.화자를대신해독자에게죄의식을느끼게만드는이이야기를읽고나면그의시는조금달리보인다.그밖에도「가장좋은목표」,「무인도의왕최원석」,「나는모스크바에서바뀌었다」등등의시와관계된지옥이야기를통해독자들은기존에읽었던그의시가새롭게읽히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시집『여기까지인용하세요』에수록된「그럼안녕」이라는시에서“그래여러분.지옥에서만납시다.생각을들고.아직지옥이없어서지옥부터만들것이다.”라고김승일은쓴바있다.『지옥보다더아래』는그가만든지옥이다.여러분을만나기위해.그는지옥에서기다리고있다.익살스러운미소와번뜩이는눈으로.자신이그저말많고귀찮은사람은아닐까조금염려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