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자

왕과 사자

$14.00
Description
“이것이 꿈이라면, 이 나쁜 꿈에서 어서 깼으면 좋겠다.”
나라를 빼앗긴 왕과 자유를 빼앗간 사자,
그들이 살아 낸 창경원의 시간!
열한 살 소년 이산이 스물다섯 정조를 만나 시간이 흐르는 책장을 넘나들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낸다는 메시지를 담았던 《시간의 책장》 김주현 작가가 창경원 동물원 철창 안 사자의 시선으로 일제 강점기 조선을 들여다보는 역사팩션 《왕과 사자》로 돌아왔다.

작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창경원을 불러내어 동물원이라는 공간과 근대라는 시간 속에서 나라를 빼앗긴 백성과 자유를 빼앗긴 동물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복원하고,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역사의 교훈과 누구의 자유든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되는 것임을 일깨운다.

저자

김주현

매일걷고,매일상상하고,매일끄적이며책을짓고있습니다.지은책으로는『시간을굽는빵집』,『향기를만드는말의정원』,『알록달록목소리연구소』,『대단한실수』,『시간의책장』,『책너는날』등이있습니다.
“아기를품는순간부터엄마와아빠는소망을품습니다.아이가건강하길,아이가지혜롭길,아이가행복하길...수많은소망중에서저는아이가많이사랑하고많이사랑받길바라봅니다.때때로만날어려움이있는세상속에서도사랑하는힘으로자신을잘지켜나가길,곁에있는사람들과행복하길소망합니다.”

출판사 서평

“창경원이라는시대적공간을바라보면서한민족이한민족을강압적으로통치하는것,다른민족의자유를박탈하고지배하는것과인간이동물을강압적으로제한하고,그들의자유를억압하는모습이겹쳐보였습니다.우리가갈망하는자유와행복만큼이나세상의모든생명들도자신의땅에서자신의행복을추구하며살아갈권리가있음을창경원이라는시간과공간을통해이야기해보고싶었습니다.”
〈작가의말〉중에서

“내가철창에갇혀있는것인가,그대가철창에갇혀있는것인가.”
자유를빼앗긴존재들의닮은꼴운명!

『왕과사자』는사자의시선으로이야기가진행된다.사자의시선은심드렁하다.철창안에갇혀서세상을바라보는그시선이시공간에틈을만들고,우리를일제강점기창경원으로이끈다.

사자는철창안에서애쓰지않아도,동물원과세상의사정에훤하다.동물원동물들의사정도각각이다.원숭이는사람들에게시선을받는걸즐긴다.꽤요란하게재롱도부릴줄안다.안전하고밥굶지않는동물원이라는공간이마음에들기까지하다.하지만시베리아호랑이에게동물원은하루에도수십번벽에머리를부딪칠만큼미쳐버릴것같은공간이다.

사자가바라보는사람들의풍경도가지가지다.창경원관리소장인일본인이토상은입만열면조선과조선인들을개돼지취급하며깔보고욕하기일쑤다.그의서슴없는생각,서슴없는말은같은일본인이지만사육사나카다상조차불편할때가많다.그런가운데이토상에게험한소리를들으면서도묵묵히자기일을하는사람이있다.조선인사육사김씨.그는이창경원에서동물들을지극정성으로돌보며동물들의환심을산유일한사람이다.

[만만한책방]왕과사자②
김씨는누군가를늘걱정한다.목요일의산책자,동물원이쉬는목요일에만찾아오는조선의마지막황제,순종이다.사자와순종은서로를마주본다.사자의갈기처럼황제는황금빛곤룡포를입고있다.철창속에서갈기가빛나지않듯,나라잃은임금에게곤룡포는거추장스러워보였다.둘다자유를잃고구차한목숨을이어가고있을뿐이었다.어느새사자의눈으로순종임금을만난다.나라를잃고,궁궐을빼앗기고,어르고달래는말들속에갇혀아무것도할수없는삶.두존재는한눈에알아본다.서로가같은처지의삶이라는것을.

이름마저빼앗긴암흑의시대!그들이살아낸창경원의시간!

어머니명성황후를잃은순종을위로하고,조선백성의유희를돕는다는명목으로일제에의해창경궁은헐리고파괴되어식물원이되고동물원이되었다.그러나일제의진짜목적은황실의권위를떨어뜨리고백성들의기를꺾어놓는것이었다.이름하여창경원.

황실뿐아니라일반백성들도자신의이름을빼앗겼다.일본식이름을짓지않으면교육도직업도가질수없었던암흑의시대.목요일의산책자를걱정하는사육사김씨도일제에의해부모님이지어준복돌이라는이름을빼앗기고카나타상으로불린다.한글가나다를일본식이름으로바꾼것은그가할수있는최선의저항이었다.한발더나아가자신이보살피던동물들에게한글이름을지어준다.

“누리”초원을누비듯,누리라는의미에서사육사김씨가사자에게붙여준이름이다.이름이불리는순간,기억저편으로사라졌던초원을누비던기억이소환되고,사자는내면어딘가에서자유에대한소망으로꿈틀거리는것을느낀다.그리고김씨는동물원에서태어난원숭이새끼에게는‘대한’이라는이름을지어준다.

이름은단지이름에그치지않는다.대한의정신은아직죽지않았음을,정체성을잊지않는한,대한은다시살아날것이라는희망을뜻한다.

서로의이름을기억하고불러주면서창경원에서의굴욕적인시간을함께보낼수있는용기가생겨났을까.죽기전마지막용기를낸순종은한일병합은협박에의한것이었다고선언하고,삼일절에도태극기를흔들며거리로나서지못한사육사김씨는순종의죽음뒤에일본순사들이쫙깔린창경원에서만세를부른다.세상만사심드렁했던사자는김씨가잡혀가던날,미친듯이창살을긁어대고,만세를곱씹는다.
‘도대체만세가무엇이길래.’

“누리야.다음생에는꼭세상을누려.”
자유를향해외치는사자의슬픈만세!

초원에서살아본적이없는원숭이는밖에나가면굶어죽을거라고한다.자유가없지만,배곯지않는이곳이더좋다고한다.사람들은3.1운동이후에도6.10만세운동이후에도변화된것은없다고했다.오히려살기가더퍽퍽해졌다고했다.그러니독립운동은꿈도꾸지말고그냥살라고들했다.

[만만한책방]왕과사자③
만세를불렀던김씨가사라지고나서도,사자는자신을가둔창살을긁어대는걸멈추지않았다.김씨와같은사람들이만세의외침을멈추지않았기에조선은독립할수있었고,너무나견고해서부서지지않을것같았던동물원창살도온힘을다해부딪치면무너뜨릴수있게되었다.멈추지않았기에포기하지않았기에가능한일이었다.
사자는김씨가불렀던만세를,자신도부르기로결심한다.과연우리는사자의포효소리를들을수있을까.사자가내딛는자유를향한발걸음마저도지지받아야하는것임을이책은말한다.

역사의시간을거닐며자유와공존에대해질문하는역사팩션『왕과사자』!

창경궁은해방이되고도한참이지난1983년에서야비로소본래의이름을되찾았다.그때동물들은해방이후어떻게되었을까.불행히도동물원의동물들은자유를찾지못했다.해방20일전,맹수들이창경원을탈출하면사람들에게위험할수있다는일제의판단에따라독살되거나굶어죽었다.

김주현작가의호기심에서시작된『왕과사자』는명성황후시해사건,고종황제독살사건,한일강제병합,3.1운동,6.10만세운동등역사적사건들에작가의상상력이더해만들어진동물원의모습을생생하게복원하면서‘냉소적인사자’라는새로운내레이터의눈을통해그시대를살아간이들의아픔을흥미롭게창조했다.

인간의이기심과탐욕이만들어낸동물원이라는폐쇄된공간을통해시대를관통하는역사의식과인간뿐만아니라세상의모든생명들도자신의땅에서자신의행복을추구하며살아갈권리가있음을이야기한다.이책의말미에모든생명들이함께살아갈수있는세상을꿈꾸는사자의편지는용기와자유,우정을생각하게하는등독자에게묵직한울림을준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