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디서 누구와 올라도,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
빗방울화석 시인들이 백두대간 시집 「혼자 걸어도 홀로 갈 수 없는」을 출간한 지 5년 만에, 정맥 시집 「나는 흔들린다, 속삭이려고, 흔들린다, 귀 기울이려고」를 발간했다.
백두대간이 국토의 뼈대이고 민족정신과 강하게 결부된다면, 대간에서 흘러나온 정맥은 생활과 더 맞닿아 있으며 개인 정서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반도 중남부 곳곳에 핏줄처럼 연결된 아홉 개의 정맥을 빗방울화석 시인들이 꾸준히 답사하였다. 그 공동 체험의 산물인 이 시집에 정맥 시와 함께, 처음으로 산문을 수록하였다. 백두대간과 정맥에 대한 곡진한 산문뿐만 아니라 시인들의 창작 과정과 사유가 자유롭게 드러난 산문을 통해, 독자들이 문학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빗방울화석 시인들 고유의 작품 세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백두대간 정맥 시집 「나는 흔들린다, 속삭이려고, 흔들린다, 귀 기울이려고」에는 정맥길을 걸으며 자연과 삶을 새롭게 마주하려는 고통과 설렘이 담겨 있다. 현실의 온갖 문제를 끌어안은 시인들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더라도, 그 길은 백두산으로 지리산으로 눈부시게 이어진다.
금강산선
-적근산에서
신대철
첫얼음 얼면
맨 먼저 불려 나오는 산,
이름만 들어도 춥고 아득해지는
한북정맥 최북단 적근산.
추가령에서 오는
구릉 같은 산들 오글오글 밀려오다
사람 하나 오락가락하는
아침리牙沈里 근처
나지막한 독나지 산등에서
녹슨 철책을 넘어오는 능선길.
평강 백암산은 보이지 않고
분계선 가까이 스치는
끊어진 철길과 습지,
아침리에서 금강산까지
아침 먹고 걸어서 한나절이면 간다는데
금강산선 복구되면 이번에는
아침리에서 금강산 시화전* 열고
마음대로 서성여도 되겠다.
고요히 잔설이 녹고 있는 비무장지대
비탈진 북방한계선에 기대어
초병들은 졸면서 남쪽을 바라보고
가물거리는 그 아지랑이 눈빛을 타고
능선길은 대성산을 넘는다.
어깨 위에 걸려 있던 발길들
한북정맥 끝자락으로 흐른다.
* 2004년 4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룡폭포와 만물상 앞에서 빗방울화석 동인들은 〈백두대간 금강산 시화전〉을 열었다.
백두산을 향한 길은 통일이 되기까지 단숨에 갈 수 없는 길
가도 가도 숨 차는 길, 고통스럽고 아픈 길, 그러나 가야 할 길
대간 시에 이어 여기 모은 우리의 정맥 시들은 30년 동안 같은 목적으로 쓴 공동 체험 산행 시들이다. 어느 시든 답사적 성격을 띠기도 하고 내용에 따라 서로 상보적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시에서는 굳이 대간과 정맥을 구분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간보다 정맥 체험이 늦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간과 정맥 시집이 구분되었다. 실제로 비무장지대의 긴장감과 분단의 아픔은 대간과 정맥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상황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대간의 향로봉과 정맥의 적근산에서 느끼는 아픔은 우리가 처한 현실 그대로의 분단 상황에서 오는 아픔이다. 다만 대간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간이 중심 산줄기라는 심리적인 인식과 지리적 조건 때문일 것이다.
대간이나 정맥이 아니라도 독도나 말도 혹은 그 어느 무인도에서든 우리 사는 곳에서 고통이 오는 곳은 근본적으로 분단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 모은 정맥 시편은 분단 상황이 낳은 시편이다.
어디서 누구와 올라도
대간길은 오를수록 뜨겁고
정맥길은 높고 푸르다.
-〈시 앞에〉
백두대간이 국토의 뼈대이고 민족정신과 강하게 결부된다면, 대간에서 흘러나온 정맥은 생활과 더 맞닿아 있으며 개인 정서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한반도 중남부 곳곳에 핏줄처럼 연결된 아홉 개의 정맥을 빗방울화석 시인들이 꾸준히 답사하였다. 그 공동 체험의 산물인 이 시집에 정맥 시와 함께, 처음으로 산문을 수록하였다. 백두대간과 정맥에 대한 곡진한 산문뿐만 아니라 시인들의 창작 과정과 사유가 자유롭게 드러난 산문을 통해, 독자들이 문학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빗방울화석 시인들 고유의 작품 세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백두대간 정맥 시집 「나는 흔들린다, 속삭이려고, 흔들린다, 귀 기울이려고」에는 정맥길을 걸으며 자연과 삶을 새롭게 마주하려는 고통과 설렘이 담겨 있다. 현실의 온갖 문제를 끌어안은 시인들의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더라도, 그 길은 백두산으로 지리산으로 눈부시게 이어진다.
금강산선
-적근산에서
신대철
첫얼음 얼면
맨 먼저 불려 나오는 산,
이름만 들어도 춥고 아득해지는
한북정맥 최북단 적근산.
추가령에서 오는
구릉 같은 산들 오글오글 밀려오다
사람 하나 오락가락하는
아침리牙沈里 근처
나지막한 독나지 산등에서
녹슨 철책을 넘어오는 능선길.
평강 백암산은 보이지 않고
분계선 가까이 스치는
끊어진 철길과 습지,
아침리에서 금강산까지
아침 먹고 걸어서 한나절이면 간다는데
금강산선 복구되면 이번에는
아침리에서 금강산 시화전* 열고
마음대로 서성여도 되겠다.
고요히 잔설이 녹고 있는 비무장지대
비탈진 북방한계선에 기대어
초병들은 졸면서 남쪽을 바라보고
가물거리는 그 아지랑이 눈빛을 타고
능선길은 대성산을 넘는다.
어깨 위에 걸려 있던 발길들
한북정맥 끝자락으로 흐른다.
* 2004년 4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룡폭포와 만물상 앞에서 빗방울화석 동인들은 〈백두대간 금강산 시화전〉을 열었다.
백두산을 향한 길은 통일이 되기까지 단숨에 갈 수 없는 길
가도 가도 숨 차는 길, 고통스럽고 아픈 길, 그러나 가야 할 길
대간 시에 이어 여기 모은 우리의 정맥 시들은 30년 동안 같은 목적으로 쓴 공동 체험 산행 시들이다. 어느 시든 답사적 성격을 띠기도 하고 내용에 따라 서로 상보적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시에서는 굳이 대간과 정맥을 구분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간보다 정맥 체험이 늦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간과 정맥 시집이 구분되었다. 실제로 비무장지대의 긴장감과 분단의 아픔은 대간과 정맥의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상황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대간의 향로봉과 정맥의 적근산에서 느끼는 아픔은 우리가 처한 현실 그대로의 분단 상황에서 오는 아픔이다. 다만 대간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간이 중심 산줄기라는 심리적인 인식과 지리적 조건 때문일 것이다.
대간이나 정맥이 아니라도 독도나 말도 혹은 그 어느 무인도에서든 우리 사는 곳에서 고통이 오는 곳은 근본적으로 분단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 모은 정맥 시편은 분단 상황이 낳은 시편이다.
어디서 누구와 올라도
대간길은 오를수록 뜨겁고
정맥길은 높고 푸르다.
-〈시 앞에〉
나는 흔들린다, 속삭이려고, 흔들린다, 귀 기울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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