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시 (빗방울화석 시집 열 번째)

바람의 시 (빗방울화석 시집 열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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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 비극의 경계에서 ‘시’와 ‘분단’과 ‘민주주의’를 직시하다
빗방울화석 시인들이 열 번째 공동시집 「바람의 시」를 출간했다. 1994년부터 시 창작 모임을 시작한 빗방울화석 시인들은 그간 백두대간과 정맥을 비롯해 멀리 몽골과 티베트를 아울러 분단과 역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왔다. 또한 자연과 생태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여러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공동시집을 발간해 왔다.
이번 공동시집 「바람의 시」 1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에서는 첫 번째 공동시집 「산늪」부터 이어져 온 분단의 역사를 향한 시적 탐구를 지금 당장의 현실로 호출한다. 남과 북을 가른 것은 녹슨 철책이지만 그 철책은 휴전선에만 있지 않다. 그 철책은 한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념의 간극으로 존재하다가 이제는 그 선을 넘어서 우리 현실에 폭력으로 등장해 버렸다. 2024년 12월 벌어진 계엄 사태가 그러하다. 아직 끝이 나지 않은 그 끔찍한 시간을 지나는 동안 빗방울화석 시인들은 한반도를 가른 그 비극의 경계에 서서 ‘시’와 ‘분단’과 ‘민주주의’를 직시한다.
2부 〈길 안의 집〉에서는 시인 각자의 개성과 사유를 담은 시편을 선보인다. 각자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린 사람과 사건과 장면이 시인 저마다의 언어를 통해 다채롭게 펼쳐진다. 칠갑산에서, 돈암동에서, 네팔에서, 주문진에서, 여수에서, 무인도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 시인들은 자신을 다져온 시간의 흔적과 시선의 방향을 단단하게 풀어놓았다.
삶은 격랑과 부침에 숨죽이는 강물 같은 것일까. 그래도 도도히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일까. 그 위를 바람이, 바람 같은 시가, 영혼이 불어 오고 불어 간다.

강물은 숨죽여 흐르고
벼랑 울리며 바다로 흐르던 바람이
한 자락씩 벽 차고 오른다
깃발 후려치고
그 자리에 드높이 떠 있다

먼 까마귀 떼 따라 더 멀리
먹구름은 황강댐 위에서 흩어지고
다시 한번 일렁이는 바람을 향해
펄럭이는 태극기, 옆에 유엔기

-신대철, 「바람의 시」 가운데
저자

빗방울화석시인들

저자:빗방울화석시인들
빗방울화석시인들은1994년부터백두대간과정맥을타면서남북분단의이념적인갈등,생태계의환경문제등당대사회가안고있는현실적인문제들을창조적상상력을통해표현하고있다.그동안공동체험을바탕으로『산늪』『곰배령넘어그대에게간다』『빙폭』『금강산에살다죽어도』『천지에서바이칼로』『타마리스크나무아래』『산상초원』『천장호수』『야생말들이툭툭얼음장을두드린다』등아홉권의공동시집을펴냈고,백두대간시집『혼자걸어도홀로갈수없는』과백두대간정맥시집『나는흔들린다,속삭이려고,흔들린다,귀기울이려고』와시선집『야고』를펴냈다

목차

시앞에

1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

신대철
·민북마을아이들
·바람의시
·민통선
·전망대에서전망대로
·눈발자국
·답사일지
·장바위
·대간령으로
·야간산행
·천상데미
·오서산2
김일영
·갯바닥건너
·봄은왜오지도않고겨울은왜또가지도않는가
·함성
손필영
·검은새
·갇힌길
·물총한줄기
·교동도망향대에서
·백암산정상에서
·김현식선생님
·널문리미루나무
·난민
조재형
·선포했다
·남태령대첩
·아이들의미소로지워지는선
·동해북부선
·그대있는곳이만물상그대있는곳이망양대
이성일
·정지!
·강물은어디서맑아지는가?
·너지?너맞지?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
·흩어진산
·바다가아니면
최수현
·황금빛자작나무
·마이산천지탑에서
이승규
·안국역
·안국역2
·전야
·봄의선고
·식목일
·흐른다는것이
·양구밖에서
·교동도구름
·주황색잠수함
·녹슨수평선
박성훈
·수상한밤에
·응원봉
·마중
장윤서
·교동도난정전망대에서
·당부
·없다
·계엄이성공했다면
·전국집에누워있기연합
·다시만난세계
·동물원에서
·키세스단
·가족을위하여
·절교
·주저하는이들에게
·시인의자리
·울린다,온다
·메아리하나
오하나
·2018년4월27일
·철책
한국호
·교동도망향대에서
·얼어붙은시간

2길안의집

신대철
·개복사나무
·자연의시간1
·점심골
·마곡동1
·마곡동2
김일영
·울타리
·춘백
손필영
·연밥
·칠면초
·길안의집
·민둥산에오르는샘
·탑골승방우물
·포도원언덕
·북정동우물
·날아간비둘기
·마사토방우산장
·코로나19와실시간
조재형
·박산골
·덕유평전에서
·수리취
·상금정할아버지
·무인도에서
·내성천1
·내성천2
·제비
이성일
·악성댓글같은
·혓바늘
·개구리,날다
·까마귀
·원형탈모
·뜨겁지않다면,빛은
최수현
·은하
·자작나무2
·바다
·열셋
·얼굴
이승규
·니시와세다언덕에서
·김중업(1922~1988)
·김종팔선생님
·비둘기낭폭포
·가을가기전에
장윤서
·나니11
·나니12
·나니13
·나니14
·나니15
오하나
·아소리내며
·유월
·고장난음수대
·참나리
한국호
·꽃다지같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임진강물굽이가한눈에들어오는
이일대가DMZ입니다’

태풍전망대에들어서자
한병사가지휘봉으로
상황판한가운데점선을가리킨다
산과마을과논밭이있던자리에
전선과고지이름만남아있다.

반세기가흘렀어도
휴전선을사이에두고
아직도방향잃고흔들리는깃발들

그날새벽4시에비상
두발에모래주머니차고
완전군장으로걷고또걸어
한밤에기지에도착
초병이자물쇠풀고철문을열어주었을때

아무도선뜻나서지못했다.
한번들어가면
무엇이되어돌아올지
아무도모르는안개모퉁이길

흙덩이구르다멎으면
칠흑과번개와심장이뒤엉키고
동족을향해밤낮
노리쇠후퇴,장전,고정
오발에지뢰에죽고
불안으로공포로살아
쭈그러진반합에하루를채우던또하루

집나간아내소식을기다리며
속태우는전우를위해
푸르디푸른하늘을믿고
답장없는편지대필하며수없이쓴
부모님전상서,본제입납

지뢰도이념도경계심도잊은채
한낮에는콘크리트총안에붙박여
벌거벗은아이들과
강넘나드는꿈이어꾼
그길망연히바라보는동안
머리끝을울리는소리

‘앞에도적?뒤에도적?’
‘탄핵하라내란수괴탄핵하라’

강물은숨죽여흐르고
벼랑울리며바다로흐르던바람이
한자락씩벽차고오른다
깃발후려치고
그자리에드높이떠있다

먼까마귀떼따라더멀리
먹구름은황강댐위에서흩어지고
다시한번일렁이는바람을향해
펄럭이는태극기,옆에유엔기
---「바람의시」중에서

국회안으로완전군장을한군인들이창문을부수고들어가려는모습이TV화면에보였다.
콧줄을끼고침대에누워만있던말을잊은엄마가눈물을흘린다.주름골마다눈물이스몄다.

거리는소용돌이가되었다.
군홧발소리도,총성도없었지만.

펄럭이던깃발이갈라져찢어졌다.
그들은손을뻗어잡지않았다.
검은새가울며날아다녔다.
---「검은새」중에서

누가문을두드린다
모두가비상계엄의
집단불면에시달리는
이밤에

흙묻은발로는오를수없는
아파트4층베란다창문을
두드린다,나뭇가지다

꽃필때잠깐
꽃잎인지눈발인지
해들지않는뒤꼍을환히
비추던왕벗나무다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
망나니윤석열의칼바람에
잊었던흙내가묻어온다

치솟는집값에,재개발
부동산투기바람에
묻어온다.국회본관
뒷마당에진입한헬리콥터
날개소리가묻어온다.

강제철거통지서와
시뻘건래커로휘갈겨쓴
스프레이페인트냄새에
묻어온다.국회앞대로에서
장갑차를막아세우던
시민들의분노가

공포로묻어온다.나지막한
집들의벽과지붕을무너트리던
포클레인이지나간자리에
집인지상품인지
층층이쌓아놓은매물에매달려

온다.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
피청구인대통령윤석열의파면에
울고웃는꽃들이또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
---「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는듯」중에서

“주문.피청구인대통령윤석열을파면한다.”
---「봄의선고-안국역4」중에서

이시국에시인은
민중의어디쯤있어야하나

민주시민에게화장실을못쓰게한다며
연로한건물경비원분에게욕설하는
유튜버들맨앞에서있어야하나
며칠을밤을새웠는지
묵묵히자리하고있는키세스단
그들뒤에서은빛주름들하나하나펴줘야하나
유명하지않은시인답게
안국빌딩후미진곳
흡연장소를서성거려야하나

한진행요원이햇살처럼모두에게외친다

통행에방해되지않게
서있지말고이동해주세요
---「시인의자리-20250402안국역에서」중에서

열쇠전망대에서보았다.
민가하나없는땅에
겹겹이쳐진남방한계선북방한계선군사분계선추진철책
사계청소대상이된나무풀
경계선이된길강
전투고지가된산능선
모든지형지물이감시받는사이
그냥풀그냥나무그냥강그냥산그냥길은없고
구름도적바람도적햇볕도적
적만있고사람은없는땅을보았다.
그리고보았다.
이통제구역을벗어나도
끝이보이지않는철책이
헌법재판소앞까지따라와
피켓을들고분노에찬구호를외치는
내또래여자와나사이를
가로막고대치시키고
적으로만드는것
내가어디를가든어디서
자유롭게걷고먹고자고일하고
생각하든나는이분계선에서한계선에서
한발짝도
단한발짝도벗어날수없는
철책이칭칭감긴땅에
서있는것보았다.
---「철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