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목욕탕

전쟁과 목욕탕

$18.71
Description
일본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두 일본인 저자가 ‘목욕탕 매니아’라는 이유로 의기투합해 책을 냈다. 한국과 오키나와, 태국 등 온천이 좋아서 시작한 여행이지만, 일제가 남긴 전쟁의 상흔을 마주하고 무거워진다. 즐기러 온 목욕탕에서도 가해의 흔적이 묻어나는 것을 보며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동래 온천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이름을 묻자 ‘일본인에겐 이름을 가르쳐주고 싶지 않다’라는 대답을 듣기도 한다. 목욕탕에서 시작한 여정은 마침내 대량 살상용 독가스가 생산되던 현장에까지 이르게 된다.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일 관계. 민간 차원의 관심과 교류가 절실한 상황에서, ‘가해자’ 측에 속한 두 저자가 사죄의 심정으로 쓴 이 책을 소개하며 이들의 진심과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저자

야스다고이치

태어나자마자시즈오카현의이토온천물로첫목욕을했다.주간지기자일을하다가논픽션작가로전향했다.저서로는『르포,차별과빈곤의외국인노동자』(고분샤신쇼),『헤이트스피치』(분슌신쇼),『학교에서는가르쳐주지않는차별과배제의이야기』(고세이샤),『‘좌익’의전쟁사』(고단샤현대신서),『오키나와의신문은정말로‘편향’되어있는가』(아사히문고)외에다수의저작물을발간했다.『인터넷과애국』(고단샤+알파문고)으로고단샤논픽션상,「르포,외국인‘종속’노동자」(월간《G2》기사)로오야소이치논픽션상잡지부문을수상했다.취재틈틈이탕에몸을담그는게기본루틴이다.
국내출간된저서로『일본‘우익’의현대사』,『일본넷우익의모순』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제1장정글노천탕과옛타이멘철도|태국
제2장일본최남단의대중목욕탕|오키나와
제3장목욕탕과때밀이,두나라에서살았던사람|한국
제4장귀환자들의목욕탕과비밀공장|사무카와
제5장토끼섬의독가스무기|오쿠노시마

부록/대담:여행도중에
글을마치며

출판사 서평

‘일본인이라죄송합니다’
『거리로나온넷우익』을통해일본의극우혐한세력을비판했던야스다고이치와따뜻하면서도예리한그림으로삶의단면을포착하는카나이마키가일본의태도에반기를들고뭉쳤다.태국과한국,일본각지의목욕탕을탐방하며가볍게떠난여행이일제가남긴전쟁의상흔을마주하게되면서점점무거워진다.
태국의힌다드온천은정글이우거진숲속에서노천탕을즐기는천혜의휴양지이지만,애초일제침략군이자신들을위해지은시설이다.이온천으로향하는‘남톡지선’은일제가침략의발판을마련하기위해건설한옛타이멘철도이다.콰이강의다리에서“일본인이세요?”라고묻는관광객에게‘일본인이라죄송합니다.’라고답하는카나이의속마음처럼,이책에는일본인으로서지닌가해와그에대한속죄의식이묻어난다.

‘일본인에게는이름을가르쳐주고싶지않아요’
일본에대한애증이짙은한국의부산.해운대에서만난최병대선생은한국과일본을오가며엔카를듣고자란세대다.해방후일본대사관에서일하며조선인남성의일본인아내등한국에체류하는일본인을돕는데앞장섰다.이들은전쟁직후한국의적대적인분위기속에서어렵게살았고,본국으로돌아가도차별받는경우가많았다.일본인을돕는최씨를바라보는주변시선도곱지않았지만,이들또한전쟁이낳은희생양이라여기고도움의손길을멈추지않았다.
동래온천에선‘일본인에게는이름을가르쳐주기싫다’라던한75세할머니를만나고나서자신들의여행이만만치않을거라는예감을한다.

벌거벗은일본의가해역사
저자들은일본의귀환자마을사무카와에이르러일제가저지른잔혹한범죄,독가스이페리트를생산하던현장으로향한다.두사람은이곳에지어진최초의공중목욕탕‘스즈란탕’을취재하러갔다가뜻밖의이야기를듣게된다.이지역에서독가스를만든공장이있었다는것이다.그때부터두저자는꼬리에꼬리를물며휘몰아치듯전쟁의증언속으로빨려들어가마침내이페리트독가스무기라는,일제가저지른가장참혹한범죄의핵심에다다른다.
두사람은사료를뒤지며징용공들의기록과회고록을찾아내고,사가미군수공장부지와유독물질이담긴맥주병이출토된‘A사안구역’을방문한다.16세에사가미군수공장에서이페리트폭탄을만들던이시가키하지메씨는90세가되도록당시상황을또렷이기억했다.열여섯살때그가그린자살공격전투기와징용공들의노동현장의그림에는전쟁의민낯이그대로드러나있다.

토끼로독가스의이미지를가리는일본
목욕탕에서출발한이이야기는부동성(浮動性)이페리트와적통(재채기가스탄),루이사이트등을만들던독가스의섬,그러나오늘날엔토끼섬이라불리는오쿠노시마까지이어진다.이섬은독가스의이미지를가엾은동물을빌미로은폐하려는일본의가증스런역사인식이적나라하게드러나는곳이다.저자들은여기서도역사의진실을끊임없이외치는일본인들을만난다.14살부터3년반동안오쿠노시마독가스무기공장의양성공으로일했던후지모토야스마씨가그렇다.95세의나이에도당시독가스의화학공식을줄줄이외던그는독가스무기를만들며전쟁에일조했던자신과,전쟁을일으킨국가와,자신을괴물로만든전쟁그자체에분개한다.훗날중국에가서희생자유족들에게머리숙여사과한그는독가스에대해증언하기위해살아가고있다고말한다.두저자는후지모토씨가쏟아내는날선말들과그에동요하는자신들의속마음을생생하게기록한다.

잊히도록두어서는안되는전쟁의상흔
온천과목욕탕은긴장을풀고이완되는공간이다.식민지의일본군도,학살당하던주민들도,일제에협조하던조선인도,가혹한노동에죽어가던노동자도,독가스무기를만들던징용공도탕에몸을담글때면똑같이벌거벗은인간이었다.그러나전쟁은그러한온천에도가해와피해의흔적을남겨놓았고,누군가는그흔적을지우며역사를기만한다.편안하고소탈한온천탕의대화속에섬뜩하고서글픈진실을담은『전쟁과목욕탕』.이책에등장하는수많은증인의이야기처럼,세상에는결코잊히도록내버려두어선안되는이야기들이있다.

들어가며
목욕탕에서만난사람은다들표정이좋다.남탕은어떨지모르겠지만여탕은탈의실에서부터활기가넘친다.아주머니들이가슴을내놓은채우스갯소리로흥겨워하는풍경과만나면뜨거운탕에몸을담그기전부터온몸이노글노글풀린다.
탕속에도가지각색재밌는이야기가담겨있다.알몸이된사람은마음도무방비상태가되기마련이다.맞선을본사연,매실주담그는법,귀신본이야기등뭐든다나온다.
몇년전,전기탕(저주파전기가흐르는탕으로,전기자극으로몸의피로를풀어준다는속설이있다.-옮긴이)에서만난할머니가잊히지않는다.그녀의오빠는태평양전쟁에참전한병사였다.
“군대에서는한명이잘못하면모두가벌을받는대.우리오빠가겪은일인데,일렬로서서손을잡게하고는전기를흘려보냈다나봐.그게너무아팠대.”
전기탕에들어앉아전기고문이야기를듣다니,묘한기분이었다.
야스다고이치씨와‘목욕탕친구’가된건몇년전부터의일이다.가끔만나동네목욕탕에가고목욕이끝나면맥주를마신다.차별반대운동의현장에서분투중인야스다씨와마시다보면아무래도그쪽으로화제가흘러간다.
세상에는차별을조장하는책,역사를왜곡하는책이넘쳐난다.심지어잘팔린다.분하다.어이없다.그런이야기를주고받으며녹차하이(일본식소주에녹차를섞은술-옮긴이)두번째잔을들이킨다.
“혐오를조장하는책보다카나이씨책이훨씬더재밌는데.”
“열심히취재해만든작가님책보다적당히짜깁기한책이더팔린다니,말도안돼요.”
이렇게서로를위로하지만어쩐지책이팔리지않아몽니를부리는심정같기도하다.녹차하이잔에맺힌물방울을손가락으로훑는다.가슴속에서질타의소리가들려오기시작한다.
‘재미도있고팔리는책을만들어맞서면되잖아!’
그렇다.역사수정주의따위를걷어차는재미있는책을만들면된다.비뚤어져있을때가아니다.카나이마키사마귀가앞발을치켜든다.(당랑지부(螳螂之斧)의사마귀를본인에비유한것.당랑지부는사마귀가앞발을들고마차를멈추려는데서유래한고사성어로,강한상대에게무모하게덤벼드는일을일컫는다.-옮긴이)야스다씨가웃으며말한다.
“같이만들까요?”
둘다목욕탕을좋아하니까이런저런탕을경험해보는책은어떨까?수증기너머에있는역사의진실을펼치는거다.최고로기분좋은책,제대로된책을만드는게우리의목표다.목을씻고기다려라,역사수정주의!이렇게카나이마키와야스다고이치는도끼자루끝에목욕수건을걸고길을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