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세기 초 파시즘의 시대를 거슬러 자유를 향해 나아간 건축가, 잔카를로 데 카를로의 자전적 스토리를 소개한다. 젊은 시절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뒤늦게 건축가가 되었으나, 건축을 ‘건축가에게서’ 빼앗아 사람들에게 돌려주려 했던 인물이다.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데 카를로의 삶 전체를 돌아보며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경험과 노년까지 작업했던 프로젝트들을 짚어보고 그가 건축으로 구현하려 했던 세상을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질서가 재편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에너지 넘치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다방면에 걸친 활동으로 유럽 건축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하던 그가 한 인간으로서 추구했던 삶의 궤적을 살피다 보면, 우리가 정말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이며 그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저자

잔카를로데카를로,프랑코분추가

잔카를로데카를로는1919년제노바에서태어났다.1943년밀라노공과대학을졸업한후2차세계대전에참전했고휴전후엔밀라노의건축가들과프롤레타리아단결운동과레지스탕스에참여했다.
활발한사회활동중에도건축가의꿈을버리지못한그는다시공부를시작하여1949년베네치아건축대학IUAV을졸업했다.
1952년부터‘근대건축국제회의(CIAM)’에참여했고‚1960년엔‘팀텐Team10’의창설을주도했다.1976년‘국제건축및도시디자인연구소(ILAUD)’를설립했고‚건축잡지《카사벨라Casabella》의편집진으로활동했다.1976년건축평론지《공간과사회SpazioeSocietà》를창간‚2000년까지발행인을맡아서국제적인네트워크를유지하고유럽건축계에대안적인목소리를냈다.
베네치아건축대학을비롯해예일‚코넬‚MIT‚UCLA등에서가르쳤다.1993년영국왕립건축학회의골드메달(RIBAGoldMedal)을수상했고2005년밀라노에서생을마감했다.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1장:유년기부터레지스탕스활동기까지
2장:전후시기
3장:중년기로접어들던1960년대
4장:건축의대주제들
5장:아나키즘

잔카를로데카를로의활동연보
옮긴이의글:아키텍처와아나키

출판사 서평

체계와통제를거부한자유주의건축가
잔카를로데카를로는1919년이탈리아에서태어나2005년생을마감한건축가로,영국왕립건축학회의골드메달을수상한자유주의건축의대표적인물이다.2차세계대전과파시즘의시대엔선박엔지니어이자레지스탕스로,전후엔건축가이자교육자로활동하며다이나믹한삶을이어간그는인터뷰를시작하며이렇게말한다.“대화의방향을어느한쪽으로정해놓지말고자유롭게이야기하고싶습니다.사실은제가생각할때나설계할때도이런방식을따르니까요.”진정한자유주의자였던데카를로는삶전체를관통하는이념은물론일상적인행동과언어사용에서도일관된면모를보인다.

어디서나이방인이었던유년기
어릴적어느건물통로에서살쾡이를마주치는바람에도망칠공간을찾던경험으로부터3차원의공간을지각하기시작했다는그는제노바와리보르노,당시프랑스식민지였던튀니지로거주지를옮기며여행자와같은청소년기를보냈다.그를키워준외할아버지가철로감시원이었던덕분에그는일찍이튀니지곳곳을여행할수있었다.다양한지역의건축물을접하며어디서나이방인으로취급되던경험,튀니지에서아랍인들의베일에싸인듯한생활양식을접하고느낀강렬한인상은평생토록그가당대의흐름이나특정학파에속하지않고자유롭게활동할수있었던자양분이되었다.

파시즘에온몸으로맞선아나키스트
파시즘의물결이유럽을뒤덮던시기에그는레지스탕스로활동하며공산주의에맞섰다.반파시즘운동권의한가운데서언제든붙잡혀죽을수있는위험을무릅쓰고숨어다니던때에도그의삶은풍요로웠다.이시기에그는아내줄리아나를만났고,변장을하고거리를배회하면서친구들과은밀한회합을가지던,낭만과위험이뒤섞인청년기를보냈다.때로연행되거나시민들의냉대를받으면서도그는파르티잔으로서활동을이어나갔고,산속에숨어지낼때르코르뷔지에의도면을필사하며,동지들에게건축강의를이어갔다.파시즘이무너진후에는광장에거꾸로매달린무솔리니와그일당들에게온갖모욕을가하는군중을보며인간성이어디까지망가질수있는지를목격한다.이때를회고하며그는마땅히죽어야할비열한인간들이지만,‘누군가의굴욕은모두의굴욕이고인간자체의파멸을의미’한다며인간성의한계를짚는다.

건축은생동하는과정
잔카를로데카를로의건축작업에는효율성,위계질서,일률적과정,목표지향같은개념은찾아볼수없다.서구적인계몽주의에이의를제기하면서목표는언제나상황에따라유동적이어야하며,목적이수단을정당화하는길로접어들면위험하다고말한다.그의건축은인간의삶을지탱하는근원적동기이자자연과의접촉이며,목적이란주소지와같은지향점으로만작용한다.아나키스트가추구하는지향점이그러하듯건축또한생동하는과정이다.데카를로가참여의건축과자가건축을추구한것도인간의개별성과다양성은오로지생동하는과정이유지되어야만가능하다고보았기때문이다.

건축과자유
그렇다면건축과자유는어떤관계인가?독자들에겐다소생소하게느껴질수있는이주제에대해데카를로는직접적인언급대신,자신이전생애를통해견지했던아나키스트의면모를보여준다.그는아르케arche/아나키anarchi/아키텍처architecture라는삼각구도를통해건축을파악한다.이는건축을아르케,즉근본적원리를지상에구현하는최적의기술techne로보고이를건축의사명으로인식하는태도와는달리,원리또는진리의유일성자체를상대화하는‘아나키an-arche’의편에섬으로써,아르케의도그마에서벗어날수있는가능성을건축에부여한다.바로이지점에서건축은자유와만난다.잔카를로데카를로가실천을통해보여준이런관계는,건축에만국한되는문제가아니라인간본성의해방을향한절대적지향이었다.독자들은그의삶을엿보면서그동안아나키즘의진정한의미를매우좁은시각으로이해하고있었다는사실을,그것도건축을통해서확인할수있는기쁨을누리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