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기후윤리

건축과 기후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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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의 건축과 도시를 폭넓은 시야로 살펴온 서울대 건축학과 백진 교수의 저서 『건축과 기후윤리』의 한글판이 나왔다. 점점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로 고심하던 저자는, 일본의 철학자 와츠지 테츠로의 ‘풍토론’에서 영감을 받아 기후 현상에 함축된 윤리적 측면을 조명한다. 아울러 이를 창작의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기후에 대한 지식은 쌓여가지만 왜 정작 ‘기후’와 삶의 내밀한 연관성은 점점 더 사라지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데이터로 접근하는 사이 놓쳐버리는 기후의 진상은 무엇이며, ‘너와 나’의 이분법을 넘어서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는 과정에서 기후의 윤리적 역할은 왜 중요한 것일까?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그동안 자연과학에만 의존하여 지속가능성을 논하던 우리의 태도를 버리고,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지구 환경 전체를 바라볼 것을 촉구한다. 건축과 도시는 물론이고, 공동체의 윤리적 면모가 갈수록 소진되어가는 우리 사회에서 홀로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되돌아오길 기대한다.
저자

백진

서울대학교에서건축학을전공하고동대학원을졸업한후,미국의예일대학교에서건축학석사학위를,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건축학박사학위를받았다.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동경대에서교편을잡았고,현재는서울대학교건축학과교수로재직하며건축및도시이론을가르친다.지구적관점에서수용가능한보편적주제를발굴하고,이를토대로한국근현대건축과도시가걸어온역사적궤적의특수성과위상을해석하는작업을진행하고있다.아울러현상학을기반으로건축과도시의기저성과윤리적역할을살피고,역사,기술,미래도시담론사이의상관관계에관해서도탐구하고있다.건축,도시분야의세계적석학들과긴밀한네트워크를유지하며,「건축과현상학InternationalArchitectureandPhenomenologyConference」,「아시아의도시문화AsiaCitiesCulture」등다양한국제심포지엄을기획하고,국제학회의키노트스피커및초청연사로강의하였다.네이버TV‘서울대지식교양강연-생각의열쇠,천개의키워드’시리즈에서「건축의구축과문화적의미」,「정의와도시」라는제목으로강연을진행하였다.

저서로는『Nothingness:TadaoAndo’sChristianSacredSpace』(Routledge,2009),『풍경류행』(효형,2013),『ArchitectureastheEthicsofClimate』(Routledge,2016)가있고,ArchitecturalResearchQuarterly,JournalofArchitecturalEducation,ArchitecturalTheoryReview,PhilosophyEastandWest등다양한저널에논문을발표했다.다음책으로『정의와도시』,『건축과도시의현상학』을집필중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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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서문
서문

1장와츠지테츠로의풍토개념과문화적의의
하이데거의현존재를넘어서
풍토란무엇인가?
‘탈자적존재’와공동의자각
지역결정론을넘어서
다자간차원의윤리
풍토적한계를넘어서는개인과‘간풍토성間風土性’

2장개방성과풍토:일본전통가옥에서재발견한지속가능성의의미
일본전통가옥에대한비판
개인주의와복도의등장
고정벽과환풍구
일본전통가옥의개방성
근대성과안팎의이원성
공동대응과공간의구조
공동성에서프라이버시로
풍토성과현대주택

3장연대와‘온기’의생태학:리처드노이트라의생태건축
정신분석학과실증주의를넘어서
다양한기운과조화로운균형
정박과기운의조율
모태공간의재현과빛의양수
온기와다자간차원의일본전통
마주봄과‘우리’의생태학
에코스와연대

4장지역성과초지역성의변증법
비판적지역주의를넘어서
지역주의에대한비판
풍토와건축적‘코드’의신체적효능
풍토와대립항의변증법
대립적균형과삶의양상
간풍토성間風土性과지역적경계를넘어서
지역성과초지역성
유형과차이

결론
감사의말
도판목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공간에내던져진현존재,풍토적인간

서구전통의이원론적세계관은인식주체인인간과그대상인자연을분리해놓았다.하이데거는이러한사유가인간과자연을동떨어진존재로나누어,자연물을인간의편의적인자원이나도구로인식하게만들었다고비판했다.와츠지는하이데거의사상을수용하되,시공간안에던져진존재의‘피투성’을더욱강조하면서자신의사유를심화했다.그는특히‘공간성’을인간존재를규명하는키워드로보고,인간이내던져진공간이자모든체험의배경이되는자연조건을‘풍토’라는포괄적인개념으로파악했다.저자는와츠지의풍토론을이어받아기후변화와자원고갈의위기를맞고있는오늘날,건축과도시가나아갈지향점을다시설정한다.인간이만든구조물이개인에게‘풍요로운공간경험’을제공하는데에집착하느라기후와삶의내밀한관계를놓쳐버린다면,사회전체의측면에서는윤리,즉‘에토스’의영역을잃어버릴수있다는것이다.

‘우리가누구인가’를발견하게해주는거울,풍토

저자는철학자에라짐코하크의말을빌려자연이우리에게‘나타나는’양태야말로실재하는세계의모습이라말한다.실제로우리는어떠한사물을접할때,사물자체가아니라그것을둘러싼환경이나맥락속에서인식한다.‘물’을인식할때면H₂O라는기호로표기되는물질이아니라더구체적인양태,예컨대‘고즈넉한화장장의반사연못의물’처럼특정의환경과정서적분위기가수반된다는것이다.이처럼자연은인간과동떨어진객체가아니며인간또한자연을맘대로조작하는주인이아니다.자연현상은인간의성정과맞물리고,이양자의융합속에서‘의미’로가득찬풍토의세계가탄생하는것이다.그러기에풍토는인간성정의다양한양상을발견하게하는은유로서우리에게다가온다.다양한풍토와그에관련된인간유형을몬순의인내심,사막의끈질김,초원의합리성등으로정의하는경우가바로좋은예이다.

일본의전통가옥과노이트라의건축에서발견한풍토성

오랜세월동안인간은폭염,홍수,태풍등과같은기후현상에대응하는방식으로공동체의차원에서상호연대하는삶을살아왔다.이과정에서풍토는서로다른개인들을하나의‘나’로묶어내는것,즉‘공동의자각’이라는현상이탄생하는동인이었다.이공동의자각에기반한기후현상에대한대응은삶의패턴으로자리잡게되고,이패턴은다시어떤상황에서벌이는특정행위의적절성여부를판별하는기준이된다.이것이바로윤리의어원인에토스이다.현대에불문율처럼여기는‘프라이버시’를구현하는공간과는대척점에서극적인개방감을구현한일본의전통가옥은바로다자간연합을통해일구어낸에토스의공간이다.캘리포니아사막에자리잡은리처드노이트라의주택또한풍토에대한대응을담고있다.불과바람,불과물의만남을조율한다.그리고이기운들사이의균형을회복하는전략적위치에사람을모아주고정박시키는데이베드와같은가구를위치시켰다.노이트라의작품은일견모더니즘건축을표상하는백색의오브제처럼보이지만,그의관심은세련된이미지의창조가아니라,풍토가지닌다양한특질사이에새로운관계를조율하고사람을불러모으는정박지로삼는다는점에서오늘날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

초지역적표상과풍토의결합,안도다다오의「빛의교회」

카탈로그를보며재료를주문하고,공조시스템이보편화된현대에풍토와지역성을논하는것이여전히유효할까하는의문을가질수있다.지역주의를비판한앨런콜퀴훈은더이상대지에뿌리를두지않고이리저리부유하는초지역적표상으로인해,오늘날지역성을논하는것은시대착오적이라고주장한다.하지만저자는초지역적표상과풍토가훌륭하게결합한사례를거론하며풍토론이여전히유효함을입증한다.안도다다오의「빛의교회」는습도가높고대기가흐려서명암의대비가낮은몬순지역에지어졌다.건축가는건물남쪽벽에십자가를뚫어직사광을받아들이고나머지부분은어둡게하여명암의극적인대비를구현해낸다.이를통해어둠을찬란히밝히는빛의십자가가탄생한것이다.게다가콘크리트벽의한기는빛의십자가를통해들어오는온기를더욱따스하게만든다.어둠과빛이,그리고추위와온기가서로결합한다.대립항들이상호의존하는이네트워크속에서십자가는지적으로해독되는기표가아니라찬란함과따뜻함이라는기운으로먼저다가온다.그리고어둠과추위에사로잡힌신자의신체속으로거침없이파고들어간다.십자가라는초지역적표상의지각적효능을극대화시킨안도의건축물은풍토론의관점에서도매우훌륭한사례가된다.

풍토위에서새롭게표현되는삶의전형성

저자에따르면인류에겐지역성을뛰어넘는삶의이상과전형성이있고,이것이개별적인시공간에서풍토를만나며확증되고실현된다는것이다.권위와평등,개인성과공동성,출생과죽음,유한성과무한성,일시성과영원성같은인간의이중적이고영속적인조건은시대와사회를초월한삶의전형성을논할수있게하는토대이다.집단이모이면자연스럽게원형으로모여앉거나춤을추는것은시대,인종,지역을초월하여목격되곤한다.그리고수학자가먼저원을그린후그모양을따라춤을추라고해서이런일이벌어진것도아니다.즉원은기하학의산물이기이전에구성원간에평등한관계를구현하고자하는공동체적염원을담는삶의산물인것이다.저자는건축과도시에서도전형성이창작의기반이라고주장한다.상호간공유되는전형성이라는토대위에서만건축가의창작물이담아내는독창성을논할수있다고주장한다.이처럼전형성과차이라고하는이중적인구도속에서건축창작의가치를정립하고자하는저자는풍토에다시주목한다.초지역적전형성은풍토를초월한‘발견’의대상이지만,그전형성을구현하는구체적인형식은바로풍토의영향아래놓인‘발명’의대상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