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그리는 마음 (그림으로 쓴 우리 동네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서촌 그리는 마음 (그림으로 쓴 우리 동네 이야기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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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린 시절은 영원한 노스탤지어인가. 작가 정광헌은 이런 물음에 답하듯 옛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작가는 한국 전쟁 중이던 1952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네 살 때 서울로 이사 온 후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서촌에서 보냈다. 전쟁 직후 모두가 힘겹게 살아가던 60년대, 어린아이의 눈에는 세상천지가 놀이터요, 만물이 장난감이었다. 언덕에서 구르다 쇠똥구리와 맞닥뜨린 두세 살 적 첫 기억부터 20대 청년이 되어 대학 재학 중 긴급 조치 위반 혐의로 구속된 후 군에 징집되기까지,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의 생활상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가 포개져 있다. 수출의 역군으로 지구촌을 누비던 작가는 70대에 접어들어 가난하지만 따뜻했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며 정감 있는 그림들로 그 시절을 복원해 냈다. 독자들은 작가의 놀랍도록 세밀한 기억이 되살려낸 60여 년 전 서울의 서촌, 그 풍속화 같은 장면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저자

정광헌

6.25전쟁중이던1952년경기도광주에서태어났다.경기도금촌에서유아기를보내고네살때서울의서촌으로이사해송강정철의집터였던청운국민학교를거쳐겸재정선의집터에자리잡은경복중⸱고등학교를졸업했다.서울대사범대학에서독일어를전공했고,육군에입대하기전까지20년을서촌에서살았다.1978년대학을졸업하고대한민국수출의역군으로국가건설에이바지한다는포부로삼성물산(주)에입사했다.독일주재원으로파견되는등전세계를대상으로해외시장개척과선진기업들과의국제교역에매진하였으며,국내상장회사의CEO와동부그룹동부LED대표이사를역임했다.은퇴후에도국내벤처기업들의신사업개발과해외시장진출을돕는개인사업을운영하면서KOTRA와무역협회의자문위원과방위사업청국제계약자문위원등으로활동했으며현재서울청운초등학교운영위원장으로봉사하고있다.

목차

추천의글
축하의글
프롤로그

유아기의기억조각들
쇠똥구리의추억
아버지의찐빵
가로수가울창했던왕릉길
거머리에물려정신없이달리던길
닭을서울로데려갈래!
서울의첫인상
멀어져가는금촌을바라보며

어린시절의서촌
이불꾸러미에서떨어진‘미루꾸’
나의소꿉친구,주인집딸
이름도얼굴도잊었지만
분꽃향기가가득한집
누상동네번째집
외할머니댁가는길
국민학교입학과소중한만남
처음으로절망을느낀날
빈곤속의교육열이나라발전의원동력이었나?
인왕산을베개삼아풀피리불어주던선생님

우리동네서촌
옥인동우리집
내방창문으로들어온북악산
누상동작은이모네
필운동작은이모네
누하동목욕탕의추억
천지가놀이터,만물이장난감
만화방의추억과「라이파이」의회고
자하문밖자두서리
통인시장가는길
전차운전사가되고싶던아이들

나를키워준서촌
청와대앞길에서
군것질거리와사과중독
산천은의구하되인걸은간데없네
나라를뒤흔든시위와혁명속에서
아리랑골목에서의인생연습
서촌에서태어났다사라진이들
수성동계곡과함팔이의추억
각삼등분으로노벨상을꿈꾸다
49년전,1974년7월4일그날
육군병사로징집되다

서촌지도

출판사 서평

그림으로되살려낸60년대서촌풍경
잊히지않고,잊고싶지않은기억들
서촌은동쪽으로경복궁과청와대를,서쪽으로인왕산을끼고있는동네다.자연과역사,문화와정치적배경에둘러싸인이특별한공간은작가의성장기에큰영향을미쳤다.정광헌작가는네살때서촌으로이사와서유년기부터학창시절을거쳐청년기를보냈다.어느덧노년에접어든작가는아버지의유품을정리하다가“회상기”라는글을발견하여읽어보고자신도후세들에게무언가를남겨주고싶어기억에남아있는어린시절장면을하나하나그림으로그리기시작했다.
작가는60년대서촌의풍경을놀랍도록세밀하게되살려낸다.장마다활짝열리는대문처럼독자를맞이하는그림속에는그의기억이고증하는시대상이정감있게표현되어있다.작가의유년기모습이담긴낡은흑백사진에는흘러온시간만큼이나짙은향수가느껴지고,글에서는어느기억도놓치지않으려는듯세세하게그시절의모습을담아낸다.언뜻조선시대풍속화의분위기를떠올리게도한다.

천지가놀이터,만물이장난감
인왕산부터아리랑골목까지어린날의인생연습
정광헌작가의첫기억은두세살적맞닥뜨린쇠똥구리다.언덕에서넘어져구르다보았던쇠똥구리가엄청나게큰쇠똥을굴리는모습은그의기억에생생히새겨졌다.서촌으로이사온후인왕산을놀이터삼아자랐다.인왕산의넉넉한품안에서사계절을보내며놀던그의기억은더없이소중한보물이되었다.
어릴적작가의어머니는분꽃이피는것을보고저녁밥을지을시간이라고말씀하시곤했다.오후4시경에꽃을피우기때문이다.인간의하루가자연과더불어피고지던때였다.장난감도,TV도없던시절,골목길은아이들에게거실이자놀이터였다.더운여름이면인왕산계곡물에뛰어들어하루를보냈다.가재도잡고참새도잡고으슬으슬동굴탐험도했다.전쟁후모든것을다시시작해야했던척박한환경은,자라나는아이들에겐오히려자연이살아있어짜릿한모험을즐길수있는천혜의조건이기도했다.
그러나한국전쟁의여파는짙게남아있었고아이들은그분위기를체감하며자랐다.막대기나솥뚜껑,솔방울따위를가지고전쟁놀이를하는가하면,동네사이에패싸움이일어나기도했다.학교주변에있는비밀스러운‘아리랑골목’에서결투가벌어지기도했다.체벌이훈육수단이되기도하던시절,정광헌작가를비롯한그시절의아이들은시대가요구하는생존법을자연스레익히며자랐다.

넝마주이,굴뚝소제부,똥퍼,시내버스안내양,한밤중의야경꾼
서촌풍경을이루던온갖소리와사람냄새
작가의가족은서촌에서셋집을전전하며터를잡았다.초가집과기와집,양철집들이옹기종기모여있던서촌은인구밀도가높아늘복작거렸다.학급당학생수는100명이넘었고집마다아이들목소리가담장을넘었다.아침에인왕산에서들려오는“야호~!”소리로시작해출근과등교인파,소달구지의둔중한덜컹거림과정오의사이렌,장사치들의흥정소리가이어진다.한낮의적막함도잠시,오후엔하교하는학생들과퇴근하는사람들,밤엔취객들의고성과야경꾼의딱딱이,찹쌀떡과메밀묵~자정의통행금지사이렌이울리기까지좁은골목마다온갖소리가난무했다.사람사는소리가바로곁에서들려오던서촌은쪽창으로음식을나누며안부를묻던이웃들이가난마저공유하며외로움을달래던곳이다.
지금은사라진직업군의모습도볼수있다.망태기를매고넝마를줍고다니던넝마주이,징을울리며“뚫어~!”하고외치던굴뚝소제부,재래식변소의오물들을치워주는‘똥퍼’,늘만원인시내버스에서승객들을뱃심으로밀어넣던안내양등서촌뿐아니라그시절도회지사람들의일상을채워주던이들이었다.
생사(生死)에관련한의례도동네에서이루어졌다.베이비붐시대였으니항상대문엔금줄이걸려있었고,누군가세상을뜨면집안에서장례를치렀다.서울한복판에서전쟁을치른동네,서촌에는삶과죽음이일상속에서함께호흡하고있음을어린날의작가는생생하게기억해낸다.

아이의눈에비친현대사의질곡들
분단된개발도상국의희망
작가가회상하는어린시절풍경에는우리나라현대사의곡류가함께흐른다.초등학교교실칠판위에는태극기와함께이승만대통령의사진이걸려있었다.등하교시간에는어린이합창단이부른「이승만대통령찬가」가대형스피커를통해동네에울려퍼졌다.당시유명한코미디언곽규석과구봉서는“미국에는?원자탄!”,“소련은?수소탄!”,“한국은?구공탄!”이라는자조적인만담을하기도했다.
국가재건에힘써야하는개발도상국으로서교육은지상과제였다.초등학생중절반이과외를받던교육열의시기,학부모들은공부방에저녁밥을해나르며자식들을공부시켰다.작가는저녁밥을차려오다넘어져다치면서도시간맞춰공부방에갖다주시던어머니를회상한다.
1960년4.19로제1공화국이막을내렸다.당시초등학생이던작가에겐그역사적순간이하굣길에본산산조각난파출소의출입문이미지로각인된다.1968년1월21일에는집에놀러온친구들과이야기하던도중창밖으로번쩍이는불꽃을본다.폭음이들리며북악산전체가야광탄이터진듯밝아졌다어두워지기를반복했다.북한의무장공비들이청와대습격을시도한1.21사태였다.

시대의물살에휩쓸려서대문형무소로,군대로
그시대를살아낸모두의이야기
1974년7월4일,작가는다니던대학안에서형사에게연행되어중앙정보부의조사를받는다.민청학련관련긴급조치위반혐의로끌려가서대문형무소에수감된그는가족과도연락이두절된채실종상태가되었다.독방에서지내며살인강도무기수,반공법을위반한소설가,함께잡혀온동기등다른죄수들과통방(감옥창살사이로소통하는것)하며불안과외로움을달랜다.90여일만에석방되어나온그는곧장군징집대상이된다.입대를앞두고불안한마음에지인을만난8월15일에육영수여사가피격되어사망한다.온나라가초상집이된가운데한달뒤그는입대하며서촌을떠난다.
시대의물살에휩쓸려정든고향을떠나게된작가의삶은그시대를살아온모두의삶이기도하다.작가는젊은날고초를겪게만든시대를원망하지않고이후국가가필요로하는산업의역군으로한평생일해왔다.노년이된지금은이따금인왕산을올라수성동계곡을지나며참방거리던어린시절추억에잠긴다.그때즐겨보던만화「라이파이」의비밀요새가그바위어디쯤이라고여전히믿으며서촌골목을탐방하고그시절자주찾던눈깔사탕집터에들어선새건물을바라본다.초가집,기와집이뒤섞여있던한옥들은연립주택으로변했고,소달구지나똥퍼,야경꾼지나다니는소리도더는들리지않는다.그시절서촌의모습은그곳을목격한사람들의기억속에만남게되었다.

이책은사라져가는것들에대한찬가이며,우리가잃어버린것들에대한송가이다.어린시절의기억을공유하는오랜친구들이‘추천의글’과‘축하의글’을헌정한것도이런의미에서다.작가가꼼꼼하고익살스러운그림으로되살려낸60여년전서촌의모습에서우리가현재어떤시간을거쳐오늘에이르렀는지,우리가잊지말아야할것은무엇인지를새겨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