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의 나무를 찾아서

옛글의 나무를 찾아서

$24.00
Description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어릴 적 선친께 한문을 배운 작가 권경인은 한자문화권의 고전을 탐독하다가 식물을 대하는 선인들의 태도가 현대를 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뒤뜰에 무성한 ‘잡초’부터 안마당의 과실수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이름을 지어 부르며 자신의 인격을 투영해 바라보던 태도. 이는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식물 애호 또는 ‘반려 식물’의 관점에선 찾기 힘든 정서적인 ‘쿨함’이 존재한다. 선인들의 이 같은 태도에 매료된 작가는 대상 식물의 개별성을 쿨하게 인정하되, 유형성이라는 틀 안에서 그 이름이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며 미묘하게 변화된 이력을 추적하기로 한다.
옛글에 등장하는 나무가 정확히 어느 종을 가리키는지 알아내기 위해 직접 찾아다니며 ‘식물덕후’로서 본격적으로 ‘덕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과정을 2020년부터 브런치북에 연재했고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을 수상했다. 옛 선조들이 나무를 보며 느낀 감상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이 책은 독자들에게 옛글의 향기와 더불어 나무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전해줄 것이다.
저자

권경인

경북안동의산골마을에서태어나집안에서한문을배우며성장했다.서울대학교계산통계학과에서컴퓨터과학을전공하고LG정보통신(주)연구소에입사,전자교환기개발에참여했다.그후30여년간정보통신산업분야에종사하며4G/5G이동통신기지국등각종통신장비를개발하고공급하는일을했고,1998년KAIST정보및통신공학과에서공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

어린시절부터식물에대한호기심이많아주변의식물,특히나무이름을알고싶어했고,옛글에묘사된나무가어떤것인지궁금해했다.2018년부터식물애호가모임‘열두달숲’의회원으로전국각지를답사하면서식물을감상하고,옛글에소개된식물을탐구하여글을쓰고있다.2019년부터「향토문화의사랑방안동」에식물이야기를기고했다.현재브런치작가로활동하고있으며,제10회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특별상을수상했다.

권경인작가의브런치스토리
brunch.co.kr/@783b51b7172c4fe

목차

머리말

감당甘棠
좋은정치를상징하는나무감당

계桂
선녀와토끼가살고있는달나라의계수나무는?

괴槐
초여름에노란꽃을피우는학자수회화나무

극棘
주나라재상을상징하는묏대추나무

단檀
한민족의상징,단군신화의신단수가박달나무일까?

동桐,오동梧桐
봉황이깃드는벽오동과동화사오동나무

동백冬柏
‘말못할사연을가슴에안은’동백꽃과산다화


쓰임새가없어서천수를누리는상수리나무


다산의유배지강진에서사랑받는멀구슬나무

목란木蘭,신이辛夷
고결한봄의전령사목련,백목련,자목련

백柏
측백나무가언제부터잣나무로전해지게되었을까?

보리수菩提樹
깨달음을상징하는나무에서겨울나그네까지,보리수와피나무

비파枇杷
비파모양잎을가진사철푸르른비파나무

삼杉
근대에조림된남부지방의삼나무,그리고잎갈나무

상桑,염
사랑스러운뽕나무와활을만드는몽고뽕나무

수유茱萸
액을막아주는중양절의나무,수유와쉬나무

순舜,목근木槿
울타리를장식하는여름꽃,우리나라꽃무궁화
아회화阿灰花
퇴계선생이노래한봄의전령사생강나무와납매

양楊,류柳
우리삶과함께한한반도대표수종,버들과사시나무

유楡
만년의쓸쓸함이배어있는느릅나무와비술나무

이李,내柰
과진이내,과일중보배인자두와사과

자형紫荊
형제간의우애를상징하는박태기나무

재梓
고향을뜻하는상재의나무개오동

조리稠李,앵액櫻額
일찍잎을틔우고먼저떨구는귀룽나무,그리고들쭉나무

지枳,귤橘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귤나무와귤이되지못한탱자

추樞
방랑시인과설움을함께한시무나무

춘椿
아버지의장수를축원하는참죽나무


물을푸르게하는수청목물푸레나무와침계

풍楓
봄꽃보다붉은풍은어떤나무일까?

해당海棠
명사십리해당화와양귀비를비유하는해당

화樺
겨울낭만의상징자작나무

황유黃楡
무늬가아름다운최고의목재느티나무
회檜
정원수로사랑받으며향으로쓰인향나무

참고문헌
부록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슈베르트의「보리수」는보리수가아니다?
피나무인린덴바움이보리수가된이유

슈베르트의가곡「보리수」의독일어원제는‘DerLindenbaum(린덴바움)’이다.이는우리가알고있는석가모니의보리수가아니라피나무에가까운종이다.어째서피나무가보리수로번역되어널리통용되고있을까?
독일어Lindenbaum은영어로Lindentree혹은Limetree로번역되며,피나무속의나무들을가리킨다.우리나라에서자라는Lindentree로는피나무와찰피나무,그리고전국사찰에심어져있는보리자나무가있다.보리자나무는중국원산인데,우리나라불교계에서부처의깨달음을상징하는인도보리수를대신해심게되었다.인도보리수는열대지방나무라우리나라에서자랄수없고,보리자나무는보리수와심장형의잎모양이비슷하기때문이다.그래서일까?우리나라는일제강점기때일본을통해서양문화를받아들였는데,그시기에간행된『일본식물도감』이나『식물명감』등을보면보리자나무가일본에서보리수라고불렸다.『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도피나무의한자명을보리수라기록하고있다.이시기에여러가지요인으로피나무가보리수로번역되면서슈베르트의린덴바움은오늘날까지보리수라불리게되었다.작가는슈베르트의곡명을‘피나무’로바꾸자니연가의분위기를해칠까고민스럽다고말한다.

나무를찾아나서는흥미로운지적여정
감당甘棠,너는팥배나무냐,콩배나무냐,아그배나무냐?

33편의글로구성된『옛글의나무를찾아서』에는동요「반달」에나오는계수나무,단군신화의신단수,정약용유배지의멀구슬나무,슈베르트의보리수,우리나라의국화무궁화등40여종의나무가등장한다.책의첫편에서작가는『시경』에나오는‘존이감당거이익영(감당아래에머무니,떠남에더욱읊는다)’의‘감당’을찾아나선다.이구절은주나라때선정을펼쳐백성들의존경을받던소백의일화로‘감당’은감당나무를가리킨다.감당나무는우리나라에서주로팥배나무라고알려져있는데,작가는『시경식물도감』에서감당의현대중국명이‘두리’,‘당리’임을확인한다.『본초강목』에서당리를찾아보니잎에대한묘사가팥배나무가아닌아그배나무에가깝고,『중국식물지』를찾아보니열매에대한묘사가콩배나무에가깝다.『훈몽자회』,『자전석요』,『한선문신옥편』에서는감당의‘당’을아가위로풀이하는데…주나라소백이선정을펼치던감당의정체는과연무엇일까?작가가찾아낸답은콩배나무이다.『한국의나무』에서는콩배나무의중국명을‘두리’라고설명하며,『물명고』,『광재물보』,『한국식물명의유래』에따르면아가위나무는장미과에속하는산사나무이다.감당은본래우리나라에자생하지않는데다봄에흰꽃을피우는특성이산사나무와유사하여혼동이있었던것이다.작가는오산의물향기수목원에서콩배나무꽃을보며소백이선정을펼치던감당을떠올린다.

인문고전과자연과학의시적인만남
선조들이바라보던그나무그대로만나기위해

이책은인문고전과자연과학이시적인만남을이루며독자를나무의세계로초대한다.작가는고전과신화,시조,동요등옛글속에등장하는나무를정확히파악하기위해각종도감과사전,백과,웹사이트와DB까지방대한참고문헌을샅샅이조사하고,전국방방곡곡을돌아다니며탐사활동을했다.‘한자로표현된식물들이우리가생활하면서만나는구체적인나무나꽃,풀임을알게되면고전의내용이더생생해진다’는생각으로한문장한문장세심하게확인하고다듬었다.식물학자못지않은맹렬한탐구심과성실함이녹아있는곡진한문장들은직접탐사를다니며찍은생생한사진들로현장감을얻는다.‘나무를찾아가는여정’사이사이쉼표처럼깃든옛시와노래는자연에서삶의의미를찾던선조들의마음을전해준다.지적,미적,정서적만족을모두충족시키는『옛글의나무를찾아서』는식물을사랑하고과거와소통하는새로운방법을우리에게제시해줄것이다.

책속에서

머리말중
경북안동의산골마을이고향인나는시골선비셨던조부님의영향으로평생주경야독하던선친으로부터어린시절에한문을배우면서자랐다.산이며들에자라는온갖나무와풀,꽃을좋아했지만대부분이름은몰랐다.사실식물이름을알고싶었지만산골학교에는도감이비치된도서관도없어서알방법이없었다.혹산골에서부르던이름이있어도정확한것은아니었다.어렸을때시골집뒤에가동나무라고부르던나무가있었다.곧고커다란아름드리로자란이나무는잎사귀를떨어낸겨울이되면열매송이들을주렁주렁매달고있었다.동네조무래기들과뛰어놀면서,눈쌓인밭에송이째떨어진그열매를밟으면바스락거리는소리가유난히컸다.이것은지금까지도내뇌리에남아있는추억의한장면이다.나무이름에관심을기울이던10여년전에비로소나는이가동나무가바로참죽나무임을알게되어얼마나기뻤는지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