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 처음의 형태 (맥비 2023_0)

맨 앞, 처음의 형태 (맥비 2023_0)

$15.00
Description
문학이 다른 장르와 대화를 시도하는 『맨 앞, 처음의 형태』 0호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단행본의 형식을 취하되, 무크지의 성격을 갖는 시리즈로 발간될 예정으로 이번 호는 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내는 맛보기 출간이다. 문학 연구자들과 창작자, 건축가가 한국 근현대문학의 여러 주제와 쟁점들을 ‘전위’라는 개념의 프리즘으로 살펴보면서 그 논의를 건축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문학이 자신의 영토를 외부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예술의 ‘융합’을 도모하는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방안이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필자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보려는 이 시도는 매년 주제를 바꾸어 진행되면서 문학과 인접 예술의 대화로 확장될 예정이다.
저자

맥락과비평편집위원회

김정환:시인
박수연:충남대교수
김현정:세명대교수
남기택:강원대교수
한상철:목원대교수
이명원:경희대교수
김종헌:배재대교수
김석영:시인
김승환:충북대명예교수
김종광:소설가
이혜진:세명대교수
김화선:배재대교수

목차

서문

Ⅰ경계와경계너머
에필로그;급사영정/눈먼화가 김정환
눈먼화가」를위한주석 박수연
대전문학의세경계선 김현정,남기택,한상철
전환의비평과욕망의교육 이명원

Ⅱ맨앞의구축
대전근대역사의출입구,옛충남도청의새로운변화를기대하며 김종헌
움직이는정물/그것과다른것 김석영
건축거장3인의아방가르드건축 김승환

Ⅲ장소의내부와외부
이상,야스쿠니,권태 박수연
농사는처음이지? 김종광

Ⅳ제도의언어
번역된언어로한국문학을읽는다는행위의의미 이혜진
전위적인간들의기록‘들’:치안유지법과전위적인간들의초상화 김화선

출판사 서평

경계와경계너머
이책의첫번째주제는‘경계와경계너머’이다.인간의사유는범주를통해이루어질수밖에없고,범주화된사유는하나의경계를구성한다.경계는예술의운명이다.그렇지만어떤시인은장르를허물고,언어의형식을무너뜨린다.새로운존재와다른미래를열기위해서다.김정환의장시「눈먼화가」는음악과그림이라는장르와언어를결합하여태초의소리로부터시작되는예술을형용한다.점·선·면이형태를이루고스스로다른형태로나아가는과정에대한노래라고도할수있을「눈먼화가」는이음악과그림을장르경계넘기의미학적탐구로확장한장시이다.「대전문학의세경계선」은항용1945년이후의활동에서대전현대문학을설명하던기존의생각들을근본적으로재구성하려는시도이다.여기서필자는한국근대문학의형성기에대전이라는근대도시에서전개된문학의양상을비롯해서,해방공간과한국전쟁직후의각시기에등장한새로운문학들의형태를개관한다.「전환의비평과욕망의교육」은모더니즘예술의비역사성이왜그들의내적논리로고착되어버렸는지따져묻는데,역설적으로모더니즘이더새로워지기위해필요한것들을환기하기도한다.

맨앞의구축
두번째주제‘맨앞의구축’은건축에대한논의이다.처음이나전위,때로혁명과같은강렬한힘에의해인공적실체가남겨지지만,시간의흐름속에서그것은풍화되어간다.태어나자마자낡아간다는점에서그것은모든사물의최초의배경이다.건축에부여된운명이그렇다.이를전제하면서우리는기존의전통을파괴한건축가들의삶과그것을추동한미학을살펴보려했다.「대전근대역사의출입구,옛충남도청의새로운변화를기대하며」는식민지시기에세워진구충남도청을다룬다.대전이라는도시가지금과같은면모를갖추는데작용한근대사의경험은매우자주거론되는내용인데,근대도시대전이식민도시로맨처음건설되었다는사실을충남도청의위상과함께살펴보면식민주의가작동하는방식을짐작할수있다.「건축거장3인의아방가르드건축」은안도다다오,안토니가우디,르코르뷔지에의건축을아방가르드라는개념을축으로하여살펴보고있다.맨처음그건축혁명을시도한이들의작업을이해하기위해서는이들의사회사적의미를함께고려하는것이바람직한데,‘맨앞’에서는일의의미를진술하는필자의관점에서이를확인할수있다.2부에함께수록한시「움직이는정물」과「그것과다른것」을읽으며‘창문’을주목하는독자가있다면,창문이야말로세계의모든존재들을맨처음우리의시선앞으로데려다주는공간이라는사실을알게될것이다.창문은세계를묶어주는정물들의액자인데,이정물들은동시에창문안에서움직이는것들이다.시의이미지는항상이렇게뜻하지않은모습의건축이행해지는언어의장소이다.

장소의외부와내부
맨처음경험하는장소라는개념을구체화한답사기록과소설이3부의내용이다.모든장소는공간을점유하면서공간을구체화한다.그래서하나의장소는구체적으로개별화된경험을통해존재하지만개별성으로하나씩의사례가되어거론됨으로써보편적의미의대표자가된다.이상의동경체류를쫓아기록한「이상,야스쿠니,권태」는이상의하숙집을구체적으로특정하고,이상이살았던집의아득한모습까지사진으로제시한다.주목할만한것은그의하숙집을행정구역상의주소로만한정하지않고주변의진보초,야스쿠니신사,황궁을함께묶어하나의장으로논의한다는사실이다.일본정신의한가운데에서이상이「권태」를마무리할때의마음을떠올리면서삶의문턱을넘는일을숙고하는것이다.소설「농사는처음이지?」는최근대학생들의농촌봉사기를소재로이책의주제인‘처음’을형상화한작품이다.노동력이귀한농촌에서의봉사활동이자아르바이트이기도한,애매한성격의대학생농촌생활은어느사이미소를짓게하는언변으로이어진다.전통적삶의방식이사라진농촌에서새로운감수성을가진청춘들이보수를받아가며일할때의풍경이어떤공동체를가능하게할지상상하게하는묘미가있다.이난관을돌파하려는시도또한우리현실을맨앞에서구성해보려는것이라고할수있다.

제도의언어
이책의마지막주제는‘제도의언어’다.제도에맞서는언어는전위적인간들의실존을증거하는동시에역습을일으켜시대적전환을끌어낸다.제도외부를상상하는언어는끝에서처음을생성하는공간적전회를마련함으로써전위의물결을지속가능한‘그무엇’으로바꿔놓는다.?전위적인간들의기록‘들:치안유지법과전위적인간들의초상화?는식민지시대치안유지법이라는이름으로강제된제국의폭력과그이면에존재했던전위적인간들의실존양상에주목하여오늘날에도여전히‘지속가능한전위적전회’를상상해야만한다고주장한다.?번역된언어로한국문학을읽는다는행위의의미?는번역행위의역할을“새로운종류의역습을겪으며시대적전환을이끌고있다”는데서찾아내면서원작의목소리가“번역가의이해와상상력의관계로치환”되는‘언어의이민’현상의본질을지적하고있다.이들의주장이기반하고있는것은모두하나의강력한자기세계가어떤방식으로경계를넘어서서다른존재가되는가하는점이다.모든‘넘어서기’는항상세계의모든‘맨앞’일수밖에없다는사실을우리는법과번역에서다시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