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않는유리창’을우아하게깨뜨린여성건축가
20세기초까진서구에서도가부장제가엄연히살아있어,여성은한인격체로서갖는개별성을무시당하고동질적그룹으로집단화되곤했다.따라서여성은모두차이가없는‘동일한존재’로인식되고,여성의능력또한인정받지못했다.흔히1세대여성디자이너라고불리는샬롯페리앙은이런여건속에서당대의거장르코르뷔지에의작업실문을노크했다.하지만‘여긴쿠션에수놓는데가아니다!’라는말로그자리에서거절당한다.그리고얼마후,샬롯은우아하고매혹적인방식으로이콧대높은거장의마음을돌려세운다.남성이지배하던세계에출사표를던지며드라마틱한인생이펼쳐지는계기가여기서마련된다.이때는한국최초의여성화가이자선구적페미니스트인나혜석이,남편과별거하며파리에서작업에몰두하던시기와겹쳐져이에피소드가우리에게도각별하게느껴진다.
엄마를닮아콜라보를좋아했던디자이너
‘여자들은집에서지내는게더낫다!’누구나이렇게생각하던시절,샬롯의엄마는재봉사로일했다.일이곧‘자유’라고생각했던엄마는딸에게자신의작업장을보여주며,여성이직업을갖는다는사실이무얼뜻하는지몸으로느끼게해주었다.엄마의작업장은여러분야의장인들이모여서함께일하는현장이었고,이런체험은훗날샬롯의작업과정에그대로되살아난다.부분과전체의연관성,신체의움직임과공간의반응,재료에대한새로운해석과같은근본적인문제뿐만아니라운반과조립의용이성,실무작업자들과의교류등을중요하게생각한것은어린시절의이런경험과무관하지않다.요즘은디자인과제작과정이밀접하게맞물리며진행되지만,1920년대에여성의신분으로금속공과직물공같은남성장인들과작업현장에서시제품을만드는일은쉽지않았을것이다.샬롯은이들과의현장콜라보를넘어서친밀한인간관계를유지하며친구가되었다.
모던한라이프스타일을상상한건축가
샬롯은어린시절엄마와함께자주가던파리의중앙시장에서온갖냄새와물건,다양한사람들을접하게된다.이같은경험은어린샬롯에게흥미롭고변화무쌍한일상이얼마든지가능하다는믿음을주었을것이다.이시기는또한기술적혁신이여러분야에서일어나던때였다.샬롯은이런기술적진보가어린이와여성,청소년과노인등약자의삶을개선하기위해사용될때,그의미가확장된다고믿었다.아울러기술을활용해일상용품을더쓸모있고아름답게디자인함으로써일과놀이,무용성과유용성의경계를지우려고애썼다.‘디자인은소재와그활용법에서나온다’는신념을가졌던샬롯은,당시의주류흐름이던모더니즘이단순히미학적측면을강조하던일시적유행이아니라새로운라이프스타일을상상하는것이라고믿었다.그리고급격한도시화와그에따른대량생산과소비가불가피하다면,그에대한해결책을유니크한방식으로제시하는것이자신의역할이라고생각했다.그녀의작업이기능성과더불어편안함과우아함을갖추면서금욕적면모까지보여주는것은우연이아니다.
모두를위한건축을꿈꾸며
샬롯은누구나잘살수있기를바랐다.더좋거나나쁜동네가따로없고,자동차에서멀리벗어나햇빛과공기가집안으로충분히들어오는곳!누구나이런집에서자연과자유시간을맘껏즐길권리가있다고확신했기때문이다.지금은이런생각이너무나당연한것으로여겨져,그녀의말이마치우리가흔히보게되는위락시설의홍보문구처럼느껴지기도한다.하지만샬롯이한창일할때인1940년대만해도대다수시민이이런환경을누린다는것은상상하기어려웠다.그녀가장프루베과함께알프스의레자크LesArcs에설계한스키리조트는이런생각을큰규모로실현한사례다.자연의무한함을마주하는건축물이자사람과산이소통하는곳!여기서샬롯은젊은시절자신이그랬던것처럼,사람들이일상의걱정을잠시잊고만년설에뒤덮인알프스의산등성이와파란하늘을바라볼수있기를바랐다.이곳에선건축이인간과자연의대화를부추기고,가구는우아하게공간을사로잡으며,디자인은재료의부족함을극복한상상력의결과라는사실을확인할수있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