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 집수리 : 길담서원 이전일지

작은 책방 집수리 : 길담서원 이전일지

$18.00
Description
옛집을 고쳐 작은 책방을 열다!
길담서원은 2008년부터 서촌에 터를 잡고 강의와 공부 모임, 음악회, 전시 등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책방이다. 나날이 인상되는 월세와 대표의 건강상의 문제로 문을 닫게 되어 책방지기로 일했던 ‘여름나무’와 ‘베짱이뽀’는 이전하여 이어가기로 했다. 대지에 발을 딛고 살고 싶었던 두 사람은 골목길이 살아있고 제민천이 흐르며 무령왕이 잠들어있는 백제의 고도 공주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이루며 살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자 집수리를 직접 하기로 한다.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1년여를 꼼짝없이 중노동에 시달리며 벽과 천장을 허물고 먼지와 싸운 우여곡절의 시간을 기록해나간다. 어렵고 고된 가운데서도 재밌었던 집수리 보고서『작은 책방 집수리』는 이렇게 태어났다.
저자

이재성,이정윤

저자:이정윤(여름나무)
길담서원대표로목공일을좋아해서집수리를주도적으로이끌었다.발효와외국어에관심이많아우리밀로빵굽는일을즐기고영어원서강독을진행하고있다.

저자:이재성(뽀스띠노,베짱이뽀)
길담서원책방지기로마당일,텃밭일을좋아한다.독서모임과글쓰기모임을진행하고있다.저서로『길담서원,작은공간의가능성』(궁리,2020),공저로『나는어떤집에살아야행복할까?』(철수와영희,2012),『눈,새로운발견』(궁리,2017)『나는얼마짜리입니까』(창비,2024)등이있다.현재문화예술전문지월간《QUESTION》에뽀스띠노의책방일기를연재하고있다.

목차


여는글
어쩌다우연히
여름나무와베짱이뽀의작은책방집수리

1장인연,봉황동290번지
봉황동290번지
버선모양터에놓인이상한집
좋은대지와마당정원의변화
파파고는읽을수없는등기권리증
이집의신들에게밤막걸리를올렸다
집수리가시작되었다
카프카의안전모와집을짓는재료들
겁이나서견적을의뢰했다

2장먼지의시간
철거가파괴라면해체는사랑이다
솜털처럼가벼워진고양이
먼지폭탄이터졌다
쉽게할일을어렵게하고사고치며배우는우리
왜공부를안해?
전기가들어오자노동시간이길어졌다
여름나무의고집
무릎은굽히고팔은펴고
계단보강
갈고닦고칠하고
배윤슬씨,도와줘요!

3장멈췄던게돌아가고미웠던게예뻐지고
조적과미장,죽을것만같다
한뼘창을내다
다시쓰인나무들
춥고거칠어지면무뎌지는법
화장실을시공할줄알면집을지을수있다
배관공사와타인의시선
‘그럼그렇지!한번에되면이상하지!’
미심쩍었으나그냥넘긴곳에서문제가발생한다
콘센트타이머
그런데사무실이없다

4장집수리몸수리
두번째봄
집수리몸수리
가만히짐작하면알게된다
집수리와유튜브그리고나의욕망
일하고싶지않아
사람은9L의먼지만먹으면되는데
저절로되는것은없다
마감을해야마감이된다
마지막저항
내몸에도‘뜸씨’가살아있을까?

5장쉼의옹호
아침산이문턱까지다가와있었다
어떤책방을열어가야할까?
팥과귀리그리고전호
마음에걸리는그것
슈베르트와케테콜비츠
선생님들의우정
조금씩변하는집
공태수씨이야기
삶의방식이비슷한이웃사람
힘들거예요.그래도잘해보세요
쉬어야낫는다
벽돌을쌓으며
19세기앤이좋아

닫는글
언니들이곁에있었다
집수리를하면서곁에둔책들

출판사 서평

아무것도몰랐던우리
몸도마음도탈탈털린집수리몸수리

러셀,마르크스,니체,발터벤야민등의책속에서헤매던저자들은빠루를들고벽과천장과씨름을해야했고책을쌓아놓고토론이나글쓰기를하는대신벽돌을쌓고미장을해야했다.“노동은개인의자유의지에따라이루어지는창조행위이다.”라고했던윌리엄모리스의말로분위기를잡으며산책하고독서하며집수리현장을오가던일상은변해갔다.일의강도가높아질수록산책은뜸해지고책과도멀어졌다.애초에는하다가안되면업체에맡길생각이었으나맡겠다는업체가없었고,그순간부터집수리는더이상선택사항이아니었다.책방을오픈하겠다는일념으로천장을뜯고수평몰탈을치고에폭시를바르고페인트를칠하고도배를하고루버를치며막노동의세계로들어갔다.

카프카도기겁했을천장해체작업

공사현장에서인부들이반드시착용해야하는안전모는소설가프란츠카프카의발명품이다.저자들은안전모를쓰며타인의죽음을마음에걸려하던카프카와자신이연결되어있다는느낌을받는다.안전모는천장을뜯을때떨어지는부산물로부터작업자를지켜준다.그런데이번에는카프카의배려가무색해지는상황이벌어졌다.천장을뜯어내자역겨운냄새와함께눈앞에고양이사체가덮쳐왔고이들은패닉에빠지고말았다.천장을해체하는동안연이어죽은쥐와고양이의흔적이발견되었고사체썩는냄새도계속되었다.결국죽은동물들의사체를묻어주고서야그충격에서헤어나올수있었다.

가장힘들었던바닥공사

몸의상태와노동강도에따라하루에3~4시간씩작업하던두사람이바닥공사를할때는2~3시간간격으로건조시키는과정을여러차례반복하면서프라이머,자동수평몰탈,에폭시를지속적으로쳐야하는일이라서막노동의속성을체감한다.가장괴로웠던순간은천장해체작업이었지만가장힘들었던순간은수평몰탈과에폭시를칠때였다고털어놓는다.석장리박물관입구에지천으로떨어진산딸나무열매를주우며채집인으로살고싶다고읊조리는대목에선힘든일과를마친고됨이느껴진다.전에없던육체노동은힘든만큼많은깨우침을남겼다.체력의한계치까지무리하면몸은반드시탈이나고그이상의회복시간을요구한다.몸은한템포늦게반응하기때문에한계치에닿기전에멈추는절제가필요하다.집수리는많은힘이소모되는일이므로체력을기르는것부터가집수리에해당한다고말한다.

집수리와몸수리의공통점은?
철거대신해체와수리

철거는백지상태로돌리고아예새로짓는것이지만해체는기존의형체와질서를유지하면서새롭게재구성하는일이다.한뼘미술관을수리할때는기존의큰창을쪼개3개의작은창으로만들기로했는데창을통해다양한각도에서바깥풍경을즐기기위함이다.그러나각재와합판을덧대어창일부를가리고작은창을하나완성하자체력이고갈되고하루가저문다.결국1개의작은창을내고는‘나중에’하기로미룬다.기존에형성된구조를고쳐쓰는일은기술을요하는매우까다로운작업이기때문이다.
아픈몸을치료하는과정도수리와비슷하다.집수리중에치과에가서임플란트치료를마치고나머지불편한곳도전부치료해끝내고싶다고말하자의사는말한다.‘50년을쓴거예요.어느물건이든50년을쓰면삭고닳아요.살살달래고치료하고보완하면서갈수밖에없어요.’노화하는우리몸도수리의과정으로유지되는것이다.

책이이어준인연들

길고고된집수리의여정에서힘이되고쉼표가되어준것은사람과자연이었다.집수리에지친몸과마음을풀어야할때동무들이있는원주,제주도,청송으로달렸다.마곡사,갑사,송광사등의사찰에머물고함양의남계서원과대구의도동서원을둘러보며길담서원의지향점을고민했다.집수리여정에서조언을해주고필요한장비를실어다주고난관에부딪혔을때해결해준분들도여럿있었다.남과다른삶을살겠다고하자어깨를툭툭치며‘힘들거예요.그래도잘해보세요.’라고말해주던대안학교학생이있었고염려와격려로마음을써주던‘언니들’도있었다.그분들의응원에힘입어두더지굴같던별채를수리하고,2022년2월25일길담서원을열었다.
책방이책의집이라면우리의몸은정신의집이다.고된집수리여정에쉼표를찍으며새길을열어가는두사람의이야기를통해우리가사는세상에서책방이어떤의미인지생각해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