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를 듣다

밤의 소리를 듣다

$16.80
Description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아사쿠라 아키나리’,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밤의 소리를 듣다』이다.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내며 충격적인 전율을 선사하고, 『전망탑의 라푼젤』로 빈곤, 폭력, 아동 학대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혹독함과 비참함, 절망과 동시에 구원과 온기를 선사했다면 이번에는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과 미스터리의 교묘한 얽힘을 보여준다.

저자

우사미마코토

1957년일본에히메현출생.2006년『룸비니의아이』로제1회‘유幽’괴담문학상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면서데뷔했다.일상에내재된균열을작가특유의예리한시선으로포착한다.또한그균열의틈새로괴이함이스며드는과정을통해인간내면의어두운감정을묘사하는솜씨는타의추종을불허한다.

『전망탑의라푼젤』은세상의약자들에게빛을보내는장편미스터리다.빈곤,폭력,아동학대등현대사회의어두운이면을예리하게파고들어충격을가져다주지만,결코한줄기희망을잃지않는다.혹독함과비참함,절망과동시에구원과온기를선사한다.2019년‘책의잡지가선정한베스트10’에서1위를했으며2020년제33회야마모토슈고로상최종후보작에올랐다.다른작품으로는『어리석은자의독』『들어가지않는숲』『소녀들은밤을걷는다』등이있다.

목차

밤의소리를듣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미스터리의여제,우사미마코토의충격적인미스터리!
“당신,죽음을바라지않나요?”
11년전마을에서발생한끔찍한일가족살인사건의비밀.
그리고눈앞에서손목을그은여자.
불온한공기가그들을둘러싸는데……잔인한운명의소용돌이가이끄는곳은?

『밤의소리를듣다』는『어리석은자의독』,『전망탑의라푼젤』에이어미스터리의여제우사미마코토가야심차게보여주는우사미마코토(流)미스터리다.『밤의소리를듣다』는정규과정에서일탈한아웃사이더학생들의성장담과한마을에서과거발생한살인사건이절묘하게어우러진이야기다.이야기의얼개를좀더구체적으로살펴보자면다음과같다.
또래에비해지나치게똑똑해서은둔형외톨이가된19세소년류타.그런류타앞에서갑자기한여자가손목을긋고류타는그녀에게매료돼그녀가다니는하루고등학교야간부과정에입학한다.학교에서친구가된다이고는재활용품가게‘달나라’의일을도우며고객의상담이나의뢰를들어주는심부름센터일도함께하고있었다.얼떨결에다이고와함께이일을하며류타는자신도모르는사이몇년전마을에서발생한일가족살인사건의수수께끼에휘말리게된다.평온한일상과청춘을뒤흔드는충격과경악의미스터리가쉼없이펼쳐지는데…….

그렇다면구체적으로어떤의뢰가들어왔을까.고객들의의뢰에서수수께끼가출발한다는점에주목해그에피소드를살펴보자면다음과같다.톱밥속에서무럭무럭자라던장수풍뎅이애벌레의몰살,죽은아들의모습으로둔갑해나타난다는너구리,유화속그려진어린자매의갈등등이그러하다.에피소드하나하나가독특하고무척이나흥미롭다.류타는이런저런의뢰를받아그수수께끼를풀며그동안굳게닫혀있던자신의세상을조금씩넓히고사회로나가는‘재활훈련’을착실히해간다.그러다11년전마을에서일어난끔찍한일가족살인사건의비밀을계기로일상이다시한번크게뒤흔들린다.모든이들을쓸어버릴기세로매섭게몰아치는잔인한운명의소용돌이속에서소년과소녀,친구는어떤결말을맞이하게될지묵묵히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형언할수없는놀라움과진실,경악에이르게된다.

“전혀모르는타인의기분이우연히연결되어,
생각지도못한형태로구원이탄생한다.
나는그런사소한이야기를쓰고싶었다.”

미스터리의여제우사미마코토는그명성에비해국내에는아직널리알려지지않았지만현지에서는가장활발히활동하는작가중한명이다.1957년일본에히메현에서태어났다.2006년『룸비니의아이』로제1회‘유幽’괴담문학상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면서화려하게데뷔했다.지방도시에서전업주부로살아온경험을살려인간의부정적인측면을괴담으로끌어내는작풍이특징이다.특히인간에게잠재된어두운감정을묘사하는솜씨가탁월하다.또한언제나일상에도사리고있는괴이함을통해인간내면의어둠을교묘하게드러내는재주는타의추종을불허할정도다.이러한작가가환상소설이나괴기소설의세계에발을들여놓은계기가된것은에드거앨런포의‘검은고양이’이며,그외에레이브레드베리,스티븐킹,토머스쿡등의작품에서도영감을받았다고한다.

이렇듯작가는데뷔이후,『일곱색의동화』,『들어가지않는숲』등호러색이짙은작품을선보이며두각을나타내다가2009년돌연작가로서의활동을멈춘다.그러다2016년다시등장해이전까지썼던작풍과는다른분위기의호러와심리서스펜스,미스터리와휴먼드라마를융합한작품을쏟아놓기시작한다.특히2017년『어리석은자의독』으로제70회일본추리작가협회상장편및연작단편집부문을수상하며화려하게복귀탄을쏘아올린다.블루홀식스에서2020년에국내출간한『어리석은자의독』은인간의절망과내면을농밀하고묵직하게담아낸충격적인걸작으로범죄소설과미스터리,호러의경계를자유분방하게활보한다.더나아가인간의처절한심리와업보,비극을담아낸한편의휴먼드라마를연상케한다.

우사미마코토는한인터뷰에서이렇게말한다.“전혀모르는타인의기분이우연히연결되어,생각지도못한형태로구원이탄생한다.나는그런사소한이야기를쓰고싶었다.”사소한이야기의힘을강렬하게전달하는것이다.또한다른인터뷰에서일상을초월한괴이를소재로공포작품을써오다가,『어리석은자의독』이후부터기이한사건보다는현실적인세계를배경으로하는작품을그리고있는데,무언가심경의변화가있느냐는질문을받는다.이에그녀는사실자신안에서그만큼의변화는없다고말한다.애초에괴이함을그린이유는두려움을느낀인간존재에관심이있었기때문이었다.그녀에따르면일상에서는일어날수없는괴이를눈앞에둔사람들은제각각서로다른반응을보인다.어떤이는겁먹은자신을인정하고싶지않아허세를부리는가하면,공포에서벗어나려하다가당황하는자도있다.그안에는숨길수없는인간의모습이있고,그녀는그런인간의모습에흥미를느껴작품을써왔다는것이다.이러한그녀의관심은괴이함이나타나지않는작품에서도변함없다.가령범죄를소재로하는미스터리의경우에도그녀의관심은범죄에이르는인간의존재인것이다.즉인간을그린다는점에서호러나미스터리나다르지않다는게그녀의기본적인태도이다.마지막으로작가는또다른인터뷰에서“데뷔전50년동안아무것도쓰지못해서인지앞으로쓰고싶은이야기가너무나도많다”라고밝히며매일매일취침전세시간은반드시작품집필에투자한다고말했다.『밤의소리를듣다』를통해우사미마코토만의독특한분위기를다시한번만끽해보시기를바란다.

책속에서

첫문장
은빛의가는실같은비가내리고있다.
편의점에서산비닐우산위를무수한물방울이미끄러져떨어진다.모퉁이를돌자신사의기둥문이보인다.

‘달나라’
흰바탕에주황색글씨가적힌세련된간판이었다.반짝이는네온장식도달려있었다.재활용품가게에는도무지어울리지않고그걸떠나이름부터이상했다.창고처럼보이는이건물이쇼와시절*에는제법북적이던댄스홀이었다고한다.댄스홀이폐업한뒤에는어떤원예업자가사들여창고로썼고그후한동안비어있던건물을빌려재활용품가게가영업을시작했다.p7

그여자는느닷없이손목을그었다.
뿜어져나온피가순백의섀하얀원피스에커다란꽃을피웠다.
공원맞은편벤치에앉아있던여자는서자마자커터칼로자신의왼쪽손목을베었다.너무나태연하고서슴없는동작에나는어안이벙벙했다.무릎에올려놓은문고본책이다리옆에툭떨어졌다.p10

“왜손목을긋고저한테보여준거예요?”
“그건…….”
유리코는작은꽃다발을빙글빙글돌렸다.
“당신이아주부러워하는표정을짓고있었으니까요.”
순간현기증이느껴졌다.앞으로기울어질뻔한자세를간신히바로잡는다.p27

“그곳이날받아주는곳이니까요.그학교만이유일하게.”
무슨뜻인지알수없었다.알수없으니관심이생겼다.느닷없이내삶에뛰어든가시마유리코와아사미선생.그들이교류하는야간부고등학교라는곳.p30

“실은다이고말인데,이치노세와주먹다짐을하고난다음에말이지.”
그녀는갑자기함박웃음을지으며말을이었다.
“길에대자로드러누워서‘괜찮아!나한테는친구가한명있으니까!’라고했대.”
유리코는“다이고는널소중하게생각하고있어”라고했다.p115

―그소리가저를위축시킵니다.밤의밑바닥에서들려오는듯한그소리가.
이리에씨의말은지금도내가슴깊숙한곳에남아있다.p131

예로부터일본에는너구리나오소리,흰코사향고양이는‘무지나’라불리며인간을홀리는재주가있다고알려져왔다.그러나구라모토저택정원에서는라쿤도무지나반열에오른게아닐까.
고노스케씨가본무지나는뭐였을까.
죽은아들이아버지에게전하고싶은말은뭘까.p149

이노파는모든일을설렁설렁하고대충판단하는것같지만결국모든일이마땅히향해야할귀착점으로향하는게신기할따름이었다.그런걸미리계산했을리없는데도아무렇게나뻗어간실타래가항상좋은결과를가져왔다.정작본인은담담하지만.p265

“안다는것을두려워하면안돼.세상모든일은아는것에서부터시작하니까.류타.넌앞으로도많은것들을생각하고행동할거야.그리고거기서뭔가가만들어질테고.물론좋은일만있을수는없겠지만그런것도받아들이는힘을길러야한단다.안다는건그런거야.모르고있으면배울수없지.앞으로나아갈수없고,성장할수도없어.”p289

이런불상을들고집집마다돌아다니던남자.그는정말도둑이었을까.만약당시그가경찰수사망에걸려조사를받고혐의가풀렸다면나카야가이토록사건에연연하지도않았을것이다.수상한사례는그밖에더있을지모른다.지금나카야는그때놓쳐버린많은물고기들을쫓고있다.p332

모든게‘달나라’로수렴했다.그리고그안에는사건과깊숙이관련된두사람이있었다.그런사실에서나는새삼신비로움을느꼈다.운명이라는한단어로결론짓기에는부족했고그안에는인간의이해를뛰어넘는어떤힘이작용한것같은느낌이들었다.
내이야기를다들은히로키씨가찬찬히입을열었다.
“그모든일은그곳에네가있었기때문에일어났단다.”p420

―안녕,류타.
그곳에는오직한문장만적혀있었다.
“류타정도는한자로제대로써달라고,바보야.”
이제는곁에없는친구를향해나는면박했다.p422

“걔는괜찮아.어디를가든잘살애다.그러니걱정하지않아도돼”라고했던다카에의말이되살아났다.그고집센노파가나보다훨씬다이고를잘알고있었다.p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