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음악 (어느 직업 음악가의 예술적 생존기)

그래도, 음악 (어느 직업 음악가의 예술적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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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건 인생에서 꼭 풀어야 할 과제다. 과제의 난이도는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어려운 직업군을 꼽자면 단연 예술가가 아닐까? 음악, 그 중에서도 클래식 음악 분야라면 난이도는 더욱 올라간다. 『그래도, 음악 - 어느 직업 음악가의 예술적 생존기』는 피아니스트, 작곡가, 음악감독, 콘서트가이드, 대학강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직업 음악가의 생존 에세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저자는 음악으로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아 경영학을 공부하고 창업까지 했지만, 결국 다시 원래의 음악이 있던 자리로 돌아 왔다. 그 과정에서 저자가 겪었던 일과 깨달았던 생각을 담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책에는 직업 음악가로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순수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먹고 사는 문제와 함께 음악과 삶에 대한 저자의 인생관과 태도 역시 엿볼 수 있다. 책 속에는 음악을 처음 만났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공연 중 무대를 망쳐버린 기억, 음악을 대하는 자세, 하나의 곡을 만들어내는 여정, 그리고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까지, 음악과 세상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있든 우리 모두 예술적으로 생존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그래도, 음악 - 어느 직업 음악가의 예술적 생존기』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예술적 생존’의 힌트를 줄 것이다.
저자

정환호

중앙대학교에서피아노를전공했다.대학졸업후음악으로는먹고살기어렵겠다싶어예술경영대학원에진학했지만,결국다시음악으로돌아와2016년음악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2년유니버설뮤직을통해첫작곡앨범을낸뒤로지금까지100여곡의피아노소품을발표했다.〈꽃피는날〉,〈중섭의사계〉,〈별의노래〉,〈당신은〉등을작곡한한국가곡작곡가이기도하다.2011년에창업을했고2016년에망했다.그때의경험을토대로대학에서예술경영과공연기획강의도하고있다.심오한예술보다는단순하고재미있는것에관심이많다.최근에는음악감독과콘서트가이드로활동하며음악의언저리에서어떻게든살아가는중이다.

목차

1_태생부터느린템포

생각의방
스탑앤고
달빛에게묻는다
아빠가어릴적에는
〈파일럿〉과세개의코드
자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
숫자의창


2_기어코다시,음악을

상도살롱
논현동10⁻5번지
철물점아저씨
송곳을찾아서
음유시인:세로이야기
가난이문을열때
부디마왕이여


3_매일같이자라는음표들

음악이라는항해
타석에선피아니스트
마음의정원
건반위의산책
철들지마세요
문제는타이밍
나는당신을봅니다


4_마음만은같은방향으로

대위법혹은생존법:바흐
사랑은실패하지않는다:베토벤
슬픔을위로하는슬픔:슈베르트
노바디여도괜찮아:그리그
아직도전쟁중:프로코피예프
음악이들리는마음:임윤찬
침묵다음으로아름다운소리:북유럽여행기1
오슬로의이상한밤:북유럽여행기2
북극의별:북유럽여행기3


5_숨쉬는오늘

나는
아름답게피어나
몇번의계절이남았을까
받는용기
만나고,만나고,만나는동안
등불이있으면무섭지않아

출판사 서평

“대학원에서효율과논리의세계를쌓고있던어느날,서로다른세계관이정면으로부딪히는사건이발생했다.난데없이그랜드피아노를사버린것이다.내생애첫그랜드피아노였다.피아노를피해서겨우도망쳤는데느닷없이또피아노라니.”
-〈상도살롱〉중에서

저자정환호는클래식음악계에서다양한활동을하는젊은음악가다.2012년유니버설뮤직을통해첫작곡앨범을낸뒤로지금까지100여곡의피아노소품을발표했고,〈꽃피는날〉을비롯해여러한국가곡을작곡하기도했다.음악분야에서는꽤베테랑인셈이다.그럼에도저자는음악을해서먹고산다는것이쉽지않다고얘기한다.

책에서언급되었듯우리나라에서음악을한다는건마치뜨개질이나컬러링처럼직업이있는사람이즐기는고급취미처럼여겨진다.은행대출신청서의직업란에도‘예술인’은존재하지않는다.저자는스스로를‘음악관련서비스업종사자’라고얘기한다.지금은음악의언저리에서어떻게든살아가는중이지만한때그는경영학도의길을걸었고,창업을해서실제로경영자가되어보기도했다.그리고실패끝에다시원래음악이있던자리로돌아왔다.그방황의과정은두번째챕터‘기어코다시,음악을’부분에녹아있다.


#기어코다시,음악을만나다

저자는대학원에서경영학을공부하면서근처주택가에예술가들을위한작업실을열었다.어쩌다보니중고그랜드피아노를사게되었는데그걸놔둘공간이필요했던것.그렇게마련한‘상도살롱’은경영학도였던그가유일하게숨쉴수있는공간이었다.밤새도록피아노를치면서사람들과예술에대한얘기를나눌수있는곳.하지만작은작업실로시작된사업은갈수록눈덩이처럼커졌다.그리고사업에다가갈수록점점좋아하던음악과멀어졌다.

“돌아보면,애초에내바람은단순했다.내공간에서,맘편히피아노를칠곳하나가필요했을뿐이다.그런데어느새나는피아노대신계약서와세금고지서를붙들고씨름을하고있었다.”(본문65p)

호기롭게키워나가던사업은완전히망했고,결국피아노를피해도망쳤던저자는막다른곳에서다시피아노와마주했다.그리고자신의음악이여전히끝나지않았다는걸기억해냈다.

“그시절나는흑백의건반을떠나다른의미를찾겠다고호기를부려댔지만그마음깊은곳엔사실‘최고가될수없다면차라리그만두는게낫다’는비겁한흑백논리가있었다.그마음을들킬까봐,피아노를다시마주하는게두려웠다.모자라고,어딘가실패했다는마음을비춰낼까봐.결국피아노앞에앉는것은나자신과마주하는일이었다.”(본문69p)

물론사업과정에서실패의아픔만있었던건아니다.저자는다양한경험을통해세상을조금더이해할수있게되었다고한다.경영자시절,저마다성공을꿈꿨던논현동골목의풍경은사뭇흥미롭게다가온다.근처기획사의‘여자친구’나‘방탄소년단’같은이름에코웃음을쳤던저자의체험담도….

“일년쯤지났을때,나는그이름이얼마나대단한이름이었는지를몸소체감하게되었다.방탄소년단을론칭한기획사는옆건물을통째로임대했고비좁은논현동언덕은성지순례를온전세계외국인들로가득차기시작했다.그때난확실히깨달았다.정확히나의감과반대로하면뭐든성공할거라고.”(본문67p)


#느린템포로살아가는이들에게보내는메시지

첫번째챕터를읽어보면저자가어떤사람인지짐작할수있다.초등학교가을운동회얘기를꺼내면서저자는자신이“태생부터느린템포”라고고백한다.게다가머릿속에는이러저런잡생각이너무나많다.마감이없으면도무지살아가기어려운타입인데,이건비단저자만의고충은아닐것이다.이런사람이음악가이자사업가로서경쟁과효율의세계를살아내야했으니그과정이얼마나험난했을지짐작이된다.느린템포로살아가는저자는책곳곳에서자신과비슷한템포로살아가는사람들에게응원의메시지를보낸다.

“복잡한도시보다언덕위풍경을사랑하는이들을알고있다.노을을좋아하고,하루에한번은꽃을보고,책을읽고,고양이를쓰다듬고,낮잠을두시간쯤자야겨우살아지는사람.독서모임에서좋아하는문장하나를붙잡고몇시간을떠드는사람.언젠가내가마지막으로연주해야할때가온다면,그런당신들을초대하겠다.약속하건대,첫곡은아리에타로,마지막곡은리멤브런스로연주하겠다.”(본문181p)

만약세상과다른템포를살고있는사람이라면아마도이책을통해조금의위안을얻을수있을것이다.

이어지는여러에피소드에서는음악과피아노를처음만났던저자의어린시절이야기를만나볼수있다.읍내장터를지나피아노학원으로향하던골목의풍경.그리고그곳에서운명처럼만난드라마〈파일럿〉의코드악보.아무도없는집에서‘전축’으로도이치그라모폰앨범을들었던기억까지.그시절,음악에대한아련한추억들은우리가한때좋아했던것들과어떻게만났고,그것이각자의인생을어느방향으로이끌었는지되돌아보게한다.

“나무의숨결을닮은다섯악기의단순한선율에는매번충만한감정이맴돌았고,그안에는나를맞아주는손길같은것이있었다.열살의나는말로표현하는것이서툴렀지만,음악은내게더쉬운언어였다.누군가와대화를할때보다도음악을들을때내가더이해받고있다는느낌이들었다.”(본문44p)


#음악을하면서살아간다는것

책에서는음악과인생에대한저자의태도역시엿볼수있다.〈마음의정원〉이라는앨범을만들때를회상하면서저자는음악을만드는일이정원을가꾸는것과비슷하다고말한다.매일같이자라는음표들을골라내고다듬는일이바로음악을만드는일이라는것.그래서마음의땅이굳어버리지않도록그는항상들춰내고품어낸다.

“귀찮다고그냥방치하면그냥저냥굳어버리는게땅이든마음이든똑같다.어쩌면그래서자꾸마음을들춰내고,말이든음악이든뭔가를품어보려고애를쓰나보다.그렇게뒤집어엎다보면적어도딱딱해지지는않을테니까.”(본문122p)

안단테가붙어있는느린악장이왜어려운지‘산책’과연결지어이야기하는것도흥미롭다.안단테에는‘걷다’라는뜻이있다.사람마다발크기도다르고보폭도다르기때문에정확히어느정도속도냐고묻는건큰의미가없다.저자에따르면멈추지않고계속나아가되,뛰지않는것인데,그동작을가장잘설명하는단어가바로‘산책’이라고한다.결국저자가대학교때안단테를제대로연주하지못했던것은기본적으로빠른속도의시절을살았기때문이다.저자는인생에서저마다서로다른시간과템포가있다고강조한다.

“음악은생각보다긴여정이다.빠르게달려야할때도있고,잠깐멈춰야할때도있다.열심히달려들때도필요하고,지칠땐잠시숨을고르는시간도필요하다.누구는달리는게어렵고,누구는쉬는게어렵다.처음부터모든걸잘하는사람도있고,시간이걸려깨닫는사람도있다.저마다의서로다른시간과템포가모여음악의리듬을만든다.그러니뛰어야할때뛰고,걸어야할때걷는사람은얼마나현명한가.혹은그반대로해내는사람은얼마나음악적인가.”(본문127p)

이런음악에대한고민과통찰은네번째챕터에서위대한음악가들의이야기와자연스럽게연결된다.이챕터에서는바흐,베토벤,슈베르트같은음악가들의삶과음악을통해서현재를되돌아본다.생활고에시달렸던‘프로N잡러’였지만그럼에도자신만의길을걸었던바흐,고통을인내하며환희의송가로나아갔던베토벤,슬픔으로슬픔을위로하는슈베르트의이야기등을저자의음악지식과함께소개한다.음악이낯선독자들도이책을통해거장들의삶과음악을조금이나마이해하게될것이다.

“나는아직길을찾는중이다.때로는헨델처럼남들의주목을받으며명예와돈을얻고싶다가도,바흐처럼조용히나만의길을가고싶을때가있다.수세기전당신들또한비슷한고민을했을거라생각하면서묘한위로를얻는다.비록음악의깊이는다르겠지만마음만은같은방향으로흐른다.언젠가는나만의속도로닿을수있으리라믿으며.”(본문155p)


#위로를건네는건반위의문장들

이제첫책을낸음악전공자지만문장력이예사롭지않다.자신의음악처럼편안하게써내려간글에는마치오래사용한악기처럼깊은울림이있다.음악가로서자신의정체성에대해고민하는모습,세상과사람을바라보는시선에는여느기성작가못지않은통찰도담겨있다.

“나는오래된악기만낼수있는소리가있다고믿는다.낯선손길에수없이흔들린악기만이품을수있는울림이있다.휘청이는파도를겪어야만이해되는선율이있다.때로는먼길을돌아가야만만날수있는것들이있다.설령돌아온자리가다시출발선일지라도그곳은더이상예전의장소가아니다.이야기속주인공이여행을통해성장하고다시제자리로돌아오듯,나역시피아노로부터벗어난순간부터이미피아노를향한여정을시작했는지도모른다.”(본문69p)

“그러니너무서두를필요는없다.앞으로가려는쇼팽과,다시뒤로가려는브람스가섞여서‘낭만주의’가탄생했듯이,어쩌면낭만이란밀고당기는틈에서만들어지는게아닐까.…(중략)…그러니때로는타이밍을놓쳐도괜찮다.삶이늘그렇듯,어디쯤에서는비슷한속도로다시만나게되어있다.”(본문136p)

그렇다고마냥진지하기만한글은아니다.책곳곳에독자를웃음짓게하는위트가숨어있으니말이다.

“내가처음곡을썼던건2012년이었다.음반을내고3개월쯤지나저작권협회에서받은첫정산금액은390원.자판기커피한잔도못먹을금액이었지만,음악가의의지를꺾기엔충분했다.”(본문91p)

“한참을항해한뒤목적지인격오지부대에배가정박하면우리는기어코환영받지못할상륙작전을수행했다.악기를세팅하고전기를끌어와연주를시작하면남자성악병이반주에맞춰장윤정의〈어머나〉를불렀다.정말로총알이날아오지않은게다행이었다고생각한다.”(본문106p)

저자는다양한음악의풍경속에서‘먹고사는문제’에대해끊임없이고민하고대안을찾아나간다.이것이바로부제에서언급한‘예술적생존’일것이다.이표현에는두가지의미가동시에담겨있다.‘예술을해서생존한다는것’,그리고‘그렇게생존하는것자체가예술이라는것’.어떤직업을갖고있든우리모두예술적으로생존할자유와권리가있다.저자는말한다.외롭고고통스러울때도있지만자신을끝까지지켜주는것은‘그래도,음악’이라고.이책은좋아하는일을하며먹고살기를꿈꾸는이들에게예술적생존의힌트를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