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소영

감옥으로부터의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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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독재 정권하의 대학 캠퍼스에서, 감옥에서, 교도소에서 그리고 다시 감옥에서……
43년에 걸쳐 도착한 스물세 통의 편지
폭압의 시대를 관통한 소영의 생애로 보는 사회사, 정신사

‘소영’은 삼남매 중 둘째, 외딸로 자랐다. 오빠만을 떠받들며 집안을 호령하는 어머니를 두려워도 하고 원망도 하며 크는 동안 모두가 ‘에미야’ 하고 부르는, 매일을 혹사하듯 집안일에 매달리는 다른 여인이 진짜 엄마라는 것을 알았다. 항시 양모의 눈치를 살피며 자정이 지나도록 부엌 시멘트 바닥을 거울처럼 닦고 있는 생모의 존재는 그의 첫 번째 큰 슬픔이었다.
“너는 여자라서 안 돼.” 양모의 말로 서울 대학에 가려는 꿈은 좌절되었지만 부친의 뜻에 따라 가까운 국립대에 진학했다. 독재 정권의 통제하에 놓인 강의실 대신 공부 모임과 조직을 통해 진짜 역사의 진실을 배워나갔고, 그로 인해 옥살이와 고문을 겪었다. 군사정권의 폭력과 시대의 아픔으로, 운동권 내부의 분열과 성범죄로, 사랑의 죽음과 배반으로 그의 슬픔은 강인하게 벼려진다.
“소영이 네 인생은 참 파란만장해.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왜…….” 지나온 고난을 재단하는 그런 말들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원 없이 살아낸 젊은 날을 뒤로하고 현재에 이르러, 연못에 연뿌리를 마당에 초목을 심으며 세상을 내다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여전히 이 세상은 커다란 감옥일 수도 있습니다. 남아 있는 이 감옥에서도 탈출하는 날 당신을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저자

정소영

씨받이엄마에게서태어나정원의초목옆에서자랐고박정희정권말기에대학에들어갔다.캠퍼스엔감시와억압의긴장이기다리고있었다.이듬해총탄에죽어가는광주의절규를보며헤아릴수없는분노를만났고한밤중에끌려간대공분실의고문속에서강인하고깊은슬픔을만났다.전두환정권말기다시투옥되면서죽어버린민주와권력의횡포에가슴을움켜쥐어야했으나,다행히노동현장의삶과사람속에살아있는신뢰와생명력을만났다.
졸음방지약과커피믹스를입에털어넣고3교대를하던순희는남동생학비를보내며기뻐했다.그들이슬며시손을잡아올때는빙긋이그들을마주안으며함께퍽행복했다.그리고그길을걷는내내,독재라는감옥에맞서는운동권내부에서또하나의지독한감옥을만났다.여성은두개의세계를깨고나와야한다는것,대다수의무지한자는여성을끝없이감옥속으로처넣으려한다는것을삶을통해알았다.
젊은날을원없이보냈다.오늘은어제내린비로꽃이핀산길을호젓이걷는다.

목차

당신이엄마가된나이에딸은유신치하의대학생이되어-에미에게
지하감옥은춥고양말은어디로-현진형에게
보내지못한우유곽편지-현진형에게
반성문을써야할이유-아빠에게
봄바람처럼헝클어지고-현진형에게
감옥아닌곳이어디인가?-민호에게
노란은행나무아래만장을펄럭이며-양모에게
성추행당하고근신이라니-현진형에게
이땅의여성이란-민호에게
맨땅에씨를뿌리며-현진형에게
가출하며-에미에게
햇살처럼너에게갈수있다면-경인에게
다음생에만나자고?-경인에게
사라진형과쓰러진나-현진형에게
다시감옥에서-아빠에게
그곳은활기차고행복했습니다-현진형에게
노동상담소를열며-아빠에게
아빠의일기장-아빠에게
공단의횃불그리고결혼-에미에게
이혼식과프러포즈-현진형에게
아직도부르고싶은말-엄마에게
60년을살고-아빠에게

닫는글
인간이되어-나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