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항해자 (21세기 말레이 세계의 정화 숭배)

신이 된 항해자 (21세기 말레이 세계의 정화 숭배)

$16.00
Description
명나라의 대함대를 이끌고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원정한 정화. 중국에서조차 오랫동안 잊혔던 역사 속 인물이 동남아시아에서는 신성시되고 있다. 『신이 된 항해자-21세기 말레이 세계의 정화 숭배』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의 말레이 세계에서 수백 년간 이어진 정화 신앙을 추적하며, 특히 2000년대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회족 출신 무슬림이었던 정화를 전면에 내세운 모스크가 잇따라 건립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련의 논의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유ㆍ불ㆍ도가 혼재된 중국적 기복 신앙의 대상으로서 중국계 이주민들의 종교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정화가 이슬람교가 다수를 차지하는 현대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는 이슬람과 중국의 교집합으로서 상징적인 코드로 작동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문화와 미술에 정통한 강희정과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역사와 사회를 연구해온 송승원, 두 저자가 의기투합해 보다 다각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관련 문헌을 섭렵한 것은 물론 현지를 직접 방문해 주요 장소들을 답사하고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함으로써, 사원의 건축양식이나 세부장식 같은 시각문화 분석에서 이런 건축물이 등장한 역사적ㆍ사회적 배경과 관련 담론까지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30여 컷의 사진을 수록해 생생한 현장감을 더했다.
저자

강희정

서강대학교동아연구소/동남아시아학협동과정에서동남아시아문화와미술을가르치고있다.서울대학교고고미술사학과에서중국미술사를전공했으며,시각미술과물질문화를통한한국과중국,동남아시아의관계를연구하고있다.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민간위원,경제인문사회연구회인문정책특별위원회위원이자국립중앙박물관자문위원으로동남아관련지식을사회에환원하기위해노력중이다.저서로『지상에내려온천상의미』(2016년불교출판문화상수상),『아편과깡통의궁전-동남아의근대와페낭화교사회』(2020년롯데출판문화대상및2021년ICAS한국어우수학술도서상수상),『해상실크로드와문명의교류』등이있다..

목차

서문|중국인이자무슬림이었던정화

chapter1
1405년,정화와그의함대
1서쪽으로떠난환관정화의항해
2정화는누구인가?
3정화원정대가들른동남아시아의나라들

chapter2
동남아시아에전하는정화의신화와사당
1인도네시아의삼푸콩사원
2말레이시아의불교사원쳉훈텡

chapter3
인도네시아의화인커뮤니티와종교적동화전략
1화인의이주역사와식민시기의분할통치전략
2수하르토정권의신질서와동화전략
3개혁공간-중국적인것과이슬람의부상

chapter4
정화모스크와이슬람전파에대한담론
1모스크로부활한정화
2자바에이슬람을전파한아홉명의성인

chapter5
21세기인도네시아의정화모스크
1건립배경과건축양식
2실행양상-혼합과융합을통한동화

맺는말|과거와현재,역사와종교의융합으로서정화모스크


참고문헌
사진크레딧

출판사 서평

정화의원정,잊힌것과남긴것
1492년콜럼버스의대서양횡단은세계사에길이남을엄청난사건으로기록되었다.하지만그보다거의1세기나앞선정화의항해는여러차례동남아를거쳐인도,서아시아,그리고아프리카까지항해를통해새로운바닷길을개척하고해양네트워크의여러가능성을열었음에도,그만큼높이평가받지는못한다.이는명ㆍ청대내내강력한해금령이추진됨에따라해상교역에서막대한공을쌓은정화가기억에서잊힌것과관련이있다.그런데항해도중정화가들렀던동남아시아지역들에서는정화와관련된사원을지어그를기리는가하면,관련전설이나풍습이구전되고있다.오늘날말레이시아믈라카에는정화박물관이지어져그의업적을기념하며,인도네시아스마랑에서는정화도래를기리는축제를벌이기도한다.
우리에게특히생소한사실은정화가이슬람교도였다는것이다.정화원정대중에도무슬림이다수있었으며일부는동남아시아사회에정착해이주중국인공동체를꾸리기도했다.이사실은오늘날이슬람교도가인구의다수를차지하는동남아시아사회에매우의미심장한것이되었다.

말레이세계에서정화숭배의두가지양상
정화는일곱차례원정에서아시아와아프리카를넘나드는동안말레이세계의여러국가와평화로운교역을하고이들을명의황제를중심에둔조공체계로편입시켰다.따라서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지에서는정화에관한기억과전승이폭력적이고약탈적인것보다는대인,부유한상인등의이미지로굳어졌다.
실제로정화가방문한적이있는몇몇도시에서는이미수백년전부터공자나관우와함께정화를신처럼모시는유ㆍ불ㆍ도혼합형태의사원이세워졌다.이곳에서정화는중국을대표하는인물로,고향인중국을떠나머나먼이국에서살아가는이들의마음을어루만지는일종의수호신역할을하며종교적구심점이되어왔다.이런숭배양상을단적으로드러내는장소가인도네시아의삼푸콩사원이나말레이시아의쳉훈텡사원이다.
흥미로운것은오늘날정화숭배가이슬람과결합되는새로운양상을보인다는것이다.특히21세기들어인도네시아에서는십여개의대도시에정화모스크가건립되었는데,공통적으로중국계이주정착민,즉화인이다수거주하는지역이라는특징이있다.

인도네시아화인의정체성과동화전략
이책의후반부는최근인도네시아화인사회에서발견되고있는자발적동화전략이라는측면에서정화모스크를주목한다.인도네시아에는19세기네덜란드의식민통치시기에중국인노동력이대거유입되었는데,당시식민정부는토착말레이인들이기피하던세관원이나육체노동자로종사해효용가치가있던중국인을우대하며토착인과분리하는계급인식을형성했다.인도네시아공화국이수립된후에도소수화교들의경제력이다수를차지하는토착말레이인보다월등히크다는사실은사회적갈등의원인이되었고,중국적인것은금기시되었다.단적으로1965년공산당소요사태와1998년수하르토의몰락이후전국을초토화한종족ㆍ종교갈등속에서많은중국인이무고하게희생되었다.
이후개혁시기의사회변동속에서화인들은적극적인동화전략을모색해,이슬람교인구가88퍼센트를차지하는인도네시아사회에서이슬람교로개종하거나이슬람적인요소를수용하게되었다.그상징이바로정화다.인도네시아화인사회는15세기부터동남아일대에정착한정화와그의일행을소환해자신들의정통성을주장하며,정화일행이이슬람교전파에기여했다는담론을적극적으로유포한다.정화모스크는그전략의일환으로,관용적이고다문화적인이슬람을상징하며,인종을넘어서무슬림간의상생을도모하는수단이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