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딜러 (기억을 사고파는 은밀한 거래)

메모리딜러 (기억을 사고파는 은밀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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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해하기 쉽지는 않을 겁니다. 가장 쉽게 얘기한다면 이런 방식일 겁니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이 마치 한 편의 영화나 소설 또는 연극을 본 것처럼 객체화 되는 거라 할까? 그 다음엔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겁니다.
그 기억이 공포였다면 한 편의 무서운 영화를 본 것 정도일 것이고 공포의 잔영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흐르면 공포영화로 남은 그 기억 또한 흐물흐물 당신의 깊은 무의식으로 침잠할 겁니다.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이라면 그 영화의 감동적인 여운은 좀 길게 갈 수도 있겠죠. 가끔 짜릿한 기억의 대상이 지워져 버린, 그래서 그냥 아릿한 그리움만 남는 거죠.
어느 날 문득 당신의 꿈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곤 할 것이나 꿈은 그저 꿈일 뿐. 그 역시 한 편의 러브스토리 영화를 봤을 때와 유사한 종류의 경험이 될 겁니다.
이것이 내가 기억 거래의 방식을 얘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설명입니다.
저자

오은실

작고큰영화의기획자이며프로듀서로한시절을보냈다
우연히기회가되어책을낼수있었지만,그동안작가들괴롭힌벌을받는기분이다
비로소작가의어려움을이해하게되었다.
허나마지막이아니길,즐거운상상이글쓰기작업으로계속이어지길희망해본다
본업이달라지진않을것이다.
앞으로10여년은오피디로불리길바랄뿐이다.

목차

서문

시퀀스01

001/모처
002/나비함부로날리지말라우
003/업종변경
004/서랍이하나뿐이었던아버지
005/아버지의목재소

시퀀스02

001/Q&A
002/딜러가되길거부한남자
003/그녀를만나기전까지는그랬습니다
004/기차는정차역을그냥통과하여가고있었다
005/자신의죽음을본여자
006/반가사에서만난외로운영혼
007/공포소설작가쿰씨

시퀀스03

001/살인청부업자와예언하는여인
002/살아돌아온딜러들은할말이많다

출판사 서평

누군가의기억을마치증강현실처럼볼수있고,
그것을사고팔수도있는일군의사람들이있다.
이들을‘메모리딜러’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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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끝난반가사의문이다시열렸다.
“여기아직영업하나요?”
저처자는어떻게알고이곳의문을밀고들어온걸까.
그녀는조금흥분된목소리로누구인지를묻는주인의질문에꼬인혀를티내지않으려애쓰며또박또박답변을늘어놓는다.
좀전까지자신은종삼골목의어느포장마차에서성격꼬인시나리오작가와안풀리는감독과술을마시고있었다고했다.지겨운자리를벗어날겸화장실을간다는핑계로나와서골목으로들어왔는데이곳이있었다는것이다.전엔없던곳이었는데.그녀는연신놀람과감탄사를연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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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명상을하듯그것을그냥지켜만보았다.
아주느리게한점씩을그리는그녀에게언제가한번은가장오래걸려완성한작품에대해물은적이있었다.그녀는나이만큼의숫자를대었다.
그걸한번보고싶다고하자,자신을손가락으로가리켰다.
‘바로나.’
가장오래걸려만들어진작품그리고아직도완성되지않은미완의작품은그녀자신이라는것이다.지혜롭고위트넘치는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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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하는방법이라고해두죠.그렇죠작동하는방식은개인들마다조금차이가있을거라짐작됩니다.자의식이강한사람에겐좀시간이걸릴수있고…최면도잘걸리지않는사람이있듯이.
한번은창작하는것을직업으로가지고있었던고객이있었는데그는끝내그것을자신의기억으로만들지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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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쉽지는않을겁니다.가장쉽게얘기한다면이런방식일겁니다.
그것은자신의기억이마치한편의영화나소설또는연극을본것처럼객체화되는거라할까?그다음엔기억으로부터자유로워질수있는겁니다.
그기억이공포였다면한편의무서운영화를본것정도일것이고공포의잔영은그리오래가지않을겁니다.시간이흐르면공포영화로남은그기억또한흐물흐물당신의깊은무의식으로침잠할겁니다.
아름다운사랑의기억이라면그영화의감동적인여운은좀길게갈수도있겠죠.가끔짜릿한기억의대상이지워져버린,그래서그냥아릿한그리움만남는거죠.
어느날문득당신의꿈에서수면위로드러나곤할것이나꿈은그저꿈일뿐.그역시한편의러브스토리영화를봤을때와유사한종류의경험이될겁니다.
이것이내가기억거래의방식을얘기할수있는가장쉬운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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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전,도장을찾기위해선인각을찾았던초딩상수는우연히눈앞에서벌어졌던한소년과선인각이연루된기이한현상을목격하였다.오래된서점안을순간가득채운나비와다시책속으로숨어버렸던그모습을.나비떼는책에서나와다시책속으로들어가버렸다.그기억은어린상수의뇌리에꽂혀오랫동안사라지지않았다.아저씨와소년그리고나비들은어린상수에게는충격적인판타지였을것이다.그러나아이들이어른이되면유년의많은기억이수면아래로사라지듯이그후어린상수의기억속에서도까마득히잊혀졌었다.그를다시만나기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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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상수는잠깐진행을멈추게했다.
차의앞쪽트렁크를열고는작은나사하나를떼어냈다.그리고그것을십자가목걸이에매달았다.
“선생님깜빡잊을뻔했어요.이게저자동차의영혼과같은핵심부품입니다.가끔오래타던자동차와이별이힘든고객들을위해새로구입한자동차에메달아드립니다.”

물론이건상수가즉석으로만들어낸이야기였다.자동차에영혼이있다는건그야말로뻥이었고말도안되는거였지만그게위안이되는사람들이있다.
그런데그순간할아버지의얼굴이환해졌다.그의깊은주름에핀미소가품격과여유를주었다.굳어진마음이스르륵풀리는것을볼수있었다.상수는그부품나사를매단목걸이를남자의손에꼭쥐어주었다.그렇게그들은오래정들었던자동차와이별식을끝냈다.
그후노부부는뒤좌석에예쁜손자를태우고필담을만나러왔다.물론그차안엔오랜연인이었던소나타의영혼이가볍게매달려빛나고있었다.

이거래이후상수의상담과거래는더욱깊게상대를대했고성숙해졌다.자연스레성사률과만족도가높아졌다.그때상수는알았다,사람의마음을얻는것이바로딜러의가장중요한미덕임을.
‘아는것은좋아하는자만못하고,좋아하는자는즐기는자를이기지한다.’
그가즐겨인용하는논어의한구절이다.상수는그렇게딜러로써의일을즐기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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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프레임안에붉은색레코딩버튼이멈추었고진선생을촬영하고있던모자쓴강피디의프로필이언뜻보였다.
인터뷰는끝났다.강피디는준비되었는지를물었다.
오랜두통에서벗어날수있을거라며강피디는익숙하게카메라를정리하기시작했다.
진선생의눈빛이잠시흔들리는듯도하였지만곧평정을찾더니만물잔을들어캡슐로된알약을삼켰다.

“뒷일을잘부탁하오.”

진선생은그가이승에서남긴마지막유언이될말을하고소파에기대에눈을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