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

박건

$19.26
Description
헥사곤 한국현대미술선 마흔네 번째 작가 박건의 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의 작업까지 일관된 흐름을 담은 책. 작가는 현대인의 일상으로부터 예술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삶 그 자체를 소재로 작업해 왔다. 평면 작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시대의 흐름을 읽으며 동시대적인 교감을 표현해 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고 이후 미술 교사로 지내면서 미술교육의 다양한 실험을 직접 수행하는 창의적인 활동을 해왔다. 오늘날까지 〈시대 정신〉을 실천하는 미술 활동을 통한 작업 여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요란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 일상이며 미술이다. 200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작가 박건의 작업 여정을 새겨보는 재미가 있다. 특별히 최근의 작업으로 〈공산품 예술〉이라 칭하는 작품들은 우리 일상의 보잘것없는 공산품을 소재로 이용하여 현대 미술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나치게 멀리 가 버린 이 시대의 의미들을 되찾고 싶어 하는 순수하고 진솔한 작업 들이다. 어설픈 조형물이 내놓는 의미들의 진솔함이 대비되는 작업들을 새겨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양정애, 주홍, 조혜령, 공선옥, 류병학, 하일지, 성완경, 전준엽, 원동석, 장석원, 정정엽 등의 글도 풍성하게 담겨있어서 박건 작가와 작품 세계를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저자

박건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였다. 작가는 동시대의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삶을 그대로 미술과 예술의 영역으로 치환하는 소박하고 검소한 태도를 보여준다. 미술이나 예술의 영역이 삶의 현장보다 과장되고 의미를 부풀려 해석하려는 경향을 벗어나서 일상 그대로가 작업인 작가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미술 교사로, 시민기자로 미술이 일상 속에서 실천될 수 잇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술출판 운동, 행위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동 범위도 보여준다. 〈시대정신〉 창간과 〈시대정신전〉의 기획 경력도 그렇고 최근 핵반대운동으로 〈핵몽〉 관련 할동에서와 같이 늘 시대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실천적 삶의 태도도 꾸준히 견지해 왔다. 작가는 최근에 공산품 예술이라는 영역에 심취해 있다. 일상 주변에 넘치는 사소한 물건들을 소재로 이용하여 작가의 시각적 언어를 표현해 내고 있다. 손안에 잡히는 작은 물건들을 이리저리 조합하고 엮어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뜻밖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작가는 미술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예술이 너무 엄숙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삶을 기록하는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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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40년 화력에 2017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된 박건의 미니어쳐작업은 공산품에 대한 탄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예술과 생활, 일상과 환상, 소재의 넘나듦, high와 low가 자유롭게 변주되는 세상, 노동력과 창의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 등이 그를 끌어당겼다. 특히 자신의 노동력으로는 넘볼 수 없는 그 완결성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평소 장르,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예술적 태도가 이 공산품들을 작품 안으로 가볍게 끌어들였다. 현대미술에서 공산품이 소재나 주제가 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현대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이 공산품들을 특별한 필요 외에도 축소, 확대, 과장하며 매일 소비한다.
박건은 이 흔하고 값싼 물건들에 서사적 호흡을 불어넣는다. 작가적 손길로 쓰다듬고 대화하며 슬쩍 꼬집어 다른 세상으로 안내한다. 그가 평생 유지해 온 일상에서 예술 만들기, 생활과 노동에 대한 헌사가 유니크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순간이다. 박건의 미니어처 작업들은 스스로 제작한 것은 거의 없다. 이미 만들어진 것을 요리 붙이고, 조리 합하고, 살짝 변형 시켜 동시대에 걸맞은 시각언어로 활용한다. 버려지거나 값싼 재료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예술이 된다. 대부분 10cm 안 되는 피규어와 일상재료들을 날것으로 살려 쓰고 있다.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함에 대한 오마주이자 그것을 만들어 낸 공장노동자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다.
80년대 초중반 〈꽝〉, 〈코카콜라〉, 〈강〉, 〈궁정동〉 등 미니어처 작가로서 분명한 족적을 보여주었던 박건의 촉이 30년이 지난 지금 더욱 발랄해졌다. 소꿉 하듯 미니어쳐의 이모저모를 뜯어보니 인간사 바닥이 보인다. 특히 해골 관절 인형은 그에게 딱 맞춤한 소재이다. 해골은 나이, 인종, 계층이 불분명하다. 삶과 죽음이 한 몸에 있다. 표정은 없지만 묘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candle man〉, 〈재규어1026〉, 〈개돼지새똥〉, 〈강416〉 작품들은 쇳조각, 작은 장난감, 선물용 수건, 버려진 전자 부품 등으로 역사의 한 장면을 압축해 은유한다. 부러진 장도리 위에 해골 미니어처가 앉아 있는 〈망치반가사유상〉은 쓸모 잃은 이 작은 기물로 권력의 무상함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그동안 작가, 교사, 전시기획, 출판 미술기획, 시민기자, 아트프린트 제작, 퍼포머 등 삶을 창작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에게 미니어처 작업은 꼭 맞는 형식으로 재탄생했다. 물량 폭탄으로 예술을 과소비하는 현대미술 한 측면에 ‘딴지’를 건다. 손바닥만 한 작품으로 요지경 세상을 펼쳐 보인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 사이에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2017 ‘소꿉’(트렁크 갤러리)을 시작으로 2018 ‘너는 내 운명’(LAB29), 2019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무국적 갤러리), ‘강’ (갤러리 생각상자) 등 매년 개인전 열면서 미니어처 신작들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 박건은(1980-2020) 아트북 출간 기념전을 갖는다. 굳이 40년 화업을 밝히지 않고 작품만 보면 발칙한 상상력의 신진작가로 오인 받을 수 있다. 그보다 신선한 것은 틀에 갇히지 않으려는 작가적 태도와 왕성한 창작력이다. 그는 세상이 변하는 만큼 예술로 투쟁하고 놀며 예술가의 한 방식을 창작해 온 것이다.
●정정엽 /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