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이재준 시집)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이재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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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의사이면서 보컬이 빚어낸 독특한 시 세계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데 뛰어난 감각 보여줘
누구나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병원 원장이자 록 밴드 리겔의 보컬인 이재준이 시집을 냈다.
이재준은 리겔 1집 「하루」 등 여러 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음악 에세이 『시간에 음악이 흐르면』(2021)을 낸 바 있다. 그런 그가 시집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를 상재한 것이다. 병원 원장이 록 밴드의 보컬을 하고 시집을 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렇다면 이재준은 왜 시를 쓰고 있을까?


사람은 저마다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 결국 각자의 언어로 말하고 이해하고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이 광활한 우주에 오직 자신만의 파동을 새겨 넣는 일일 것이다.
- 「서문」 부분

이처럼 이재준은 언어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고 시인으로서 자의식도 뚜렷하다. 요컨대 “우리는 모두 시인”이며 “광활한 우주에 오직 자신만의 파동을 새겨 넣는 일”을 하기 위해 시집을 엮어낸 것이다.
시집에 실린 65편의 시는 삶의 현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허연 시인은 “삶의 현장은 늘 위태롭다. 삶의 현장은 항상 비의(悲意)를 품고 있다”며 “이재준 시인은 삶의 비의를 포착하는데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했다.

산모가 가득 찬 분만실을 머리를 싸매며 뛰어다닌다./초음파로 본 산모 뱃속에는 세 명의 쌍둥이가 보이고/밑으로 피를 뿜어내는 산모는 얼굴이 백지장처럼/싸늘해져 갔다.//악몽이었으면 했지만 현실이었다./산통에 소리를 지르는 산모는 힘을 주기 시작했다./마침내 아기가 하나둘 튀어나오고//모든 아기가 나왔을 때 엄마의 생명은 스러져갔다.
- 「악몽」 부분

심정지!//의사와 간호사들이/순식간에 할머니를 둘러서지만/거무튀튀한 얼굴은 퍼렇게 변하고 말았다.//보호자들의 부스스한 통곡 소리/그 앞에 의사는 우두커니 서 있다.
- 「ARREST」 부분

이재준은 투명한 언어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래서 긴박한 의료 현장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그의 시에서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수식을 볼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이재준은 ‘역사적 현실’에서 비켜서지 않으려 한다. 시인 김남주의 죽음을 생각하며 무디어 버린 ‘이성의 칼날’을 자책한다.

월급을 받고 차를 사고 친구를 만나고/즐기고 놀러 갈 장소가 생기면서/무뎌질 만큼 무디어 버린 이성의 칼날/그리고 무관심과 무감각들이/나를 망각 저편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시인은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다.
- 「김남주의 죽음 ; 1994. 2. 13.」 부분

시집은 록 밴드의 보컬이자 음악 에세이의 저자라는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오히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에게 음악과 시는 본질에서 하나이다. 「서문」에서 “시를 읽고 쓰는 일”을 “파동”이라 한 것도 그러한 연유다.

그의 시들은 예전에 내가 펴낸 그의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음악에 대한 그의 주해이다. (……) 이재준은 소리로 태어난 아이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살다가 죽을지는 모르지만, 소리로 저 심연에 잠긴 세상과 접신했음을 확신한다.
- 박성식, 「발문」 부분

발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재준은 “소리로 태어난 아이다”. 그렇다면 이재준이 의사이면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샤먼의 행위가 음악이면서 문학이고 치료이듯이.
병원 원장이면서 록 밴더의 보컬 그리고 시인.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는 세 가지 일이 길항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시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

이재준

저자:이재준
부산에서태어나동인고와인제대의과대학및
인제대의과대학원을졸업했다.
부산미래여성병원원장이자록밴드리겔의보컬이다.
리겔1집「하루」등여러장의앨범을발매했고,
쓴책으로음악에세이『시간에음악이흐르면』,
『이재준원장의Q&A산부인과』가있다.

목차


서문004

1_
아버지013
파피용2014
상념017
버드019
시체는해부실에있다021
갈수록023
상여024
왜멘솔담배피우냐고물으면026
벽속의피노키오028
화력발전소030
면반창고031
찬바람쌩쌩032
인턴이없는인턴숙소034
조그만찻집036
김남주의죽음;1994.2.13.037
떠나간친구에게039
악몽041
극장042
ARREST044
물개쇼046
분만실밖하늘047
왜하필049
회한051
어느시골길모퉁이찻집053
출근055
사랑니056
푸른하늘057
언제인가059
타락061
바람062
아르바이트063
땡칠이064

2_
VanishingTwin067
슬픈바이브레이터의추억069
각설이071
결정072
처음은사랑이아니다074
빛076
붉은돼지077
향1079
비행080
DNA081
고구려083
당신도그러하겠지084
탯줄085
담쟁이086
용이출몰하는사회087
그리움1088
그리움2090
당부091
카톡092
택도없다093
나의비문094
그래서어쨌단말이냐095
보이지않는먼지098
꽃과나무099
소통100
사랑한후에101
죽는줄도모르고102
존재104
부끄러움106
심장병107
향2108
미토콘드리아110
죽음과고통111

발문/소리로접신(接神)하고시로주해(註解)하다112

출판사 서평

추천사

삶의현장은늘위태롭다.삶의현장은항상비의(悲意)를품고있다.그비의를가장먼저읽어내는사람이시인이다.이재준시인은삶의비의를포착하는데누구보다뛰어나다.그가포착한한컷한컷은그의언어속에서하나의철학적사유로새롭게태어난다.
누구도자유로울수없는삶의위태로움을담담하고예리한시선으로그려낸그의시를읽으면묘한안도의순간이찾아온다.누군가의심장이멎기직전주변에위급함을외치는응급실의사처럼그는밤마다시를쓴다.다들눈을뜨라고…….
-허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