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만보고돌아왔다면,당신은아직파리를모르는것이다.”
“파리의진짜예술은미술관밖에있다.”
1.책한권으로걷는아름다운파리
마레지구,생제르맹,마티뇽,벨빌,호맹빌…파리의골목마다수많은갤러리가숨어있다.화려한미술관의명성뒤편에서,작은유리문하나를열고들어가면완전히다른예술세계가펼쳐진다.『눈은도시를걷고,마음은예술을본다』는바로그문안으로들어가예술과조우한시간의기록이다.
저자는약2년반동안파리에머물며직접갤러리들을탐방하고,도시와예술,파리의일상을기록했다.단순한전시소개를넘어갤러리의분위기와거리의공기,작품앞에서일렁이던감정까지섬세하게담아냈으며,직접촬영한사진과현지갤러리이미지,갤러리스트인터뷰를더해동시대파리예술현장의숨결을전한다.
책에는파리를대표하는현대미술갤러리들이다수등장한다.파리다운미감을보여주는‘템플롱’,사진예술의매력을전하는‘폴카갤러리’,미술과책의경계를넘나드는‘이봉랑베르’를비롯해페로탕,갈레리아콘티누아,알민레쉬,그리고이응노화백의작품을소장한‘갤러리바지우’등동시대파리미술계를대표하는공간들이생생한현장감과함께펼쳐진다.또한이응노화백부터김민정작가에이르기까지,한국적미감과정체성이파리의예술현장과만나는순간들을따라가며세계속한국예술의또다른풍경을비춘다.
아울러이책은예술만이아니라파리라는도시자체의감각과분위기까지함께담아낸다.마레지구의오래된골목과숨겨진안뜰,여름햇살아래의거리,갤러리마다다른공기와사람들의표정까지한편의영화처럼펼쳐보이며,독자들에게예술과함께파리를걷는새로운시선을제안한다.
2.예술과문학,도시와삶을넘나드는감각의기록
이책의또다른매력은예술과문학,도시와삶을자유롭게넘나드는저자의시선이다.갤러리공간을걷다가에드워드호퍼의고독한회화를떠올리고,사진작품속색채를보며피에르보나르의그림을연상한다.어떤전시는한편의여행에세이처럼읽히고,어떤공간은오래된영화의장면처럼묘사된다.그래서독자는단지전시정보를읽는것이아니라,예술이문학과영화,도시의풍경과어떻게이어지는지를자연스럽게경험하게된다.
특히사진전문공간‘폴카갤러리’편에서는사진이단순한기록이아니라“시간과감정을보존하는예술”로확장된다.여름햇살아래의캘리포니아풍경사진을통해독자는아직가보지못한도시를그리워하고,100년전프랑스상류층의스포츠문화를담은자크앙리라르티그의사진앞에서는벨에포크시대의낭만을함께상상한다.예술작품을감상한다기보다,이미지속시간으로직접걸어들어가는듯한경험이다.
“나는동양화를하니까서양에가는것이고,너는서양화를하는사람이니까동양으로가야해.”
이응노화백의이명징한한마디처럼,이책은서로다른문화와예술이만나며더넓어지는감각의순간들을따라간다.파리라는도시안에서한국작가들의흔적과동양적미감까지자연스럽게연결하며,독자들에게예술을바라보는새로운감각을건넨다.
3.“갤러리는어렵다”는편견을허무는책
무엇보다이책의가장큰매력은예술을해설하지않고‘경험하게만든다’는점이다.작품의의미를단정하기보다,전시공간안에서떠오른감정과기억,질문들을따라가며독자스스로예술과연결될수있도록이끈다.“파리의갤러리에관한글이기보다는,파리의갤러리안에서살았던내작은예술경험의기록”이라고저자가말했듯이,도시를걷다가우연히마주친갤러리의문처럼,미술애호가는물론예술이아직낯선독자들에게도편안하게다가간다.
더불어“갤러리는어렵다”는편견을조용히허문다.저자는처음갤러리문앞에서망설이던자신의경험을솔직하게털어놓으며,예술은특별한사람만의것이아니라누구에게나열려있는세계라고말한다.“작가를잘알지못해도,모든설명을이해하지못해도괜찮다”는메시지는예술앞에서주저하는많은이들에게따뜻한용기와호기심을건넨다.
4.이미지가넘치는시대,오래바라보는힘에대하여
무엇보다이책은빠르게소비되는이미지와짧은콘텐츠에익숙해진시대속에서,‘천천히바라보는경험’의가치를다시환기한다.SNS속몇초짜리영상으로는닿을수없는감각들,한작품앞에오래머무를때만생겨나는생각의흔들림을이책은집요할만큼섬세하게붙잡아낸다.
그래서이책은단순한파리예술기행서가아니라,동시대도시인이잃어가고있는감각과사유의시간을복원하는기록에가깝다.특히관광명소중심의여행콘텐츠에익숙한독자들에게이책은“도시를소비하지않고감각하는방법”을새롭게제안한다.실제로저자는유명랜드마크보다골목안작은갤러리와독립예술공간들에주목하며,그안에서활동하는젊은작가들과갤러리스트,지역의문화생태계를입체적으로보여준다.이러한시선은최근세계문화예술계가주목하는‘로컬감각’과‘동시대예술경험’의흐름과도맞닿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