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책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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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채색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거리’의 모든 것
〈씨름〉, 〈서당〉, 〈비봉폭포〉 등 우리에게 풍속화와 산수화로 잘 알려진 김홍도는 뜻밖에도 서양화법에 익숙한 화가였다. 도화서 서원이었던 그는 민화 책거리에도 빼어났는데, 바로 이 책거리를 서양화법으로 그렸다고 전해진다.
책거리는 조선후기에 발달한 정물화이면서, 유교 이념의 나라 조선이 물질문화를 받아들인 변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대의 표상’이기도 했다. 또한 당시,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유럽 제국과의 교류 흔적을 담고 있는 세계적인 그림이기도 하다. 김홍도가 서양화법으로 책가도를 그렸던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 채색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거리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책거리가 탄생하고 성행한 역사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경을 다루는 동시에, 젠더적 표현과 우주적인 상상력, 현대적인 표현 기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까지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책거리 특유의 모더니티를 해부한다. 특히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호소력을 가진 책거리의 놀라운 위상과 세계화 가능성을 짚어냈다.
저자

정병모

한국전통문화중세계화가능성이가장큰장르가민화라는믿음으로20여년간?국내외박물관과개인컬렉션등을찾아다니며민화를발굴,연구했다.국내외여러민화전시회를기획하고민화국제세미나를자문했으며,한국민화학회와한국민화센터를창립했다.

민화명품도록『한국의채색화』를기획했으며,『민화는민화다』『무명화가들의반란,민화』『민화의계곡Ⅰ』『영원한조선을꿈꾸며』『사계절의생활풍속』『한국의풍속화』『미술은아름다운생명체다』『조선시대음악풍속도Ⅱ』등을집필했다.특히『한국의풍속화』는중국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번역출간되는등민화의대중화와세계화에힘쓰고있다.

경주대학교문화재학과교수와박물관장을역임하고,지금은경주대학교초빙교수로있다.문화재청,서울시,경상북도,조계종문화재전문위원을지냈으며,한국연구재단전문위원과현대불교신문논설위원으로도활동했다.제1회조자용문화상(학술상)을수상한바있다.

목차

프롤로그_우리만몰랐던우리의보물,책거리새롭게보기

01책과물건을그리다_책거리의정의와특징
02새로운물건이세상을바꾼다_책거리에나타난책과물건에대한인식의변화
03“이그림이우리것맞나요?”_책거리에등장하는중국과서양물건들
--대항해시대‘북로드’와책거리
04“이것은책이아니라그림일뿐이다”_정조가어좌뒤책가도를펼친까닭
05김홍도가서양화를그렸다고?_서양화법으로그린궁중화책가도
06책거리의매력은“놀라운구조적짜임”_책거리의구성적아름다움
07“그정묘함이사실과같았다”_책거리의새로운전형마련한이형록
08블루열풍,19세기채색화를달구다_‘블루책거리’가주는새로운감동
09그무엇에도사로잡히지않는자유로움_일본인이사랑한‘불가사의한조선민화’
10물건이기보다소박한삶의진실을_한국적정물화의탄생
11욕망에색을입히다_수묵화의고상함보다채색화의화려함으로
12행복,다산그리고출세를꿈꾸며_길상의장식화로변신한책거리
--‘필통사회’는출세를꿈꿨다
13취미,그리고삶의미술_조선의‘호기심의방’엿보기
14조선의여인,수박에칼날을꽂다_책거리에나타난여성의서재
15책거리가양자역학을만날때_책거리와다른장르의콜라보효과
16민화책거리에는모더니티가빛난다_민화에나타난파격과상상력의힘
--구한말사진속‘길상’의책거리
17스님의가사장삼도서가처럼_불화와초상화에미친책거리열풍
18기명절지는왜중국풍으로돌아갔나_책거리와기명절지,닮은점과다른점
19한땀한땀피어나는부드러운아름다움_자수책거리만의색다른표현
20신화에서욕망으로,불꽃같은서재실험_홍경택의현대책거리세계

에필로그_책거리의세계화를꿈꾸며
책가도에나타난기물·가구·식물
미주

출판사 서평

우리만몰랐던우리의보물,
책거리새롭게보기

책거리는단순한조선시대의문화유산이아니라세계적으로알릴만한한국의문화유산이다.우리는그동안이존재를몰랐거나과소평가했지만,최근에는여러전시회를통해서세계적으로자랑할만한우리의문화유산으로각광을받고있다.책거리에는우리의문화유산으로는드물게세계를향한열린사고가담겨있고,구조적인짜임과현대적인조형등예술적성취가빛난다.저자는우리만모르는우리의보물인한국의정물화‘책거리’가세계미술사의한페이지를장식할날이머지않아올것이라는전망을갖고,“민화를세계로”라는프로젝트로이책을집필했다.

조선후기에유행한정물화,책거리를아시나요?
정물화라면으레세잔,고흐,샤르댕등서양의화가를떠올린다.하지만조선시대에도놀라운정물화가있었다.바로책거리다.서양의정물화처럼일상적인물건이나꽃을그린것이아니라,책으로특화된정물화다.세계각국의정물화가운데명칭에‘책’이란키워드가들어있는것은조선의책거리가유일하다.서양의정물화는꽃,과일,음식,가정용품,가구등을그린것이지만,책거리에는책을비롯하여도자기,청동기,꽃,과일,기물,옷등이등장한다.한마디로책과물건을그린정물화다.조선에서는네덜란드정물화보다한세기늦은18세기후반에정물화가성행했다.20세기전반까지200년남짓왕부터백성들까지폭넓게책거리를향유했고,그예술세계도세계미술계가주목할만큼독특하고다양하다.

조선후기는한국회화사에서전환의시기다.금강산도에서비롯된진경산수화,서민의일상생활을그린풍속화가새롭게등장했다.진경산수화는우리자연의아름다움을널리알렸고,풍속화는우리의평범한삶을드라마틱하게표현했다.여기에세번째조선후기를새롭게장식한장르가책거리다.이들장르는조선전기만하더라도거의존재감이없었지만,조선후기에급부상하여시대를이끌었다.책거리에는당시에유행한물질문화를화폭속에고스란히담겨있다.지금전하는작품수나예술세계를보건대,책거리는조선후기회화를대표하는예술로전혀손색이없다.

책거리는이념의시대에서물질문화의시대로바뀌는시대적변화의시그널이다
문치국가인조선시대에책은특별한존재였다.선비들이추구한정신문화의정화精華다.세상을배우고,세상의문물을받아들이고,세상을다스리는방편이책이었다.하지만책이아닌물건에대한조선선비들의생각은매우부정적이다.‘완물상지玩物喪志’,즉물건에빠지면고상한뜻을잃는다하여꺼렸던대상이다.검소함을최고의덕목으로여긴조선에서는물건이사치풍조를불러일으키는빌미를제공한다고여겼다.'검소는덕의공통된것이고,사치는악의큰것이다'라는기치속에서,물건의존재는한없이작아질수밖에없다.

도덕과이념으로무장한조선시대에상반된가치의책과물건이공존한그림이출현했으니,바로책거리다.이그림에고고한책과통속적인물건이함께담겨있다.이는조선후기의양면성을그대로드러내보여주는상징적인풍경이다.겉으로보면정신문화와물질문화가조화로워보이지만,그속을들여다보면물질문화가정신문화에기대어자신의목소리를내고있다.

조선후기에비로소현실적인물질문화에대한욕망이싹트기시작했다.이념과의리만으로는더이상조선의경제를버틸수없기때문이다.인간의궁극적인행복은정신안에있지만,물질이배제된인간의행복은실질적으로어려운것이다.그현실적욕망이응집된그림이바로책거리다.이그림은‘이념의시대’에서‘물건의시대’로옮겨가는변화의신호탄이다.

책거리에는대항해시대무역품부터여인의생활용품까지담겨져있다
책거리는조선후기에유행한물질문화의총화다.궁중화책거리에서는당시청나라로부터수입한화려한도자기들과자명종,회중시계,안경,거울,양금등서양의물건까지보인다.이들물건은대항해시대의무역품이라는점에주목할필요가있다.

도자기는중국에서아시아와유럽에수출했던가장중요한품목이다.중국에전해진대항해시대의문물은중국을오고가는사신들과상인들을통해서조선에전해졌다.중국의도자기는네덜란드동인도회사에수입돼유럽왕족과귀족들이‘도자기방’을따로만들정도로열풍을일으켰던시누아즈리chinoiserie의대표적인물건이다.시누아즈리는유럽뿐만아니라조선에까지불어닥친중국열풍이다.

자명종,회중시계,안경,거울,양금등서양물건은대항해시대의무역품이다.처음서양의선교사나무역업자들이중국이나일본군주의환심을사기위해진상한물건들이었다.서양의과학문물에대한관심이높아지면서,상류계층뿐만아니라일반인들사이에도확산됐다.책거리뿐만아니라조선후기초상화를보면주인공의주변을꾸미는장식에서이런서양물건을발견하게된다.조선이대항해시대제국들의직접적인무역대상국이아님에도불구하고,놀랍게도조선의책거리에대항해시대의무역품들이등장했다는사실이흥미롭다.대항해시대동방의가지끄트머리에화려하게핀아름다운꽃이책거리다.그것에는장엄한역사가있고다채로운스토리가깃들어있다.그런점에서책거리는대항해시대와조선후기의역사가담겨있는,‘세계를담은정물화’인것이다.

민화책거리에서는점차중국이나서양의물건에서벗어나조선의물건으로바뀌었다.아울러우리의삶속에서우러나는정서,감정,미의식이표출됐다.그런점에서민화책거리는한국적인정물화로자리잡은것이다.여기에는한국적인취향의공간이자리잡았고,우주적인상상력이펼쳐졌으며,다른장르와조합이자유롭게이루어졌고,파격과상상력으로이뤄진모더니티가빛났다.또한민화책거리에서는아얌,반짇고리,은장도,비단신등여성의물건들도심심치않게등장하고,여인의자의식을표현한그림까지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