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8번〉의탄생과
1910년빈의풍경으로보는
구스타프말러의새로운얼굴
1910년뮌헨의여름은뜨거웠다.바로구스타프말러가〈교향곡8번〉을세계초연하여이틀연속뮌헨음악축제홀을떠들썩한박수갈채로채운순간이었다.일명〈천인千人교향곡〉으로도불리는이대작은작곡가로서의말러에게첫왕관을씌워준작품이나다름없었다.그러나이곡을발표한1910년은‘영원한여성’과같았던아내알마의외도가발각된시점과맞물려말러에게는결정적인생의전환점이자,제2의고향빈에게는거대한두전쟁을앞둔시대적변곡점이기도했다.
이책은말러의〈교향곡8번〉을이루는다양한음악적요소와의미및의의를치밀하게추적하고분석한다.말러의개인사와심리적변화,화려하게꽃피웠지만퇴폐적이고불온한기운이감돌았던20세기초빈의시대상과문화적지형도는〈교향곡8번〉의탄생을엮어낸씨실과날실이었다.〈교향곡8번〉과영감을주고받은괴테의《파우스트》와토마스만의《베네치아에서의죽음》에이르기까지말러의삶과작품세계를수놓은철학자와사상가,예술가들과의연관성까지파헤친다.
1910년여름,박수갈채와함께
말러의삶은송두리째바뀌었다
“말러의교향곡이얼마나아름다운지이루다말씀드릴수가없습니다.
악상으로넘쳐나는작품이고,가장초자연적인감정이격렬하게표현되는작품입니다.”
-안톤베베른이아르놀트쇤베르크에게타전한〈교향곡8번〉초연묘사
이책은1910년9월6일,알마말러가어머니아나몰과함께뮌헨의호텔콘티넨털에도착한순간으로시작된다.구스타프말러의〈교향곡8번〉이뮌헨에서처음대중에게선보인날은그야말로도시전체의거대한축제나다름없었다.각종지역신문과음악평론지는리허설풍경까지전할정도로앞다투어공연소식을보도했고,4천석에가까운객석은마지막한자리까지매진되었다.
〈교향곡8번〉의초연현장이얼마나대단했는지는공연장에모인관객수뿐아니라청중의면면에서도알수있다.당대최고위유력인사들이대거참석하는한편,문학계에서는후고폰호프만스탈과아르투어슈니츨러,슈테판츠바이크,토마스만이공연장에있었다.음악가로는아르놀트쇤베르크,알반베르크대신콘서트를보러온안톤베베른,리하르트슈트라우스,알렉산더쳄린스키,폴뒤카,카미유생상스,젊은지휘자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의모습도보였다.압도적인선율이이들의눈과귀를사로잡았고,이특별한예술적경험에서받은인상과충격을각자글과음악에나름의방식으로부려놓았다.작가토마스만은너무나전율을느낀나머지그유명한《베네치아에서의죽음》(1912)의주인공인구스타프폰아셴바흐에게공공연히말러의이미지를덧씌우기까지했다.(훗날루키노비스콘티감독은동명의영화(1971)에서말러〈교향곡5번〉4악장아다지에토를인상적으로활용한다.박찬욱감독의〈헤어질결심〉(2022)에도등장했던바로그음악이다.)
어느때보다뜨거웠던1910년의여름,이사건으로부터말러의개인사뿐아니라당대문화예술의중심지이자,음악가에게제2의고향이나마찬가지였던빈의역사가바뀌는장대한드라마가펼쳐진다.
‘영원한여성’을잃은1910년,
그리고〈교향곡8번〉의탄생에관하여
이책의주인공은말러가남긴〈교향곡8번〉과1910년의빈이라고할수있다.저자인음악평론가스티븐존슨은말러의삶에서일어난주요사건과작곡시점의전후관계를종횡무진누빈다.따라서이책의전개는선적線的이지않으며,시간과공간을넘나든다.
저자가〈교향곡8번〉의세계를탐험하는출발점으로삼은지점은알마가건축가발터그로피우스와외도중이라는사실을깨달은1910년여름이다.거의온세상이무너지는듯한괴로움에몸부림치던말러는어떻게든아내의마음을돌리기위해평생지키던원칙을깨고〈교향곡8번〉을알마에게바치기로결심하기에이른다.〈교향곡8번〉은이렇듯말러의삶에서최악의시기에쓰였을뿐아니라말러가최초로다른사람에게헌정한교향곡이라는점에서남다른의미를가진다.
1910년말러의예술적·개인적운명에관한이야기는여러면에서무척흥미롭다.이미1907년빈궁정오페라감독자리에서내려와야했고심장에서이상증상을발견했으며,첫째딸마리아가세상을떠나는아픔을겪은말러에게,1910년은가장극단적인해였음이틀림없다.〈교향곡8번〉초연에서말러가맛본승리감은그의‘영원한여성’을잃은패배감을생각하면몹시대조적인것이었다.지휘자로는일찌감치명성을누렸지만상대적으로작곡가로는고른지지를받지못했던말러는,‘8번’을계기로본격적으로대중의관심을받기시작한다.
〈교향곡8번〉은말러가평소열렬히추종했던괴테의작품중《파우스트》에서영감을받아번개처럼써내려간곡이다.여기서바로〈교향곡8번〉에등장하는여러요소가논쟁의중심에놓인다.그중에서도〈교향곡8번〉의마지막에등장하는‘영원한여성’은기독교의성모마리아인가,말러가우상시했던알마말러인가,아니면또다른초월적인존재인가?이책은이러한의문들에서파생된여러의혹에답하는퍼즐을흥미진진하게맞춰나간다.
“교향곡은세계와같아야하고모든걸품어야한다”
〈교향곡8번〉과미완성작〈교향곡10번〉에이르기까지
〈대지의노래〉와미완성작〈교향곡10번〉을포함하여말러가11곡의교향곡을남겼다는사실은잘알려져있다.하지만말러는작곡가이전에오랜기간오페라를이끈베테랑지휘자였고뛰어난가곡도많이남긴만큼,그의야망을실현하기위해서는교향곡보다는오페라가더적격이었으리라는세간의평이지배적이다.그럼에도그는왜그토록‘교향곡’이라는장르에천착했을까?이책은말러가〈교향곡8번〉이라는전무후무한작품뿐아니라그가남긴〈교향곡1번〉부터〈교향곡10번〉까지아우르며,말러에게‘교향곡’이라는장르는과연무엇이었는지를밝힌다.선배인베토벤과슈베르트에의해18세기중후반시민의식의성장과낭만주의의세례를받으며본격적으로꽃을피운교향곡이야말로말러에게언어나사건이나관념이아닌,음악으로만순수한‘느낌’의세계를표현하는최선의수단이었다.
〈교향곡8번〉은‘천인교향곡’으로더잘알려져있을정도로동원되는인원과오케스트라편성에서가공할만한규모를자랑하는작품이다.하지만엄청난스케일에가려져‘구원’과‘초월’,‘환희’를노래하는이곡이가진진정한의미와가치,매력에관해국내에제대로소개될기회가드물었다.이책은〈교향곡8번〉의초연현장에서시작하여작품을면밀히분석하고,이를말러의삶과작품세계,1910년빈의시대상까지로확장해나간다.지금까지말러관련도서가여럿등장했지만,작품하나만을입체적으로다룬책은없었다는점에서귀한시도인셈이다.
무엇보다5장‘표현할수없는것에다가가다:말러의〈교향곡8번〉의가사와음악’에서는마치곡전체를실제로듣는것처럼〈교향곡8번〉의악보와가사를하나하나짚어가며감상의훌륭한길잡이가되어준다.특히저자는지금까지〈교향곡8번〉을분석할때가사의의미를간과하는경향이아쉬웠다고지적한바있는데,이장은그아쉬움을말끔히해소해준다.
또한말러가채마무리하지못하고세상을떠나서자취급을받던〈교향곡10번〉(데릭쿡작업)이이전작품들과마찬가지로대단히훌륭하며진정한말러를담고있는걸작임을짚어낸다.
말러,‘자신의시대가남긴흔적을
열린상처처럼떠안고사는창조적유형’
말러는무척이나복잡한정체성을가진인물이었다.그는유대인이었고,보헤미아인이기도했으며,독일인이자오스트리아인이기도했다.하지만그는어디에도속하지못한이방인이었다.특히그는유대인이었기에당대에만연했던반反유대주의에서자유로울수없었다.빈Wien사람유대인말러에게기독교적세계관은모태신앙인유대교와끊임없이충돌을일으켰고,괴테와니체,바그너를무척존경한말러가평생을추구한‘신성한독일예술’이라는이상理想은그가독일민족주의자였다는오명을뒤집어쓰게되는빌미를제공했다.
외부세계의차원에서보자면말러는자신이속한시대와장소의산물이었다.1910년경의빈은마치아르누보풍으로화려하게장식된당대의건축물처럼휘황했다.음악에서는말러와동시대작곡가였던슈트라우스,쇤베르크,베르크,쳄린스키,미술에서는구스타프클림트,오스카르코코슈카,에곤실레,건축에서는오토바그너,아돌프로스,발터그로피우스등걸출한천재들이활약했고,심리학분야에서도말러를상담했던지크문트프로이트와카를융같은선구자들이새로운학문을이끌었다(쳄린스키,그로피우스,코코슈카모두알마의연인이었다).하지만당시빈은전세계를소용돌이속에빠트린양차세계대전을앞두고있었다는점에서그빛만큼이나긴그림자가드리워져있었다.그뿐아니라‘세계음악의수도’라는명성뒤에무겁고진지한예술을받아들이지못하는빈특유의경박한분위기와퇴폐적이고불온한에로티시즘이어른거리고있었다.
이처럼말러의내밀한개인사와속내에관해서는아직도수수께끼로남아있는부분이많다.다만우리는그의작품을통해서사실을어느정도짐작할수있다.저자의말에따르면말러는프리드리히니체가규정한,“자신의시대가남긴흔적을그대로받아내열린상처처럼떠안고사는창조적유형의전형”이었기때문이다.
말러서거112주년,
우리는말러〈교향곡8번〉에서
무엇을들어내야하는가
음악평론가마크스웨드는〈교향곡8번〉의가치를다음과같이썼다.“〈교향곡8번〉은좌뇌와우뇌를모두동원해야하는궁극의작품이라해도과언이아니다.대위법,화성,선율의전개는우리로하여금비판적사고능력을가동케하고,동시에풍성한색채,감정,그리고순수한창조적상상력은비판적사고로부터우리를해방시킨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저자는이책전체에서방대한자료와치밀한분석,역사·철학·문학에걸친풍부한인문학연구를바탕으로말러의작품세계를소개한다.그럼에도그는작곡가의삶과음악을지나치게깊이연관시키려했던그간의말러비평경향과분명히거리를둔다.이러한태도는‘음악은오로지음악으로만말해야한다’는,말러가견지한입장에대한존중이기도할것이다.
대중이말러에게바쳐온찬사의맞은편에는오해역시그만큼이나산재해있다.한가지분명한사실은구스타프말러가그누구보다예술가라는직분에충실한작곡가였으며,그렇기에이모든개인적·역사적맥락위에음악이라는자신만의‘교향곡’을써내려갔다는것이다.말러서거112주년(1911년5월18일,50세)을맞아우리모두가말러의진면목을발견하는여정에동참하기를기대한다.
[추천사]
“용의주도하고섬세하게작품의모든복잡한부분을안내한다.”
-이언보스트리지,〈파이낸셜타임스〉
“짜릿하다.”
-존밴빌,〈가디언〉
“존슨은이시대의가장섬세한음악학자가운데한사람이다.…훌륭하고,강하게주장하지만놀라울정도로섬세한연구다.”
-존밴빌,〈가디언〉
“매력적이고열정적인해석.”
-필립헨셔,〈스펙테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