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게으른 족제비와 말을 알아듣는 로봇

$18.00
Description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라는 말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인간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을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하거나 신기한 개념이 아니다. ‘시리’나 ‘빅스비’ 같은 우리에게 친숙한 스마트폰 인공지능 비서를 비롯해 음성 인식 스피커나 에어컨 등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기기들이 일상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인간 ‘바둑의 신’ 이세돌 9단을 이겼고, 얼마 전 개최된 ‘알파로(AlphaLaw) 경진대회’에서는 인간 변호사 팀과 법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팀이 변론 대결을 펼쳐 인공지능 팀이 완승을 거둔 수준까지 와 있다.
현재 인간은 기계에 언어 능력을 심어서 인간과 대화하고 감정까지 공유하는 수준의 기계를 만들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말은 인간의 정신적 또는 영적 영역을 외부로 표현하는 도구다. 이는 지구상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능력이기도 하다. 인간이 현재의 인류로 진화하고 모든 피조물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말, 다시 말해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기계에게도 이러한 능력을 갖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리하여 머지않아 로봇이 인간 대신에 일하고, 더 나아가 영화 〈그녀(Her)〉나 〈조(Zoe)〉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나 인조인간처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그들과 인간과 같은 관계를 맺고 심지어 연애까지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게 될까?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 개발이 가져다줄 환상적인 변화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까 봐 우려하기도 한다. 인간이 일터에서나 관계에서나 인공지능에 떠밀려 인간성이 말살되는 시대가 오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반복적인 패턴을 파악하고 대량의 데이터에서 추출한 통계를 기반으로 예측하는 것이지, 단어나 글의 의미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언어학과 기계언어 전문가인 저자는 말을 이해하고 인간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려면 기계의 언어 처리 능력을 인간의 언어 능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야 가능한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말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출발점으로 하여, 음성 언어 처리의 원리와 방법 및 대화형 AI를 만들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을 통해 재미있게 소개한다. 말을 알아듣고 사물을 인식하는 로봇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 뒤에는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친절하게 설명한 이론적 해설을 덧붙여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또한 기계 학습, 인공 신경망, 튜링 테스트, 딥 러닝, 워드넷 등 인공지능 관련 개념 및 최신 기술도 소개하고 있어 20여 년간 이론언어학과 자연 언어 처리 연구에 전념한 저자의 공력이 느껴진다. 이러한 깊이 있는 내용을 놀랍도록 평이하게 전달하여 공학이나 수학적 관련 지식이 없이도 인공지능의 핵심 개념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인공지능 개발 및 기계 학습을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지만, 기계에 언어 능력을 부여해 준다는 것은 곧 인간의 언어 능력을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언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지 새삼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이고, 기계는 도무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타고난 언어 능력의 경이로운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읽는 팁 하나를 전하자면, 우선 우화 부분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서 읽는다. 그것만으로도 대화형 AI 개발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그 후에 그 과정을 좀 더 전문적으로 상세하게 해설하고 이야기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있는 해설편을 읽으면, 좀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저자

카와조에아이

1996년규슈대학문학부문학과졸업(언어학전공).
2005년동대학대학원에서박사(문학)취득.
2002년~2008년국립정보학연구소연구원.
2008년~2011년쓰다주쿠대학여성연구자지원센터특임준교수.
2012년~2016년국립정보학연구소사회공유지(知)연구센터특임준교수.
저서로《백과흑의문?오토마톤과형식언어를탐험하는모험》(도쿄대학출판회,2013년),《정령의상자?튜링머신을탐험하는모험(상-하)》(도쿄대학출판회,2016년)가있다.

목차

서문|뭐든다하는로봇을만들자!_이야기의시작

1장|로봇귀를구하러두더지마을로!_말을듣고판별하는능력
-음성과음소
-기계의음성인식과학습
-인간의듣기능력습득과정
-꼭인간과똑같아야할까?

2장|카멜레온마을에대화하는로봇이있대!_대화를나누는능력
-튜링테스트
-인간과대화하는기계의현재수준
-어중간한대화와어중간한이해
-‘참-거짓’을무시할수는없을텐데

3장|어떤질문에도척척대답하는로봇을찾아개미마을로!_질문에바르게대답하는능력
-질문에답하는기계
-언어의세계에서만이루어지는한정된이해

4장|올빼미마을의로봇눈기술을알아내야해!_말과바깥세계를연결하는능력
-기계의영상인식
-인공신경망엿보기
-인공신경망이란?
-이미지·영상표현력의한계
-외부정보와문장의참-거짓관계

5장|게으른족제비들결국대형사고를치다!_문장사이의논리적관계를이해하는능력1
-논리란무엇인가?
-추론과뜻이해
-논리적인사고를방해하는것
-함의관계인식

6장|족제비들은과연1,000개의문제를풀수있을까?_문장사이의논리적관계를이해하는능력2
-추론패턴에문장적용하기
-문장끼리얼마나닮았는지부터

7장|기계용사전을찾아담비마을로!_단어의뜻을아는능력
-과연가능할까
-단어뜻을자동으로알게하기
-기계를위한문맥정보
-구와문장을벡터화하다

8장|족제비들,뭐든다하는로봇드디어완성?_화자의의도를추측하는능력
-뜻과의도
-모호성해소
-대화함축
-의도전달의어려움

9장|그후의족제비들_말을알아듣는로봇,일단여기까지
-말을알아듣게하기위한일곱단계
-그너머에인간이있다

저자후기
미주
그밖의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이어서]
족제비들:“저기,이파초빨수염선생은스스로생각을하긴하는거야?”
카멜레온:“응?생각을하는거냐니?”
족제비들:“그러니까……제대로된자기의견같은게있는거야?”
카멜레온:“뭐?그런게있을리가없잖아.”
족제비들:“어?아까분명히이로봇이말을알아듣는다고했잖아?그래서우린이로봇이스스로생각하면서이야기할거라고상상했는데.”
카멜레온:“생각하면서이야기한다는게어떤의미지?”
족제비들:“음,그러니까이로봇은상대방이한말의내용을제대로이해한다음에대답하는거냐는얘기야.”
카멜레온:“말의내용을제대로이해한다음에대답한다?너희가어떤의미로그렇게말하는지모르겠지만설명을좀해주자면,이파초빨수염선생은몇가지규칙에따라움직여.기본적으로상대방이한이야기에서주어와어미‘~해요(~어요)’같은걸삭제한다음에문장앞에먼저‘허허,’를붙이고뒤에‘(~다)……고요.’를붙여서대답하지.이런식이야.”

저는식욕이없어요.⇒식욕이없다
⇒허허,식욕이없다……고요.

족제비들:“엇?그럼상대방이한말을듣고그냥반복하는것뿐이잖아.”
카멜레온:“그외에도규칙은다양해.상대방의말을잘파악하지못했을때는‘흠,그래서요?’나‘계속말씀해보세요.’같은말을하지.그리고상대방이한말속에있는핵심어에따라대답을정하기도해.예를들어‘잠을못잔다.’라는말이나오면‘뭐짐작가는원인이있습니까?’하고상대방에게되묻지.상대방이‘이것저것’이란말을하면‘구체적인예를들어주시겠습니까?’라고묻고.‘고맙습니다.’나‘안녕히계세요.’라는말을들으면‘그럼건강하십시오.’라고답하고‘스트레스’라는단어가나오면‘스트레스는잘풀어야지요.’라고말하지.파초빨수염선생은‘스트레스’라는게실제로어떤건지몰라.단순히입력된문자에맞춘다른문자로답할뿐이야.”
족제비들:“뭐야!그럼‘스트레스는잘풀어야지요.’도진짜그렇게생각해서한말이아니란소리야?”
카멜레온:“맞아.그리고레온은또다른방식으로작동하지.레온에게는‘잘풀렸던대화’의예시를잔뜩넣어두었어.대화의예시란한쌍을이루는질문과대답이야.즉‘한쪽이이렇게말하면다른한쪽이이렇게대답한다’하는것들이지.예를들어‘요즘어때?’하면‘그럭저럭.’이라고하지.레온은이런예시자료를많이가지고있어.”

질문:요즘어때?/대답:그럭저럭.
질문:아,진짜짜증나네./대답:히잉.혼났다~.

그러니까레온은누가말을걸어오면상대방이한말과비슷한패턴을가진예시를자기가가지고있는‘대화의예시’중에서찾아낸단말이지.그리고그유의성정도에따라순위를정하고,그중에서가장순위가높은대화패턴의대답을자기대답으로골라.그때유의성을어떻게측정하느냐가중요한데,기계를학습시키는다양한방법에…….”

카멜레온은설명을이어가려했지만족제비들이중간에끼어드네요.

족제비들:“레온은그런식으로대화하는거야?그말은다른누가과거에했던대화를반복한다는말이잖아?”
카멜레온:“뭐,어떤의미에서는그렇지.”
족제비들:“그런건우리가바라는거랑은완전히달라.상대방이한말의내용을제대로이해하는것도아니고진짜자기생각을말하는것도아니란말이야?와아,감쪽같이속았네!”
-58~61쪽〈카멜레온마을에대화하는로봇이있대!〉중

인간과대화하는기계에는크게두가지유형이있습니다.하나는사람이필요로하는정보를제공하거나필요한절차를수행해주는등명확한목적을갖는기계입니다.사람과의대화에기반하여음식점검색이나버스도착시각안내,질문에대한대응등을하는기계가바로이유형에해당합니다.이유형의기계는목적을달성하기위해필요한정보를갖추고있습니다.예를들어버스가어느정류장에몇시몇분에도착하는지와같은정보를데이터베이스따위의형태로가지고있는것이죠.이러한기계중대량의문헌에서사람이원하는정보를찾아대답하는기계에대해서는다음장에서더자세히다루겠습니다.
또다른유형은명확한목적이없는대화,즉사람과잡담을나누는기계입니다.“왜잡담하는기계따위를만들필요가있단말이지?”라고생각하기쉽지만,잡담에도실용적인중요성이있습니다.일본내대화시스템연구의일인자이자일본의인공지능학회이사인히가시나카류이치로(東中龍一?)씨는설령정보를제공할목적으로만들어진시스템이더라도잡담기능을전혀갖추지못하면이용자가기계와길게이야기하려하지않고,따라서본론에다다르기도전에이용을중지하는경향이있다는사실을지적합니다.또한사람이하루에나누는대화의60%가잡담이라는조사결과가있는만큼사람과관련한기계를개발하는데있어잡담은무시할수없는요소입니다.
튜링테스트에서상정한‘대답하는기계’는위의두가지유형중어느쪽에가까울까요?아마도두번째유형인사람과잡담을나누는기계쪽에가깝다고보는것이자연스러울겁니다.튜링테스트에서지성의유무를판단하는재료로삼는것은‘인간과구별이안되는대화능력을갖는일’입니다.이때첫번째유형의기계처럼사람에게정확한정보를제공하는것이반드시인간다움을느끼게하는요소라고잘라말할수는없지요.오히려질문에너무자세하고정확한대답을하게되면‘마치기계같다’라는인상을줄수밖에없습니다.
튜링테스트로경쟁하는행사인뢰브너상(LoebnerPrize)대회에서도인간의착각을잘흉내낸기계가더인간답다고판단된사례가있었습니다.잡담하는기계에게중요한것은반드시사람의질문에정확한답을내놓는것이아니라‘인간이볼때얼마나자연스러운대화를할줄아는지’입니다.이것은튜링테스트가지성의유무를기준으로하는것과대체로일치합니다.
잡담하는기계는오래전부터개발되어왔습니다.그중유명한것이1966년에개발된엘리자(ELIZA)라는프로그램입니다.엘리자는수많은패턴대응규칙을갖추고사람이키보드로입력한질문의패턴에맞추어대답합니다.앞선에피소드에등장한파초빨수염선생의모델이바로엘리자입니다.‘컴퓨터심리상담사’라는이름으로개발된프로그램인엘리자는앵무새처럼되묻는대답이많았음에도인기를끌었고,개중에는엘리자가인간이라고믿어몇시간씩대화한사람도있었다고합니다.프로그램의동작방식이마치매뉴얼에따라사무적으로반응하는심리상담사의이미지에딱들어맞았다는점도인기의한요인으로작용했지요.
-69~71쪽〈카멜레온마을에대화하는로봇이있대!〉중인간과대화하는기계의현재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