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의 역사

몸짓의 역사

$30.00
Description
몸짓을 주제로 서양 중세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살펴본 책이다. 중세 기독교 사회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서 몸짓에 관한 어떤 특징적인 사고와 개념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 프랑크 제국의 형성 이후 융성한 서구 사회가 사회적 변화 속에서 어떤 독창적인 사고와 관습을 새롭게 만들어냈는지, 그것이 근대 이후 서양 사회의 몸짓에 대한 사고와 관행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해준다.
저자

장클로드슈미트

저자:장클로드슈미트(Jean-ClaudeSchmitt)
오늘날프랑스아날학파를이끌어가고있는저명한역사가이다.1946년프랑스에서태어났으며,현재사회과학대학원(EcoledesHautesEtudesenSciencesSocials)교수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1978년중세사학의대가이자스승인자크르고프(JacquesLeGoff)와함께역사인류학연구소(Groupd’AnthropologieHistoriquedel’OccidentMedieval)를설립했으며,역사학과인류학을비롯한다양한학문분야를접목시킨학제간공동연구에힘쓰고있다.2002년에프랑스정부로부터교육문화훈장을받았으며,2005년에는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았다.주요단독저서로는『유령의역사』,『성견긴포르.13세기이후아이들의치유자』,『중세의미신』,『유대인헤르만의개종』등이있으며,공동저서로는『청소년의역사』,『서양중세사이론사전』등이있다.

역자:주나미
고려대학교사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서양중세사를전공했다.『12-13세기동물지에나타난기독교적상징과이념』이라는주제로박사학위논문을썼다.현재충남대학교사학과에서학생을가르치고있다.두산백과사전의역사·신화분야전문집필자로도활동하고있으며,번역한책으로는『곰,몰락한왕의역사』(미셸파스투로),『맨더빌여행기』(존맨더빌),『유령의역사』(장클로드슈미트),『중세동물지』(작가미상),『돼지에게살해된왕』(미셸파스투로),『악취와향기』(알랭코르뱅),『서양중세상징사』(미셸파스투로)가있다.

목차

머리말.중세,몸짓의문명
01.고대의유산
02.기호의종교
03.신의손
04.구별
05.수련자규율
06.속인과성직자
07.몸짓의언어
08.기도에서종교적도취까지
09.상징적효력
맺음말.중세몸짓의다양한얼굴

출판사 서평

20세기중반이후인류학을비롯한여러분야의학자들이인간의의사소통과사회적관계에서몸짓과같은비언어적행동이어떤역할을하는지알아보기위해다양한방법으로연구를진행했다.어떤학자들은사람들이대화를나누는장면을영상으로찍은뒤에그들이의식적이든무의식적이든하는눈짓,손짓등의모든움직임을프레임단위로상세히분석했다.이런연구는동작학,공간관계학같은새로운연구분야를낳았고,몸짓이인간의사회적삶에서우리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더크고중요한역할을하고있다는사실을확인시켜주었다.몸짓은사람들의모든행동을통일시키고조화롭게해주었고,사람들은그것으로표현되는일정한리듬체계에맞추어춤을추듯이동시에움직이는것처럼보였다.

그연구는몸짓이문화의차이를결정하는핵심요소라는사실도확인시켜주었다.문화마다태도와행동의방식이다르며,그것들에부여하는의미와가치판단도다르다.개와고양이의몸짓이서로다르듯이,어느문화에서호의적인것으로통용되는몸짓이다른문화에서는몹시무례하고적대적인것으로배척되기도한다.어린아이에게보인호의적인몸짓때문에형사사건의피고인이되어버린이민자의경우처럼,문화적배경이달라지면몸짓의의미도달라진다.그래서인류학자인에드워드홀(EdwardT.Hall)의말처럼,몸짓과같은비언어적체계는“민족성의본질그자체”이며,서로다른문화나민족에속한사람들간의만남에서는상대의비언어적행동을정확히읽어내는것이무엇보다중요하게나타난다.

이는동시대의다른문화에만해당되지않는다.역사학에서과거의사회와문화를연구할때도마찬가지이다.몸짓과같은비언어적행동의의미를정확히읽어내는것은과거의인간과의만남에서도중요하기때문이다.특히서양중세사회는‘몸짓의문명’이라고불릴만큼몸짓이사람들의사회적삶과관계에서오늘날보다훨씬더중요한역할을맡고있었다.그래서그사회와문화를만나는데몸짓에대한이해는더욱중요한의미를지닌다.

실제로우리가‘중세’라는말에서흔히머릿속에서떠올리는것은엄숙하고장엄한그시대의의례적인몸짓이다.군주앞에서한쪽무릎을꿇은기사의몸짓,모여든신도들이나군사들을두팔을들어올리며축복하고격려하는사제나왕의몸짓같은것들이다.곧몸짓은중세사회와문화가오늘날의그것과구분되는중요한특징가운데하나이다.

중세서양사회에서“사람들은그들끼리든,신과의사이에서든,소통하고기도하고저항하기위해몸과영혼을다바쳐끊임없이몸짓을했다.그것에자신의모든인격,자신의믿음과맹세한신앙,사회적품격의가치를모두부여하고,때로는죽음전후의운명을맡기기도했다.”(17쪽)몸짓은여러사회집단들사이의위계를구체화하고,다툼을조정하는구실도했다.“공유되고식별되는몸짓으로저마다자신이어떤집단에속해있음을분명히드러내고알리는것이중요했다.수도사에게는수도사의몸짓이,기사에게는기사의몸짓이있었다.”(16쪽)아울러그사회에서“몸짓은문서보다한사람의전부를더오롯이얽어맸다.”(13쪽)몸짓은인간들의행위에효력을부여하고,큰구속력을가지고있었으며,문서는기껏해야몸짓과실제주고받은말을추인하기위한것이었을뿐이다.

장클로드슈미트(Jean-ClaudeSchmitt)의《몸짓의역사(Laraisondesgestesdansl'Occidentmedieval)》는이처럼중세를오늘날과뚜렷이구분하고특징짓는‘몸짓’을주제로서양사회와문화에내재된사고와가치체계의특징과변화를분석한책이다.1978년스승인자크르고프(JacquesLeGoff)와함께역사인류학연구소를설립해프랑스아날학파를이끈저자는이책에서서양사회에서1천년에이르는긴시간에걸쳐나타난몸짓에대한사고와형상표현의역사를상세히다룬다.

하지만이책은중세의몸짓을단순히사례와유형별로제시하거나설명하려시도하지않는다.“이책의목적은어떤특정한몸짓의역사를되짚어보거나,어떤하나의문학ㆍ도상학문헌에서몸짓표현의형태를분석하거나,중세몸짓의목록을만들거나,나아가그의미와기능의유형론을만들려는것이아니다.”(21쪽)몸짓과같은비언어적행동은그것을둘러싼사회적·문화적배경과전체의맥락을함께고려하지않고서는의미를제대로이해할수없기때문이다.어떤특정한형태만을단편적으로따로떼어분류하고유형화하려는것은섣부른일반화의오류에빠지기쉽다.

따라서저자가이책에서다루는주제는훨씬더폭넓은것이다.“내가스스로에게묻는질문은더포괄적이다.중세시대에몸짓을한다는것은어떤것이었을까?몸짓은어떻게,누구에게행해졌으며,어떻게생각되고,판단되고,설명되고,분류되었을까?중세도몸짓에관한성찰이나이론을가지고있었을까?그런판단을매개로어떤문화적모델,신체에대한어떤태도,사회적상호작용에대한어떤생각이표현되고있었을까?”(21쪽)

이런문제의식에기초해서저자는이책의원제이기도한‘몸짓의이성raisondesgestes’이라는개념을중심으로중세사회에서몸짓을둘러싸고나타난사고와가치체계의변화,그러한변화를낳은사회적원인과내부의갈등등을폭넓게분석한다.이를위해신학ㆍ법학ㆍ문학ㆍ교육ㆍ의학에관한글들,수도원의계율과관례집,전례의예식규정,환시에관한기록,기도에관한글,전례극문집,설교집,군주의귀감등의다양한장르의문헌자료와도상들이풍부히검토된다.그리고대관식,전례,성찬식등에서나타난국왕과성직자의몸짓만이아니라,기도의몸짓,장례와혼인의식에서의몸짓,신비주의자들과고행주의자,광대의몸짓등이폭넓게다루어진다.이러한작업을바탕으로저자는중세기독교사회가고대그리스와로마문화에서몸짓에관한어떤특징적인사고와개념을어떤방식으로받아들였는지,프랑크제국의형성이후융성한서구사회가사회적변화속에서어떤독창적인사고와관습을새롭게만들어냈는지,그것이근대이후서양사회의몸짓에대한사고와관행에어떤영향을끼쳤는지를우리에게체계적이고매우깊이있게설명해준다.

따라서이책은단지‘몸짓’만이아니라,프랑크제국의형성이후나타난중세서양의정치적·사회적·문화적변화와가치체계의변화를더깊숙하게들여다볼수있게이끌어준다.중세의다양한문학과예술작품들에표현된인간의행동과동작,몸짓의의미를더정확히이해하는데에도풍부한도움을준다.

중세서양사회에서형성된몸짓에대한사고와관습은현대의그것에도여전히많은영향을끼치고있어서더욱중요하다.저자의말처럼“오래된그림이나더흔히는과거의도상을보면서우리는가끔몇세기가지나도형태나의미가바뀌지않은듯한어떤몸짓을무의식적으로알아보곤한다.그때우리에게중세는무척가까이있다.오늘날우리에게친숙한어떤몸짓을그시대가‘발명’했기에더그렇다.인사를하려고모자나장갑을벗거나,두손을모으고기도하거나,맹세를하려고손을들어올리는것과같은몸짓들이다.”(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