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17.04
Description
“악은 어떻게 조직화되고 보편화되는가”
아우슈비츠 ‘생존자’가 아닌 ‘가해자’의 삶을 중심축으로
거대 기업과 나치의 부당 거래를 밝히다!

다시, 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껏 수많은 영화와 책들이 나치 독일 치하에서 벌어진 광기와 폭력의 역사를 복기하고자 시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엘리 위젤Elie Wiesel이나 프리모 레비Primo Levi 같은 아우슈비츠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주목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는 독특하게도 생존자가 아닌, 가해자의 행적을 좇는다. 저자 퍼트리샤 포즈너는 우연히 아우슈비츠에 주임 약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그에 대한 정보를 수년에 걸쳐 수집하며 치열하게 파고들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로, 평범한 제약 회사 직원이었던 빅토르 카페시우스가 아우슈비츠의 주임 약사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철저한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추적했다. 유명 제약 회사 바이엘에서 일하던 “사람 좋은” 영업 사원 카페시우스가 어떻게 아우슈비츠에서 끔찍한 범죄를 죄의식 없이 저지를 수 있었을까? 자연스레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떠오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우슈비츠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카페시우스라는 가해자의 삶을 중심축으로, 거대 화학 회사 이게파르벤과 나치 독일이 어떻게 아우슈비츠를 만들어 냈는지 밝혀낸다. 이게파르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손을 잡고 아우슈비츠를 탄생시켰다. 죽음의 수용소는 단순히 히틀러로 대표되는 광기 어린 한 사람과 그를 따르는 광신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복합기업 이게파르벤과 나치의 이해관계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된 수용소가 생겨났고, 그 아래에서 카페시우스 같은 개인이 부단히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이 맞물려 악이 조직화되고 보편화되는 과정을 그려 냈다. 그런가 하면 책의 후반부는 종전 이후의 독일에서, ‘악’을 스스럼없이 자행한 이들을 법정에 세워 역사의 심판대에 올리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저자

퍼트리샤포즈너

영국런던에서태어나미국마이애미비치에살고있다.지난30년간베스트셀러작가인남편제럴드포즈너를도와『멩겔레:완전한이야기Mengele:TheCompleteStory』를비롯한열두권의논픽션저서를집필했지만공동저자로는이름을올리지않았다.1950년대런던의보수적인유대인가정에서자란퍼트리샤포즈너는반복되는유대인괴롭힘의피해자였다.공립학교에다니면서유대인에대한조롱을일상적으로받으며,제2차세계대전과홀로코스트를둘러싼역사에깊은관심을갖게되었다.어느날남편과함께‘죽음의천사’로알려진나치의사요제프멩겔레의자서전을준비하다가,아우슈비츠에주임약사가있었다는사실을알게된다.그때부터포즈너는멩겔레의옛동료이자친구빅토르카페시우스VictorCapesius에대한자료를수년간에걸쳐집요하게찾아내고,카페시우스의행적을추적해나간다.소규모독립출판사인크룩스Crux를통해2017년에출간한이책은중국,스페인등15개국에번역되며전세계적으로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

목차

서문
저자서문

Chapter1.“약사삼촌”
Chapter2.나치,파르벤과결탁하다
Chapter3.이게?아우슈비츠
Chapter4.카페시우스,아우슈비츠에입성하다
Chapter5.아우슈비츠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
Chapter6.조제실
Chapter7.“악마를보았다”
Chapter8.“바이엘표독약”
Chapter9.“알수없는냄새”
Chapter10.헝가리계유대인들
Chapter11.금니
Chapter12.끝이임박하다
Chapter13.“자동체포”
Chapter14.“제가무슨죄를저질렀죠?”
Chapter15.모두가모르쇠
Chapter16.새로운시작
Chapter17.“신앞에맹세코결백합니다”
Chapter18.“악의평범성”
Chapter19.“제게는명령을거부할권한이없었습니다”
Chapter20.“살인가해자”
Chapter21.무감각한관료들
Chapter22.“이건웃을일이아닙니다”
Chapter23.최종판결
Chapter24.“그냥악몽을꾼거야”

에필로그
감사의말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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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에게서악마를보게될것이다!”
양심이나도덕성에구속되지않는상황에서
인간과기업은과연어디까지타락할수있는가

1944년5월,아우슈비츠에막도착한루마니아계의사베르너의이야기로책은시작된다.열차를타고가족과함께끌려온베르너앞에는눈부신조명을배경으로나치친위대장교들이도열해있었으며,경비견들이사납게짖고있었다.베르너는곧소스라치게놀라고마는데,예전에같은동네에서약국을했던카페시우스를보았기때문이다.친근한“약사삼촌”은어느새나치장교가되어있었다.

평범한약사가어쩌다아우슈비츠에서유대인의생사를결정하는나치장교가되었을까?첫장부터흡입력있는이야기가전개되는데,페이지를넘길수록이모든것이허구가아니라는사실이비극적으로느껴진다.집단학살과생체실험,수감자를대상으로한비양심적인절도등이아무렇지도않게이뤄지는아우슈비츠를마주해야하기때문이다.카페시우스는이모든죄를성실히저지른사람이었다.그는수감자들에게필요한치료약을고의적으로내주지않았고,가스실에쓰이는치명적인화학물질인치클론B를관리감독했으며,임산부와어린이를대상으로아무런죄의식없이생체실험을했다.심지어아우슈비츠희생자의사체에서채취한금니를빼돌리기까지했다.인간이양심이나도덕성에구속되지않는상황에서과연어디까지타락할수있는지에대해고민해보게된다.

또한이책은카페시우스라는한개인의타락에만집중하지않고,일개약사가원하는대로범죄를저지를수있었던시스템,즉아우슈비츠수용소가어떻게만들어졌는지전말을파헤친다.애초에나치는유대인을격리수감하고,전쟁에쓸군수물자를원활히생산할노동력을확보하기위해수용소를건설했다.이과정에서이게파르벤이라는독일의거대화학회사가매우적극적으로개입하며아우슈비츠수용소를추가로건설하기까지했다는사실은모르는이들이많다.그러나오늘날에도‘아스피린’과‘비판텐’으로유명한제약회사바이엘의전신이이게파르벤이라는사실을알고나면경악할수밖에없다.저자는수년간수집한자료와기록을토대로,극우민족주의자히틀러와이익을최대로우선시했던이게파르벤이어떤거래를했으며,이것이역사에어떤파장을일으켰는지낱낱이밝힌다.

역사속에서잊히기를바라는전범자와
이들을정의의심판대에끌어올리려는자들의
치열한법정싸움을읽어내다!

종전이후에카페시우스같은전범자들은자신의죄가잊히기만을학수고대했지만그리쉽지않았다.반대편에는반드시이들을정의의심판대에올려야한다고벼르는이들이있었기때문이다.제2차세계대전당시강제수용소에수감된경험이있는검사프리츠바우어FritzBauer와증인으로나선헤르만랑바인HermannLangbein이그렇다.책의중반부터는‘집념의검사’바우어와죄를은폐하려는전범자들의길고치열한법정싸움이이어진다.일반적으로독일은같은추축국인일본과달리과거사청산에적극적이었다고알려져있지만재판을따라가다보면그리쉬운일이아니었음을깨닫게된다.

종전이후독일에는중앙검찰청이신설되어바우어같은검사들이전범자를잡아들이기위해고군분투했다.그런데가해자들은일관되게“모른다”,“기억이나지않는다”는태도를취했는데,알다시피이것이혐의를피해가기에가장효과적이었기때문이다.아우슈비츠신설을승인하고이곳을관리한파르벤이사진이유대인학살에대해“아무것도몰랐다”고주장하는장면은실소를자아낸다.모든전범자들이재판내내일말의수치심이나죄책감을내비치지않았으며,심지어카페시우스는법정에서웃음을터뜨리기까지했다.반면에증인으로나선아우슈비츠생존자들은이런가해자들을대면하고,가해자들의변호사로부터무례한질문을받으며괴로워했다.가해자의죄를밝혀내기위한재판에서생존자가고통받는상황이아이러니하게느껴진다.여기에아직도친일청산을제대로이루지못한우리를비춰보게되는것은당연하다.

인간의잔악함에대한경고이자
다음세대에대한예방접종이되는책!
되풀이되는폭력의역사에경종을울리다

수많은전범자들을체포한‘나치사냥꾼’시몬비젠탈은1970년~1980년대에미국전역의대학캠퍼스를돌면서다음과같이호소했다.“모든재판은아직태어나지않은세대에게놓는증오에대한예방접종이자인간이인간에게저지를수있는잔악함에대한경고가될것입니다.”20세기중반에일어난홀로코스트가오늘날우리에게갖는의미도여기에있다.수백만명의유대인이희생된이사건은단순히영화나소설의소재로되풀이되어소비되는것이상으로묵직한메시지를건넨다.이책은우리와다음세대에다시는이런일이되풀이되어서는안된다는경고등으로기능할것이다.

“우리중에는아우슈비츠에서마지막길을간아이들의공허한눈,그리고의문과두려움으로가득찬눈을마주하지않고서는앞으로행복하고천진난만한아이의눈을오랫동안들여다볼수없을것같은사람들이있을겁니다.”한스호프마이어HansHofmeyer판사는지난했던재판을마무리하며이렇게이야기했다.가해자들을제대로처벌해야만인간의역사가발전해나갈수있다는의지가담겨있는말이다.홀로코스트를주도하거나이에동조한가해자가아닐지라도인간이라면같은인간이저지른죄에대해부끄러움을느낄수밖에없음을표현한문장이기도하다.지금이순간에도인간의끝없는탐욕으로인해희생되는피해자들이있다.1970년대100만명이상의사망자가발생한캄보디아자국민대학살이나1994년르완다대학살은여전히잔인한역사가되풀이되고있음을보여준다.저자퍼트리샤포즈너가‘악의평범성’의표상인빅토르카페시우스의행적을오랫동안파고들어책으로펴낸이유는이를경계하기위함이아닐까.홀로코스트와는직접적인연관이없어보이는지금여기의우리가이책을읽어야만하는이유에대해서도고민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