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호기심을자극하는‘괴물작가’가던지는질문
“궁금하지않아요?”
tvN〈유퀴즈온더블럭〉,〈다빈치노트〉,MBC〈심야괴담회〉등대중매체에서과학전달자로활발히활동하고있는저자는유쾌한입담을선보이며인기게스트로떠올랐다.그와동시에엄청난‘곽재식속도’로『ㅁㅇㅇㅅ』,『가장무서운예언사건』등SF소설을연달아출간하며집필활동을이어가고있다.저자의맛깔난필력은장르를불문하고책에깊은몰입감을더한다.작품속을종횡무진뛰어다니는살아움직이는등장인물,과학적이고도역사적인소재를아우르는세계관,이모두를흥미롭게엮어내는저자만의방식이이책에서도여과없이발휘되었다.여러분야에꾸준한관심을보이며관련자료를수집해온그는과학적사실뿐만아니라옛문헌,노래가사,상황에들어맞는찰떡같은비유,엉뚱한상상까지녹여종합적으로선보인다.
저자는엉뚱한호기심과만물박사적기질,소설의스토리텔링을결합해남다른생물학이야기를빚어냈다.새들이여러물건을수집하며도시에적응하는모습을인간이외계행성으로날아가로봇장치를조사하는상황에빗대거나,지의류가다른생물과합체해살아가는모습을우주전쟁이벌어지는상황을가정해외계인이인간의뇌속에들어가는것으로비유하는식이다.세상모든일을향해“궁금할수있잖아요!”라며멈추지않는호기심을앞세우는저자와책내용이무척이나닮았다.하나의생물속에서,또그생물과다른생물의얽히고설킨관계속에서일어나는현상들과관련한책내용에는그동안많은독자를사로잡아온저자만의위트와개성,끝없는호기심이가득하다.오직‘곽재식’이어서가능한결과물이다.
과학으로본아파트속새로운풍경을찾아서
내주변에서시작하는경이로운생물학여행
이책은생물의구조와기능을과학적으로탐구한것뿐만아니라한생물의삶에서사를입혀이들이살아가는공간을바라본다.생물종의궤적을좇아조선,고려,삼국·선사시대등한반도의역사적시간속에서들여다보는가하면,지질학적시간을척도로쥐라기까지거슬러올라가보기도한다.미시적인아파트라는공간과수백,수천년의시간을넘나들며자연스레생물들의모습을떠올릴수있도록구성된것이특징이다.
1장‘주변환경에맞추어진화한생물’에서는소나무,철쭉,고양이,황조롱이가어떤과정을통해도시에적응하게되었는지를다룬다.소나무가왜가로수로인기를얻지못했는지,철쭉은어쩌다개꽃으로불리게되었는지,SNS에서널리사랑받는고양이는어떻게인간의마음에쏙드는외양을갖게되었는지등평소주변에서쉽게찾아볼수있는생물들과관련한재미있는이야기를만나볼수있다.2장‘같이살고싶지않지만사실은동거중’에서는빨간집모기,애집개미,집먼지진드기,지의류가나온다.대개인간이해롭다고여기는이작은생물들은아파트로서서히영역을넓히면서전염병을불러오는가하면컴퓨터프로그래밍,데이터기술,문화재복원연구의토대를제공하는등인간의삶을크게바꾸었다.3장‘보이지않는것들이만든세계’에서는곰팡이,아메바,미구균,코로나바이러스가등장한다.눈에잘띄지않아서있는지없는지도몰랐던이들의복잡다단한삶의모습을엿보면,늘사람으로귀결되던과학의시선을한번쯤다른관점에서생각해보게된다.
하루를시작하고마무리하는나만의공간,집안에이렇듯보이지않는세계가존재한다는사실은놀랍기만하다.그세계를이루고있는주인공들은이토록가까운곳에서우리와함께살고있다.비인간주민들은아파트에서그냥생존만하는것이아니다.간단하고별것아닌듯한모양을하고있는것들까지도인간처럼태어나고먹고자라나고새끼를치고죽음을맞이한다.이들나름의방식대로삶을꾸려나가는모습이우리와별다르지않아기분이묘해지기도한다.생태계속에서꿋꿋이제역할을다하며인류를구하기도,때론멸하기도하는생물들의흔적이경이롭다.
앞으로이친숙하고낯선주민들이어떻게아파트를바꿔갈지예측하는것은물론어려운일이다.그러나이책이말하듯,아파트를짓고그주인으로행세하는사람뿐만아니라그속에서살아가는생물들도서로얽혀있는관계속에서계속변화할것이라는점하나만은확실하다.아파트라는독특한인간의문화는주변비인간생물들의삶에깊이영향을주어서식장소,외양,먹이,토양에적응하는성질등을독특한방향으로이끌어나갔다.오늘날인간과비인간생물이함께거주하는아파트단지라는생태계에서의공존이란,“완전히새로운관점으로연구해볼문제로변해가고있는듯하다.”차례를훑고관심이가는어느꼭지를펼쳐봐도좋다.이책을통해왠지어렵고낯설게느껴졌던생물학과의거리감을한뼘좁혀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