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민낯들 : 잊고 또 잃는 사회의 뒷모습

$15.50
Description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하나의 다짐이 된 시대,
우리는 사회적 아픔과 부조리를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열두 사건을 되짚어 보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탑승객이 숨졌을 때도, 2018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있었을 때도, 2020년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을 드러낸 변희수 하사가 강제 전역 이후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읊었던 말이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충격적인 일도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며 금세 잊어버린다. 그 결과는 고통의 무한 반복이다. 대개는 힘없는 개인이 떠안아야 할 고통이기에, 예견된 비극이나 다름없다.

『민낯들』은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담은 책이다. 故 변희수, 故 최진리, 故 최숙현, 故 김용균, 故 성북 네 모녀, 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명의 문제적 죽음을 응시하고(1부), 코로나19 팬데믹, n번방 사건, 세월호 참사, 낙태죄 폐지, 박근혜 탄핵, 조국 사태 등 대형 재난 및 이슈를 되짚으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폭로한다(2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선언만 돌림노래처럼 반복하면서 정작 놓친 질문은 무엇인지, 이 책은 진지하게 묻는다.

저자

오찬호

사회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여러대학과대학원에서오랫동안강의했다.대구와서울을거쳐현재는제주의시골에서산다.주로글을읽고쓰며가끔육지로나가강연한다.친숙한것을낯설게보면서사회가개인을어떻게괴롭히는지추적하는데관심이많다.평범한일상속차별과혐오의씨앗을찾고드러내는글쓰기를꾸준히하고있다.

『민낯들』은“세상은원래그런거야….”라는체념과“사회탓만...

목차

프롤로그-여기를보자는데저기를보는사람들

1부,말줄임표
죽음도별수없다

첫번째민낯,살고싶다는데도별수없다
―성소수자는여기에있다,故변희수

두번째민낯,심장이찢어져도별수없다
―말이칼이될때,故최진리

세번째민낯,맞아도별수없다
―때려주는선생이진짜라는이들에게,故최숙현

네번째민낯,떨어져도,끼여도,깔려도별수없다
―너는나다,故김용균

다섯번째민낯,일가족이죽어도별수없다
―가난이죄책감이되지않기를,故성북네모녀

여섯번째민낯,국가를믿어도별수없다
―내몸이증거다,故가습기살균제사망자○○○○명

2부,도돌이표
우리는망각에익숙하다

일곱번째민낯,우리는더날카로워질것이다
―모두같은배에타고있다,코로나19팬데믹

여덟번째민낯,우리는또둔감해질것이다
―관대한판결을먹고자랐다,n번방사건

아홉번째민낯,우리는계속수군댈것이다
―나는출산의도구가아니다,낙태죄폐지

열번째민낯,우리는끝없이먹먹할것이다
―기억과책임그리고약속,세월호참사

열한번째민낯,우리는언제나잊는다
―망각에맞서는기억의투쟁,박근혜대통령탄핵

열두번째민낯,우리는역시나순진하게믿는다
―공정하다는착각,조국사태

에필로그-지금여기는,우리의결과다

출판사 서평

‘살아남는법’이부유하는사회에서는
‘살아남지못한사람들’에대한관심이없다.
그끝엔무엇이기다리고있을까?

1부“말줄임표”는여섯가지안타까운죽음을다룬다.한개인이죽음으로떠밀려갈때까지사회가아무런관심도가지지않고수수방관한것이기에,이들의죽음은지극히사회적이다.인간존엄이보장되지않는상황에서고통스럽게생을이어가다불현듯사고를당하거나사망당한이들은‘사회적타살’의피해자나다름없다.

故변희수.정상과비정상으로사람을구분지으며성소수자에대한차별과혐오를당연시여기는한국사회의희생자이다.故최진리.인터넷의익명성뒤에숨어혐오표현을일삼는악플러들에의해난도질당해죽음으로내몰린것이나다름없다.故김용균.기업의비용절감을위한하청이라는시스템속에서‘정기적으로’발생하는끔찍한사고사의피해자이다.故최숙현.폐쇄적체육계의전형적인폭력사건에휘말려,그나마존재하는보호장치도소용없이주변인들의방관속에끝내목숨을잃게되었다.故성북네모녀.선별적복지의사각지대에서발생한벼랑끝죽음이다.故가습기살균제피해자○○○○명.현재까지몇명인지조차도정확히파악되지않는대(對)국민살인사건의무고한피해자들로,국가의직무유기와기업의오만함속에서스러진목숨들이다.

1부의부제는“죽음도별수없다”이다.어쩌다가한국사회는죽음도별수없는차갑고냉혹한얼굴을하게되었을까?저자는무고한이들의죽음에도심드렁한우리앞에피해자의아픔을꺼내놓고,그들의고통이개인영역의문제가아니라는사실을끝없이환기한다.“흔하기에,이런안타까운죽음을그저별수없는세상의한조각정도로이해하는사람들도있다.하지만우리는어떤구조가이런흔함을상시적으로등장시키고있는지질문을던져야한다.”이책은우리가이들의죽음에모두깊이연루되어있음을강조한다.인권의사각지대를찾는시도를어떻게든폄하하려는편협한시각,과격하고무례한언행을멋있다고여기는착각,억울하면출세하라는말이넘쳐나는사회로부터,그구조적인문제로부터아무도자유로울수없다는것이다.

절망을정확히절망이라명명하고얼버무리지않는
사회학자오찬호의날카로운문제의식!
“‘여기’가문제라면,‘여기부터’시작해야한다.”

2부“도돌이표”에서는지난몇년간한국사회를뜨겁게달궜던대형재난및이슈여섯가지를복기한다.돌이켜보자면그전에도유사한사건은많았으며,사회적파장이나세부내용은천차만별일지라도그때마다비슷한논란이되풀이되었다.온라인성범죄는n번방사건이처음이아니고,세월호참사와같은대형참사역시잊을만하면반복되었다.전례없는공중보건위기로꼽히는코로나19팬데믹조차도양극화되어있는한국사회의민낯을일거에드러낸하나의계기였을뿐,바이러스가사회를새로운위기로몰아넣은것이아니다.차별과혐오가번성할수밖에없는조건이바이러스강타이전에이미구축되어있었다는뜻이다.이책에서돌이켜보는사건들은사회곳곳에잠복되어있던모순을백일하에드러낸일종의방아쇠인셈이다.

저자는그방아쇠가증폭시킨모순이무엇인지,여섯사건의이면을하나하나들춰낸다.어떤사건의밑바닥에는‘살아남는자’에게만주목하고‘살아남지못한’사람들에대한관심이없는냉혹한사회의모순이은폐되어있음을보여주고,다른사건의뿌리에는성차별적시선이굳건히자리하고있음을지적하며,또다른사건의깊숙한곳에는불평등한시스템의무서운폭력성이도사리고있음을꼬집는다.이들사건은순서대로코로나19팬데믹,낙태죄폐지,조국사태를일컫지만,그자초지종을정확히따져보는것만이능사는아니다.언급된모순이해결되지않는다면언제고우리앞에다른모습으로찾아와사회를시끄럽게할것이기때문이다.

2부의부제는“우리는망각에익숙하다”이다.저자가사건의외피가아니라그안에숨어있는구조적모순과부조리를되씹고반추하는이유가부제에잘나타나있다.부제가지적하는것처럼,우리는아무리나쁜뉴스도비일상적인불행도쉽게잊은채과오를반복한다.코로나19팬데믹을고통스럽게통과하면서도푸석해진공동체에대한별다른문제제기없이서로에게“더날카로워질것”이고,n번방사건을겪고서도온라인성범죄에“또둔감해질것”이며,낙태죄폐지이후에도낙태를두고서“계속수군댈것”이며,세월호참사이후에도또다른참사를되풀이하며“끝없이먹먹할것”인우리에게,저자는이렇게당부한다.

“무너지지말아야한다.이사회는사람이만든거고그걸바꾸는것도사람이라는사실을잊지말아야한다.마주하기싫어도마주해야변화가가능하다.일단화들짝놀라고,아직도이런일이있냐고탄식하고,피해자를추모하고,재발방지를모색하는고민의연속만이사회를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