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동물권력 : 매혹하고 행동하고 저항하는 동물의 힘

$19.21
Description
“동물의 눈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한때 인간 문명 밖의 야만적 존재로 취급당했다가
이제는 고통받는 피해자로 끝없이 소환되는
동물에 대한 전복적인 사유!
그동안 동물은 인간 중심의 역사에서 잊힌 존재였다. 동물은 자연환경의 구성 요소에 불과하다고 여겨졌으며, 동물의 삶 또한 인간에 의해 빚어지는 수동적 결과물로 표시됐다. 동물권 논쟁이 점화할 때도 동물은 고통스러운 삶의 피해자로만 소환될 뿐이었다. 동물의 역사는 그게 전부일까? 사자의 눈으로, 고래의 시선으로, 침팬지의 마음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동물권력』은 ‘동물이 인간 지배의 결과물’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의 삶을 지구사적 관점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인간 대 동물이라는 이분법 구도 안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동물의 능동성에 주목해 인간-동물의 역사를 다시 쓴다. 바이러스 폭탄을 가지고 다녔던 탈옥수 원숭이 앨피부터 군인 194명을 구한 통신병 비둘기 셰르 아미, 사냥꾼에 의해 죽어 간 사자 세실, 임종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까지, 나름의 의식과 성격, 판단을 가지고 역사를 살아온 동물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동물은 우리에게 유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겉으로는 인간이 동물을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인간과 협력하고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기도 하며, 종국에는 세계를 구성하는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인간의 정치에 저항하며 세계를 위협하는 비인간 행위자의 면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

남종영

환경논픽션작가.2001년부터한겨레신문사에있다.캐나다처칠에서북극곰을보고환경기자가되었다.기후변화로북극,적도,남극에서고통받는사람과동물을그린지구종단3부작과서울대공원남방큰돌고래‘제돌이’를고향바다로돌려보낸계기가된기사가인생최고의보람이었다.영국브리스틀대학교에서인간-동물관계를공부했고,인간의동물통치체제,생명정치에관심이많다.『잘있어,생선은고마웠어:남방큰돌고래제돌이야생방사프로젝트』,『고래의노래』,『북극곰은걷고싶다』,『지구가뿔났다』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_우리는왜동물탈옥수를응원하나

1부길들임과지배사이
1장최초의협력자:사피엔스-개동맹
2장고래잡이배의은밀한거래:에덴의범고래
3장콜로세움에서멸종하다:북아프리카코끼리
4장스스로길들어슬픈동물이여:은여우,보노보그리고인간

2부동물정치의개막
5장만국의동물이여,단결하라!:당나귀와말
6장기계가지워버린생명의눈망울:미국대평원의긴뿔소
7장우리는어디까지공감할수있는가:잉글랜드의어린양과화천의산천어
8장그들은진정한동물의대변자였을까:크라운힐농장에서풀려난밍크
9장도그쇼라는이름의괴물쇼:크러프츠의순종견

3부동물영웅잔혹사
10장오해와폭력의기원,동물원:고릴라하람베와빈티주아
11장군인194명을구한통신병은행복했을까:비둘기셰르아미
12장비좁은수족관이싫어서,엄마가보고싶어서:‘살인고래’틸리쿰
13장영웅혹은반영웅의초상:커스터울프와늑대오식스의최후
14장사자는지도를볼줄모른다:세계를흔든세실

4부동물,그자체를향해
15장아기고래야,제발가라앉지마:탈레쿠아와17일의장례식
16장말하고싶지않아,그게우리야:말하는유인원
17장거울실험과자의식의탄생:서울대공원의오랑우탄들

5부앞으로올인간-동물관계
18장난죽음의사자가아니야:임종을예견한고양이오스카
19장세상에서가장외로운고래를찾아:단하나뿐인52Hz고래
20장침팬지의절망에응답하기:침팬지루시와사람카터

에필로그_지리산반달곰KM-53의도전

출판사 서평

‘동물의공간’이아니라‘문명의공간’에서살아간개,범고래,돌고래…
동물은인간문명의조연이아니다!

“인간과개는어떻게만났을까?”책을여는것은최초의가축,개에대한질문이다.저자는인류학자와고생물학자사이의치열한갑론을박에서늑대와개의능동성을강조한대담한이론두가지에주목한다.하나는동물생태학자코핑거부부의‘스캐빈저가설(scavengerhypothesis)’이고,다른하나는고생물학자팻시프먼의‘늑대-개가설’이다.전자는쉽게말해가축으로서의운명은인간이아니라늑대가선택했다는주장이며,후자는개와맺은동맹덕분에현생인류가네안데르탈인을앞지르고살아남을수있었다는주장이다.이책은코핑거부부와팻시프먼의가설이생태계행위자로서동물의능동성을인식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고이야기한다.가축화에는두상대,즉인간과동물이있다는점을직접적으로강조하는한편,인간의몸과동물의몸은동시에진화한다는점을포착했다는것이다.우리가그동안가축의기원,나아가동물의역사를논할때놓쳐왔던부분이다.

이책은가축화에대한전복적인시선에서출발해,동물이인간과동등한위치에서협력하며지구의역사를써내려온모습을촘촘히복원한다(1부).100여년전오스트레일리아에덴앞바다에서이뤄진‘인간-범고래공동사냥’,지금이순간에도지속되고있는브라질라구나마을의‘인간-돌고래공동어업’등의사례가그렇게이책에불려나온다.인간중심의역사서술에서빠진‘동물’이라는퍼즐을하나씩끼워맞추는이작업이향하는목표는분명하다.동물들의누락된역사를복원하는것이다.저자는인간만이문명을일구고문화를계승했다고자부하는관점이철저히인간중심적인도그마임을일깨우며,복잡한그물로얽혀있는생명의역사를복기해나간다.

“탈출하고공격하고파업할수있기때문에동물에게권력이있다”
자본주의경제의축소판인근대‘노동자’동물의삶

2부에서는근대이후인간-동물의관계를다룬다.인간이동물을상품화해정치의최하위계급으로복속시킨이시기의적나라한초상을인간과동물간에이뤄지는지배·협상·저항의틀,이른바‘동물정치’의관점에서읽어낸다.

산업화이후인간이동물을통치한논리와방식은무엇일까?인간의지배는동물의삶과죽음,생활양식을어떻게바꾸었을까?이같은문제의식과함께소환된동물의삶은그자체가자본주의경제의축소판이다.물자와사람을이동시키느라산업역군으로혹사당한역용마,최초로컨베이어시스템이도입된대규모정육단지‘유니언스톡야드’와그안에서하나의상품으로전락한긴뿔소,공장식축산의핵심을이루는밀집형가축사육시설(CAFO,ConcentratedAnimalFeedingOperation)에서대량생산되는소와닭과돼지의실상등을밝히며,저자는지금껏주목받지못한동물을역사의또다른주인공으로되살려낸다.

인간의일방적인지배에저항해태업하고파업하는‘노동자’동물의정체성또한중요하게다룬다.이책은동물을‘의식없는기계’로단정한기존의역사가인간과동물사이의미시적정치학을애써무시한결과라고지적한다.동물은기계와달리‘살아있음’과‘행동가능성’을무기로인간에맞서저항해왔기때문에동물에대한전일적지배는불가능하다는것이다.그연장선상에서‘고용주인간’과‘노동자동물’의대립구도가선명히드러난다.“노동자가파업할수있는‘잠재력’을가졌기에권력을갖듯,노동하는동물도말을듣지않을수있기에권력이있다.”이렇게지배의틈새를비집고나온동물의고통스러운얼굴과몸짓은사람들의마음을움직였으며,이들이대리인으로정치에참여함으로써새로운형태의동물정치또한시작된다.

“동물의몸은인간욕망의전쟁터”
동물의노동과사체,희생을밟고선‘동물영웅’담론이놓친것

3부에는동물지배체제속에서떠오른동물영웅들의이야기를담았다.흔히동물의희생과헌신은세간에미담으로회자되지만,동물영웅은어디까지나‘인간을위한영웅’일뿐이다.사람을살린영웅으로추앙받은고릴라빈티주아,총알을맞고도40킬로미터를난비둘기전사셰르아미등몇몇동물영웅의입장에서질문을던져보면대답은자명하다.“이들은영웅이되고싶어했을까?”‘동물영웅’담론에는인간-동물관계의모순이숨어있으며,그모순속에서동물의행동을인간의기준으로재단했을때의위험성이드러난다.

인간중심적인시선을거둔이책의방향키는다른곳으로향한다.범고래틸리쿰,그리고사자세실의삶이다.수족관에감금된동물,보호구역에사는야생동물을각각대표하는틸리쿰과세실은이시대야생동물착취체제의두경로를들여다보게함으로써일련의나비효과를일으켰다.틸리쿰은수족관에끌려가세건의인명사고에연루됐으나범고래쇼의비윤리성을수면위로끌어올리며돌고래해방운동의견인차가되었으며,세실은사람에게살해되었으나그죽음을통해선진국의기만적인환경주의를폭로했다.저자는인간중심의역사에새로운갈림길을제시한두동물의생애를전기적(傳記的)서사로재구성함으로써,이들의고유한삶을집단적종의‘생태’로일반화할수없음을분명히보여준다.

“인간과동물이평등한곳은어디인가”
‘구원자인간vs.희생자동물’구도너머의질문

4부와5부에는동물에게덧씌워진인간의편견을깨부수고동물의진짜모습에다가가고자하는학계와사회운동진영의이야기를담았다.과학은우리가미처몰랐던동물의새로운면을보여주었지만,시행착오도많았다.특히1960~1970년대교차양육과수화교육실험에동원된‘말하는유인원’들의아픔은과학적이상주의에내재된모순을날카롭게드러냈다.삶자체를실험으로전락시켰던과학의자기확신은침팬지,고릴라,보노보,오랑우탄수십마리를반인반수의괴물로만들었다.

그럼에도야생에서,때로는실험실에서쌓아간과학자들의지식은어두운심연에있던동물에대한앎을조금씩확장했다.고래,유인원무리속에서이뤄진현장연구는죽은이에대한애도와추모가인간만의전유물이라는통념을깼으며,‘세기의실험’으로꼽히는침팬지거울실험은동물이인간의자의식과비슷한정신작용을한다는점을증명했다.이는비인간인격체(nonhumanperson)담론으로이어지면서동물권운동에획기적인전기를마련한다.

인간중심주의를뛰어넘은인간-동물관계를전망해보는것으로책은마무리된다.인간과동물이평등하게관계맺기위해서는기존의동물권운동또한돌아봐야한다.동물복지의향상이20세기동물권운동에큰빚을지고있는것은분명하지만,동물을단순히피해자라는정체성에가둬버린것은근대적동물정치의한계다.저자는‘주폴리스(zoopolis)’,즉인간과동물이모두속한‘동물정치공동체’개념을경유해인간-동물관계의회복을논하는동시에,도나해러웨이의‘관계적윤리’가필요한이유또한짚어본다.“동물권을위한거시적인기획도중요하지만,인간과동물개개의관계에서나오는작은행동또한역사를바꾼다는생각이널리퍼졌으면좋겠다.”침팬지루시의요청에응답했던재니스카터,지리산반달곰KM-53의행동에맞춰정책을조율한사례에서미약하게나마변화의씨앗이보인다.그렇게우리는조금씩앞으로나아가고있는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