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14번 째 지(志) 《이운지(怡雲志)》, 문화예술 백과사전
《이운지》는 총 8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학 백과사전인 《인제지》 다음으로 분량이 많다. 《이운지》는 〈은거지의 배치〉, 〈휴양에 필요한 도구〉 〈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 〈서재의 고상한 벗들〉, 〈골동품과 예술감상〉, 〈도서의 보관과 열람〉, 〈한가로운 삶의 일과〉, 〈명승지 여행〉,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 〈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 로 총 10가지 대제목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10가지 대제목에는 다양한 소제목을 나열해 설명하고 있어 그 내용이 매우 방대하고도 다양하다.
총 권차 99~106으로 이루어진 《이운지》 중에서 권104과 권106를 엮어 《이운지》 4권으로 묶었으며, 〈도서의 보관과 열람〉(상)과 〈도서의 보관과 열람〉(하), 〈한가로운 삶의 일과〉, 〈명승지 여행〉,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 〈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 로 구성되어 있다. 〈도서의 보관과 열람〉(상)과 〈도서의 보관과 열람〉(하)에서는 책을 사고, 보관하는 방법과 함께 판각과 인쇄, 제본하는 방법을 기록했고, 서울 이외의 곳에 소장된 목판이라는 뜻의 “경외누판”을 실었다. 풍석은 규장각에서 진행한 편찬 사업에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했는데, 이때 편찬한 《누판고》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편입되어 있다. 〈한가로운 삶의 일과〉에서는 서재에서 한가롭게 지낼 때 하는 일들을 나열하였으며, 이를 사계절로, 하루 24시간으로 세분하여 기록하기도 하였다. 〈명승지 여행〉에서는 여행을 할 때 필요한 도구들을 나열한 후, 여행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주문과 부적, 산이나 먼 길, 밤길이나 배 등으로 여행할 때에 금기 사항들을 적었다.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는 ‘유상곡수(流觴曲水)’, ‘투호(投壺)’, ‘구후사(九侯射)’, ‘시패(詩牌) 놀이’, ‘남승도(攬勝圖)’ 등 5가지 놀이에 대한 이야기이며,〈각 절기의 구경거리와 즐거운 놀이〉는 세시 풍습의 목록과 한 철의 명절, 각종 모임과 그 운영 규약에 대한 해설을 정리하였다.
‘이운(怡雲)’이라는 서명은 풍석이 중국 남조시대 양나라 처사인 도홍경(陶弘景)의 일화에서 ‘운(雲)’자와 ‘이(怡)’자를 따서 지은 것인데 ‘산중의 구름을 혼자서 즐긴다’의 뜻으로 “임원에 살면서 여가에 즐길 만한 일들”을 《이운지》라는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운지 서문에 보면 서유구는 임원에서 고상하게 사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한 가지 이야기를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는데 그 점이 매우 재미있다. 네 명의 사람이 상제에게 자신의 강녕(康寧)을 비는데, 앞의 세 명은 각각 “벼슬과 재산과 문장력”을 요구하였는데 상제는 모두 그 희망을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네 번째 사람이 “임원에서 고상하게 수양하면서 세상에 구하는 것 없이 한 몸을 마치고 싶다”라고 하자 상제는 이마를 찡그리며 “이 혼탁한 세상에서 청복(淸福, 청아하고 한가롭게 사는 복)을 누리는 일은 불가능하니, 너는 함부로 구하지 말라. 다시 다음 소원을 말하는 것이 좋겠노라.”고 말하였다. 풍석은 이 이야기를 통해 임원에서 고상하게 사는 일의 어려움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러면서 풍석은 아무 까닭없이 인륜을 도외시하고 은둔하거나, 허유(許由)와 한음(漢陰)의 일화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맑게 하여 고상함을 기르고 한가로이 소요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의 풍도를 보여주자 함을 이운지 서문에 밝히고 있다.
〈도서의 보관과 열람〉은 ‘책 사기’와 ‘책 보관’, ‘침인(인쇄)’, ‘장황(제본)’, ‘경외누판’에 대한 기록이다. 풍석의 집안은 당시 조선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장서가로 알려져 있었다. 더욱이 풍석은 규장각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진행한 편찬 사업에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편찬한 《누판고》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이운지》 권6 “서울 이외의 곳에 소장된 목판”에 편입되었다.
‘책 사기’에서는 책 구하는 8가지 방도와 3가지 기술로 시작하는데, 다양한 주제의 책을 될 수 있으면 많이, 그것도 대를 이어서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살 때는 판각과 인쇄 상태를 보고, 목록을 보고, 편간의 낙질 여부만 확인해야지, 종이의 좋고 나쁨은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경학서, 역사서, 전문서, 문집류, 잡찬류, 소설류의 순으로 가치가 있고, 저술 연대가 오래된 책일수록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책 보관’에서는 책 관리를 위한 건물이나 상자 등은 물론, 분류법과 훼손 방지법 등을 다루고 있다. 우선 책을 보관하는 장서각은 고지대에 통풍이 잘 되며 남향인 건물이 최적지라고 했다. 책을 보관할 때는 경經·사史·자子·집集 4부로 분류하거나 이에 더해 예禮·지志·류類로 세분한 뒤, 부별로 찌의 색깔을 달리하여 간단한 메모를 해두라고 했다. 좀벌레를 막기 위해 특정 나뭇잎을 책갈피 삼아 꽂아두거나, 햇볕을 쪼이는 등 책 관리법도 세심하게 기록해놓았다. 책을 소장할 때는 적어도 세 가지 이본異本을 갖추어, 이본마다 차이 나는 내용을 교감校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책의 출납사항을 엄격히 관리하여 책의 분실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쓰라고 했다.
‘침인(인쇄)’에서는 목판, 목활자, 동활자 등을 만드는 방법, 중국의 사상 최대 편찬사업 결과물인 《사고전서四庫全書》를 만드는 데 쓴 활자판도 소개했다. 이 활자판을 취진판聚珍版이라 하는데, 취진판을 만들고 활용하는 방식을 15개의 조목으로 나누어 7개의 그림과 함께 해설했다. 이때 제작한 목활자만 해도 총 25만 여 자에 이른다.
‘장황’에서는 표지 색깔을 어떤 것으로 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제작법을 설명했고, 조선본 책표지 제조 방식도 소개했다. 이어 책을 묶는 요점을 10가지로 정리하고 책함과 나무 책갑, 기타 책 휴대용 도구들을 만드는 법과 그 종류에 대해 해설했다. ‘경외누판京外鏤板(서울 이외의 곳에 소장된 목판)’에서는 《삼경사서언해》·《입학도설》·《가례집람》·《악학궤범》 등 경전류 39종, 《사기평림》·《용비어천가》·《경국대전》·《기자외기》 등 역사류 78종, 《동몽수지》·《성학집요》·《일성록》·《무예도보통지》 등 제자류 105종, 《초사》·《삼봉집》·《난설헌집》·《서계집》 등 문집류 300종으로 총 522종의 목판을 소개했다. 각 판본 소개에서는 책명, 권수, 편찬 시기, 편찬자, 소장처, 목판 상태, 인쇄한 종이의 수 등에 관한 정보를 수록했다.
〈한가로운 삶의 일과(연한공과)〉에서는 먼저 서재에서 한가로울 때 하는 일들을 나열한다. 즉 한가로운 정도에 따라 잔일을 하거나, 서안을 정리하거나, 벼루를 씻거나, 글자를 모사하거나, 시문을 짓거나, 졸거나, 누워있거나, 단편 글을 보거나, 장편 글이나 주석서를 보거나, 명상하거나, 벗들과 맑은 담소를 나누거나, 술을 조금 마시거나, 정원을 손질하거나, 금琴을 연주하거나, 향을 사르고 차를 달이거나, 바둑을 둔다. 또 닭 울음에 일어나서는, 온몸을 깨우는 운동을 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잠들 때까지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다 계절에 따라 다른 사계절의 일과와, 시時가 지남에 따라 다른 하루 일과를 보완했다. 모두가 몸을 해치지 않고 하루를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이다.
〈명승지 여행〉에서는 행장을 일별한 후, 여행 중에 생길지 모를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주문과 부적, 긴급한 상황 대처법을 소개한다. ‘여행도구’에서는 먼저 《섬용지》 권4 〈탈 것〉 ‘여러 여행 도구’와 서로 참조해서 보라고 언급하고, 여행 때는 일행이나 행장이 많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여행 수단인 여행용 수레와 등산용 가마의 용도, 구조, 만드는 법, 이용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방한 두건, 여행용 신발, 미끄럼 방지를 위한 징 박은 신발, 지팡이, 술잔과 물잔, 약상자, 호리병박, 시를 써서 주고받을 수 있는 시통, 시를 쓰는 종이, 시를 쓰기 위한 운韻이 적힌 운패, 술통, 차 도구, 휴대용 찬합인 제합提盒, 휴대용 화로인 제로提爐, 작은 물건들을 담는 상자인 비구갑備具匣, 옷 상자, 경치 좋은 곳에 까는 방석, 모기나 바람을 막기 위한 텐트, 향을 피울 재료를 담는 향구, 그릇이나 음식 일체를 수장하는 호리병 모양의 합과 등나무 합, 행장 상자 등 행장을 하나씩 소개했다. 이들을 소개할 때는 재료·모양·용도·제조법·예술적 가치·사용법·효과 등과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시문과 술을 즐기는 잔치(문주연회)〉는 ‘유상곡수流觴曲水’, ‘투호’, ‘구후사九侯射’, ‘시패 놀이’, ‘남승도攬勝圖’ 등 5가지 놀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옛사람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유상곡수’는 술 마실 사람이 굽이진 시내에 술잔을 띄운 다음 산가지를 상류의 물로 던져 정한 규칙대로 흘러가지 않는 산가지 수만큼 술을 마시는 놀이이다. ‘투호’ 놀이는 인원과 도구, 음악 연주와 노래, 호壺에 들어간 화살에 점수 매기는 법 등 규정과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그림으로 보는 투호놀이 규칙’에서는 화살이 들어간 모양의 20가지 사례를 들어 점수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려준다. 총 120개의 화살을 먼저 넣는 사람이 이긴다. ‘구후사’는 큰 과녁에 다시 9개의 작은 동물 과녁을 설치해놓고 활 쏘는 놀이다. ‘시패 놀이’는 시패詩牌를 참가자에게 돌려 시를 짓게 한 뒤, 지은 시로 우열을 가리는 놀이이다. 시백(詩伯, 시패 놀이 진행자)의 주도로 운을 나누고 시 제목을 붙인 뒤, 600개의 시패 중 시백이 뽑아 건넨 시패의 글자로 시를 짓는다. 시를 다시 짓거나, 상대방이 읊은 시의 미비점을 보완하거나, 제목이나 운을 바꿔 짓거나, 우수리 패나 죽은 패로 시를 짓는 등 여러 방식으로 놀이를 진행한다. ‘남승도’는 주사위 놀이의 일종으로,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도판에 적힌 명승지를 유람하듯 옮겨가는 놀이이다.
이운지 4권은 거질의 백과사전을 남긴 풍석 서유구의 책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애정을 엿볼 수 있으며, 정조 최대의 편찬 사업의 기록인 《누판고》의 내용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