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거긴가? : 디아스포라 작가, 길을 묻다

여기가 거긴가? : 디아스포라 작가, 길을 묻다

$18.00
Description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묻는
디아스포라 작가의 미술 에세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미술 작가의 정체성 찾기 에세이이자 작품집.
시대사와 집안 사정이 맞물려 갑작스럽게 뿌리가 뽑힌 채 미국으로 가 힘들게 공부해 미국 대학 교수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이 있어야 할 곳을 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디아스포라 작가의 방황을 담았다. 이 책의 제목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작가의 심경을 잘 말해준다. 세상 어느 곳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작가가 작업을 하며 느끼는 사념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든 생각, ‘끄적거린 메모’, 작업 노트를 중심으로 작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대한 술회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원치 않은 이민자로서의 삶, 작가 자신의 근원에 대한 사유, 고향도 아니고 다른 무엇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이고 섬세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한국적인 DNA를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세계성을 뿜어내는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머리말과 맺음말 대신 ‘들어서는 말’과 ‘나가는 말’로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을 자신의 개인전에 초대했음을 내비친다. 한글과 영어 두 가지 언어로 출간됐다.
저자

이재원

저자:이재원

미국에서활동하는미술작가이자이스트랜싱(EastLansing)에있는미시간주립대학교미술학과교수입니다.서울에서태어나고자랐습니다.인문대학에다니다가한국을떠나미국에가지않았다면아마도시각예술을접하지못했을것이라,그랬다면지금무엇을하고있을지궁금합니다.

뉴욕알프레드대학교에서도자기전공석사학위를,롱비치(LongBeach)의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에서조각전공학사학위를받았습니다.수많은국내외전시회에서도자기조각과종이및섬유작품을전시했으며미국전역과세계곳곳에서진행된다양한‘예술가거주및방문예술가프로그램’에참여했습니다.이러한기회를통해예술제작,예술공동체의적극적인실천의역동성과광범위한글로벌커뮤니티(globalcommunity)의차이와다양성을직접경험하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깨달았습니다.그리고이러한깨달음과다양한스튜디오작업을통해얻은경험을창작연구와제자를육성하는교실에서반영하고있습니다.

목차

들어서는말
_책만들기
_소개
_사족

자가격리
_2020년2월~2022년5월,대이사
_갈등.진퇴양난
_동이東伊,NBF,가장친한새neworbird친구
_니나라루꺼져!

역마살
_풀브라이트블루스
_여기가거긴가.

수작
_다시수작
_소소익선.쓰레기재료
_작업노트
_작업노트.몬타나노트

방랑벽
_상실하여.잃어버린.아무도아닌.
_수평선상의문법

모둠:작
_고델리점잇기
_고델리.로잔.이스트랜싱
_보살핌.편리함이아니라.
_이화離花
_그리고책에대하여
_그리고책에대하여:인쇄된검은글자의능력

나가는말
_나가는말

출판사 서평

자신의존재의근원을묻는
디아스포라작가의미술에세이

서울에서대학을다니다미국에서미술을공부한미술작가의정체성찾기에세이이자작품집.
시대사와집안사정이맞물려갑작스럽게뿌리가뽑힌채미국으로가힘들게공부해미국대학교수가되었지만,정작본인이있어야할곳을정하지못하고헤매는디아스포라작가의방황을담았다.이책의제목은미국과한국사이에서길을잃어버린작가의심경을잘말해준다.세상어느곳에도소속감을느끼지못하는작가가작업을하며느끼는사념과미국과한국을오가며든생각,‘끄적거린메모’,작업노트를중심으로작가이자한인간으로서느끼는복잡한감정에대한술회가이책의주요내용이다.
원치않은이민자로서의삶,작가자신의근원에대한사유,고향도아니고다른무엇이라고말하기도어려운것들에대한그리움을서정적이고섬세한필치로그리고있다.한국적인DNA를내포하고있으면서도세계성을뿜어내는작품들을발견하는재미가있다.작가는머리말과맺음말대신‘들어서는말’과‘나가는말’로표현함으로써,독자들을자신의개인전에초대했음을내비친다.한글과영어두가지언어로출간됐다.

디아스포라작가,길을묻다
“나를위한공간은어디에있을까?여기가거긴가?”

이책의저자인이재원교수(미시간주립대학교)는서울에서심리학과를다니다가미국으로건너가미술을공부하고(조각전공으로학사학위,도자기전공으로석사학위)미술작가로활동하고있는,특이한경력의소유자다.2019년에서2023년사이,코로나기간에경험한격리와이사,귀국[역이민],또새보금자리를찾아지속한방랑의여정을작가의작업과정,거리를배회하며든생각,방랑벽에대해‘끄적거린’메모’,작업노트,일기를중심으로솔직하게엮었다.
코로나기간에심각한인종증오와폭력적인언어에인내심이바닥난작가는미국을떠나풀브라이트장학재단에응모하여한학기동안한국에서연구와교류의기회를부여받는다.그러나“유배지같이느껴지지않을”곳을찾아돌아온고국에서도작가는자신이이방인인것같은느낌을지울수없다.

“여기는딴세상...이제와깨닫느니,40년전나는마음은고스란히여기에둔채몸만떠났다.한국에대한그리움에사로잡혀있다가,꿈에도그리던한국에돌아왔건만,이제돌아온이유는아마마음마저이곳을진짜로떠나기위함이리라.선진국대열에들어선오늘날의한국사람들에게서정감은쉬이느낄수없다.이나라도,나도너무나많이변해버려,나는이곳에속하지않는사람처럼느껴졌다.한국을영원히떠나면그리움을거둘수있겠나?그럴수있을까?자신이없다.나는미국에서와마찬가지로고국한국에서도이방인이다.”

이책의제목“여기가거긴가?”는,타향살이를하며고향땅을그리워했으면서도막상“선진국대열에들어선오늘날의한국사람”들에게이질감을느끼고미국은물론한국에서도이방인인것만같은작가의심경을말해준다.‘여기가거긴가’는동요<고향땅>에서따온것으로,노래에는‘저기가거긴가’로되어있다.

“미국땅서쪽끝롱비치해변에서멀리수평선바라보며,‘저~어기’가거기,한국땅인가,자문하던시절로돌아가.여기,한국땅에왔으나,그리움의나라,거기가과연여기인가,여기가거긴가?”

한국을떠나L.A.에갔을때자신의존재가‘사라진’느낌을받았던작가는한국에돌아와서도“나를위한공간이존재하지않는”듯한,다시한번자신의존재가사라지는듯한느낌을받는다.

“나는이제다시한번사라진다.나는한국에돌아와서도또숨는다.꼭꼭숨어라,머리카락보일라.”

그래서일까?자신의신세가‘철새’같다고느끼는작가는코로나자가격리상황에서혼자뚝떨어져고립무원의처지에있던자신에게큰위로가되어준기러기무리,그중에서도특히자신이‘동이’라고이름붙인,양날개를다친기러기에게동변상련을느낀다.’

“녀석들중에양날개가상해있어유독시선과관심을더많이끈아이는‘동이’다.나처럼해뜨는쪽에서나타난녀석이라동이[東伊]라고이름지었다.날지못하니뒤뚱거리며걸어다닌다.해질무렵다들날아가면동이만혼자남아뒤뚱거리며돌아다니다가어둠속으로사라진다.도무지어디서혼자몸을숨기고밤을나는지궁금하여찾아나서도봤지만,매번실패.혼자두려움에떨고있지나않을는지...겨울이오면미시간의혹독한추위를혼자견뎌낼수있을까?마침“눈먼새”로제목을붙인콜라주collage작업을하던차라날지못하는새동이에게동병상련의심정이었다.”

디아스포라의태생적서러움이작품의원동력

이상무만화<독고탁>에나오는“이크,아뿔싸,제기랄”과같은지나간시대에유행했으나이제는낯선말이된한국어들이책의여기저기에서불쑥튀어나온다.작가가고향과어린시절을생각나게해주는그러한‘모국어단어들’에의지해서이국에서의고적하고힘든시간들을버텼을것을생각하면디아스포라의태생적서러움을엿볼수있다.
사실한국의디아스포라는19세기중반간도이민으로시작돼20세기초하와이사탕수수농장으로의이민에이어‘나성에가면’이라는노래로대변되는1970년대미국이민행렬로이어졌으나,당시에는먹을것과정치적인자유를찾아떠난생존형이민이라고할수있다.반면작가가한국을떠난1980년대부터는유학등새로운기회를찾아조국을등진경우가많아적극적인디아스포라라고할수있다.
작가의디아스포라는기회를찾아떠난경우에해당됨에도,작가는삶의터전을갑자기낯선곳으로옮긴급격한환경변화가본인의섬세한영혼에남겨놓은생채기를숨기지않고노정,안타까움을준다.
그러나책을넘기며작품을보다보면이러한생채기가작품의원동력임을알게된다.

소란스러운마음을평온하게해줄,
미술작품을감상하며읽는에세이

한국과미국어디에도속한느낌을받지못하는작가는자신이속한유일한곳인스튜디오에서작업을위해바삐손을움직이며비로소안도감을느낀다.

“나는미국이나한국에속하지않고,내가속한유일한곳이스튜디오라는것을깨닫는다,그게어디든.그래서나는스튜디오에서일하는동안손을바쁘게움직이거나손이쉴때에도작업생각을한다.이방법으로,나는나의존재와소속에대해안도감을느낀다.”

작가는우리주변에자연스럽게존재하는식물,일상의사물을작품의소재로끌어내어,이민자로서의삶,작가자신의근원에대한사유,그리움과같은소재를서정적이고섬세하게표현한본인의작품들을이책에서소개한다.
특히꽃수를놓은보자기로도시락을싼형태를도자로제작한“이화[離花,이민자들의꽃]”는모든것을포용하고감싸는보자기의의미를활용해한국의대표적인정서인‘정[情]’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레이스,쓰레기조각과머리카락,자투리등을층층이겹쳐올려바느질하거나,반투명,투명종이사이사이에겹쳐동양의산수화와같은이미지를연출한“달그림자(MoonShadow)”시리즈는장식적인느낌보다절제된색채와세밀한구성으로미니멀하고고요한느낌을준다.
어린시절꽃수에나비나새를꼭둘씩수놓으시던할머니를보며할머니가‘오래전에돌아가신할아버지를그리워하시나보다,할머니가자기만의시간에행복한꿈나라를수놓으시나보다’라고생각했다는작가는자기식의바느질이라할수있는미술작업에몰입하다보면화해의마음을얻게된다고,치유의경험을한다고고백한다.
작가는자신의작품을접하는독자들에게“한순간만이라도,마음에고요한동요가있음좋겠다,소란스러운마음이평온해지기를바란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