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사설

요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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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요괴는 없어, 혹은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몰라”
분명 우리 세상에 요괴는 없다. 그러나 아직 증명할 방법이 없거나, 지금까지는 교묘히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걸 수도 있다. 또는 요괴란 우리 안의 감춰진 무언가를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라면 우리의 불완전한 세상의 편린을 형용하거나 혹은 이 모두를 심판하려는 이들은 아닐까?

한국 장르소설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들의 '색'다른 요괴 이야기

장르소설 앤솔러지 〈요괴사설〉은 요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었다지만 그렇다고 호러 장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호러를 비롯해 SF, 풍자극, 범죄 미스터리, 음모론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요괴라는 세계이자 소재를 기기묘묘한 방식으로 파고든다. 여러 개의 요괴담을 교묘하게 직조한 메타 도시전설이 서늘한 뒷맛을 남기는가 하면, 도깨비불로 말미암은 편집증 환자의 고풍스러운 독백으로 불온한 분위기를 형성하던 이야기가 뜻밖의 세계에 당도하기도 한다. 요괴는 여러 가지 형태로 형상화되어 현대 한국에 설화로 전해지는 ‘득옥 이야기’를 끌어들인 풍자극에는 물론, 잔혹한 현실 범죄로 가득한 하드보일드극 어딘가에 슬그머니 자리하기도 한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서양 요괴 그렘린이 음모론이라는 색다른 옷을 입고 등장하는가 하면, 여성을 소유하려는 남자의 비겁하고 뒤틀린 소유욕을 주술적 의미가 담긴 요괴 문신과 엮어내기도 한다.
저자

김봉석,배명은,비티,위래,전혜진,홍락훈

영화기자로일하면서장르영화를중심으로글을썼고,장르소설과만화,웹툰분야에서도다양한칼럼과리뷰를썼다.장르적인클리셰가풍부하면서,다채롭고복잡한인물들이뒤엉키는이야기를좋아한다.독자로서좋아했던이야기를직접쓰고싶어소설을시작했다.〈나의대중문화표류기〉〈1화뿐일지몰라도아직끝은아니야〉〈시네마던전:김봉석영화리뷰〉〈내안의음란마귀〉등의책을썼다.

목차

기획의말:요괴와만나기전에
위래-무시소리이야기
비티-도깨비불
전혜진-나의제이드선생님:득옥(得玉)이야기
김봉석-호숫가의집
홍락훈-그렘린시스템
배명은-문신

출판사 서평

기획의말:요괴와만나기전에中

“요괴는없어.혹은보이지않을뿐인지도몰라.”-요괴미술관초입에쓰인문구중

일본카가와현에위치한작은섬쇼도시마에는‘요괴미술관’이라는낯선볼거리가있다.거리를두고네관으로구성된요괴미술관은일본요괴를다양한형태의현대미술로구현해전시한이색미술관이다.회화나조소,설치작품이여러채의건물을꽤효율적으로채우고있는데,복잡하게얽힌복층은물론천장이나바닥까지주어진공간을꼼꼼하게활용해풍성한볼거리를선사한다.세분화된주제별로구분한이미지나작품은무척다채로웠으며,존재하지않는존재에대한상상력은구체적이면서동시에분방했다.당연히기괴하고흉포한외양을앞세운작품도여럿이다.그러니누구라도물을법하다.실제로여행지에서마주친관광객에게도대체왜그런곳에가느냔뉘앙스의얘기를듣기도했고.그래서조금은반가웠다.요괴미술관초입에들어서는순간마주한짧은문구안에는단지사특한존재에불과할뿐이라는요괴에대한선입견에반하는정의혹은존재의의가그대로담겨있는듯했기때문이다.“요괴는없어.혹은보이지않을뿐인지도몰라.(妖怪はいない。あるいは見えないだけかもしれない。)”그렇다.정말로존재하는지증명할수는없지만사람들의뇌리에분명히각인되어전승된다면그것은현실의그림자언저리에존재하며현실을투영하는‘이야기’의본질과도그대로상통하는것아닐까.

단지요괴미술관만은아니다.일본은요괴의본고장이라할만큼유독그역사도깊고자료도많다.실제로이렇듯단단한전통을가진요괴는지금까지도여러대중문화콘텐츠에이식되어그생명력을무한히확장하며제몫을다하는중이다.요괴미스터리라는독보적인장르를구축한소설가교고쿠나쓰히코가정의하는요괴란입과기록을통해전해지는모호한기현상을구상화한것에가깝기에요괴라뭉뚱그린실체에다가서는모든과정은그대로미스터리가된다.지금이순간세계에서가장인기있는만화랄수있는〈주술회전〉과〈귀멸의칼날〉역시요괴에빚진바크다.그밖에온갖이형의산물이나인간이이해할수없는것에대한수많은이야기역시모두그렇다.초자연적인현상이나불가사의에대한호기심은보이지않지만분명존재하는것들에대한기발한상상력이거나혹은바람이다.때로는은유나풍자이기도하다.물론현실그자체일가능성도배제할수없다.그것은이미현실에서의상상이거나바람이며,현실에대한은유이거나풍자이기때문이다.

여섯작가들께‘요괴’라는키워드만드리고특별히장르에구애받지않는가운데되도록자유롭게자신의스타일대로창작해주길기대한것도그런이유때문이었다.그래서〈요괴사설〉의‘사설’은사설(私說)일수도,사설(邪說)일수도있다.혹은실학자이익의〈성호사설〉에서의‘사설(僿說)’처럼세쇄(細碎)한논설일수도있다.〈무시소리이야기〉(위래작)는여러편의요괴담을교묘하게직조해우리의현실로끌어들이는일종의메타도시전설로서애써괴담을조장하지않는듯가장하며끝내서늘한뒷맛을남긴다.도깨비불로말미암은편집증환자의시종고풍스럽고도불안한독백으로이루어진〈도깨비불〉(비티작)은도깨비와세계의진상을마주하는순간다시한번세차게폭발한다.설화를통해전해지는‘득옥이야기’를현대한국으로끌어들인〈나의제이드선생님:득옥(得玉)이야기〉(전혜진작)는재벌가의뒤틀린생리와위선을냉소를머금고날카롭게풍자한다.무엇보다요괴가파고들틈이있을까싶은마지막순간펼쳐지는스산한복수와담담한체념이멋진방점을찍는다.〈호숫가의집〉은작품내내초현실적인요괴와현실범죄사이의미묘한중간지대에자리한채하드보일드한묘사로각각의매력을십분부각한다.그간대중문화평론가로활약해온김봉석작가의관심과흥미를엿볼수있는첫소설이란점은아주작은덤에불과하다.SF·판타지초단편집으로데뷔한홍락훈작가의〈그렘린시스템〉은영화로도잘알려진서양요괴그렘린을독특한음모론과결부시키며자신의색을여러겹덧입혔다.주로호러소설로독자와만나온배명은작가는〈문신〉을통해남자의지배욕과폭력으로말미암은여자의불안과공포라는익숙한주제를요괴문신이라는흥미로운소재로풀어냈다.특히나몇차례나예상을비껴가는전개는결국뒤틀린욕망이란이름으로요괴에중층의의미를더하는듯하다.

모두보이지않지만어디에나있을수도있을요괴를다양한세계로구축해인간의욕망과두려움을건드린다.그럼으로써보이지않지만없다고는단정할수없는요괴의미묘한위치를활용해,보이지않으면서분명존재하는것들에대한이야기로수렴한다.그렇게우리가알고있는것들이실은보잘것없는미몽에불과하다는것,명백히존재한다자부하는인간이라는존재가실은미미하고하찮다는깨달음,우리가발딛고있는현실의불완전함이다채롭게펼쳐진다.그러니요괴와만나기전필요한건공포가아니다.오직흥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