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 (박덕희 동시집)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 (박덕희 동시집)

$10.00
Description
브로콜리 숲에서 펴낸 열세 번째 동시집. 유년의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고 닦아 펴낸 박덕희 시인의 첫 번째 동시집이다. 지나온 것들의 소중함으로 현재의 삶을 더 빛나게 그릴 수 있다는 시인의 진정성 있는 인식,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생동감 있게 살아 숨 쉬게 하는 구체성 돋보이는 작품으로 가득하다. 여린 존재가 겪게 되는 더 여린 세상의 사물들을 시인은 다정한 시선으로 우리 앞에서 불러내 보여준다. 낯설게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되돌아보게 하며 사물들의 새로운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또한 언택트 시대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부여하는 작은 연대와 잔잔한 감동은 이 동시집이 가지는 가장 큰 미덕이다. 여기에 더하여 『남자들의 약속』을 쓴 이정인 시인이 그림을 맡았다. 시인의 그림이라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더욱 풍성하게 해석되었고 상상력의 깊이 또한 더해져 있다. 은은하고 절제된 그림은 『호랑이는 풀을 안 좋아해』를 보다 더 흥미롭게 읽히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저자

박덕희

경북군위에서태어나계명대학교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하였습니다.2009년《아동문학평론》에동시「감자심기」외신인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하였습니다.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주관중소출판사출판지원금수혜로『호랑이는풀을안좋아해』를발간하게되었습니다.2020년《시와사람》으로시등단하였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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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두가아름답고모두가소중해
-박덕희시인의첫번째동시집

《아동문학평론》으로등단한박덕희시인,오랜숙련의과정을통해세공한정갈하고아름다운시편을담았다.자기안의아이를불러내존재하는작은것들에서새로운힘으로이끄는61편의동시를엮었다.사물과사물이서로응시하고따뜻한시선으로돌보는모습을통해우리는삶에서미약하나마연대와용기를배우기도한다.

빨간플라스틱의자도전봇대도목줄에묶인개도
조금씩갉아먹는땅거미

눈동그래진개가짖어댄다
목줄에묶여마당을맴도는컹컹소리

물끄러미개를바라보는의자
개와의자의거리는종일변하지않았다
오늘밤개와의자와북두칠성의간격도
변하지않았다

입을갖고싶어시무룩한의자
네발을갖고싶은전봇대

개와의자와전봇대가
어둠속으로들어가자
별이다가온다

컹컹의자가짖기시작한다

-「별이다가왔다」전문

이시는생물과무생물의경계를지우고서로소통하고의지하는따뜻한관계를보여주는시다.이물활론의세계에서는“입을갖고싶어시무룩한의자/네발을갖고싶은전봇대”가있다.의자한테입이있다면여기목줄에묶여컹컹짖는개가있다고,땅거미가지고있다고말하고싶을지도모른다.자신도꼼짝없이제자리에있을수밖에없는처지이지만목줄에묶여있는개를구하고싶은것이의자가입을갖고싶은이유인것이다.그러나이런의자의소망은전봇대도마찬가지.“네발을갖고”걸을수만있다면의자도개도구해낼수있을것같다.그러나“간격”은쉽게좁혀지지못하고“어둠속으로”들어간다.그모습을보고있던“별”이의자와개와전봇대를하나로이어준다.

우린서로닮아가고있어요
고래와새와바다가전하는줄넘기

고래를좋아하는
하늘과
새를좋아하는
바다는

날마다줄넘기를해요

하늘은바다에서
파랗게
바다는하늘에서
파랗게

서로줄넘기로닮아가요

-「수평선」전문

셋이서하는줄넘기를상상해보자.양쪽에선두사람은줄을하나씩잡고줄을돌려야한다.나란히박자를맞춰뛰어야걸리지않는난이도높은줄넘기다.그런데이어려운줄넘기도서로위해주는마음이생기면쉽게넘을수도있다.“고래를좋아하는/하늘과/새를좋아하는/바다는”행갈이를유심히보면이들은각각의행으로구성되어있다.단독자로서서로를인정하고있음을알수있다.대상과대상을잇는말은“좋아하는”이라는형용사다.고래와하늘과새는서로좋아함으로써하나가될수있다.“하늘은바다에서/파랗게/바다는하늘에서/파랗게”물들어간다.「수평선」이라는제목에서도알수있듯.수평선은고래와하늘과새를구분짓기위해있는것이아니라경계를지우기위해서존재한다.경계를지우고한발안으로들어가물드는것,존재를인정하는것부터시작되는아름다운연대의힘이아닐수없다.

배꽃이필때면돌아오세요
하얀웃음으로

배꽃필때돌아가신아버지
올해도배꽃이하얗게피었어요
하얗게피어난꽃따라
주렁주렁배가따라오겠지요
아싹,한입에베어문달고시원한배는
아버지가보내주신거알아요
(중략)
그곳에도하얗게배꽃이피었나요?

-「배꽃필때」부분

배꽃이아름다운이유는아버지가보내주셨기때문이다.존재가다른존재로전이되어가는과정은여러가지가있지만,여기서식물인배꽃과돌아가신아버지는서로전이된존재로연상작용을불러일으킨다.배꽃이핀모습속에서아버지를발견한시인은그것이아버지가보내준,사랑의선물이라는것을알아챈다.배꽃핀모습이아버지의환한미소처럼번져“하얗게피어난꽃따라”아버지가다시환생이라도한듯바라본다.“그곳에도하얗게배꽃이피었나요?”묻는다.아득하고아름다운장면은이렇게다시태어난다.

담쟁이오르는창에

등하나

담쟁이가는길

환하게

-「달」전문

박덕희시인에게“별,수평선,배꽃,달”은생물과무생물/물질과비물질/삶과죽음을잇는매개물이다.고단한삶을살아가는모든것들이“등하나”를밝혀주는마음으로살아간다면동심의세계로들어가는길은아주가까운곳에서열릴것이다.동시가세상에유효한이유가있다면말할수없는입으로걸을수없는다리로서로에게가닿으려는사랑일것이다.없는팔을뻗으려는따뜻한마음.그리하여모두가아름답고모두가소중하다는것을이동시집은보여준다.